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이번 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의 선거제도 개편안을 가결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초안이 가결되면서 이미 예고됐던 일인데요. 앞으로 홍콩의 정치, 사회 전반에 거대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홍콩의 역사와 정치제도, 최근의 동향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홍콩 행정구역”
한 때 동양의 진주라 불리던 홍콩은 중국 남동부 끝자락, 양츠강, 황강과 함께 중국의 3대 강이라고 불리는 주강의 삼각주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홍콩은 크게 ‘신제(신계)’와 ‘카오룽’ ‘홍콩섬’ 3개의 행정구역으로 이뤄져 있고요. 18개의 구(district)로 나뉘어 있습니다.
중국 본토인 광둥성 선전시와 붙어 있는 신제는 9개의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행정구역이고요. 주룡(주룽)반도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카오룽은 5개, 홍콩섬이 4개의 지역구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가운데 신제는 중국 본토와 붙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카오룽이나 홍콩섬보다는 영국식 색채가 덜 한 편이고요. 주요 지역이나 관광명소도 대부분 카오룽이나 홍콩섬에 있습니다.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로서, 하나의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수도는 따로 없습니다.
대신 행정의 중심지는 홍콩섬에 있는 ‘센트럴(Central)’이라는 곳인데요. 이곳에 정부청사와 입법회를 비롯한 관공서들과 여러 외교 공관들이 있습니다. 센트럴은 또 홍콩의 핵심 상업지구로, 수많은 다국적 기업이 들어서 있는데요. 지난 2014년의 이른바 ‘우산 혁명’, 또 2019년 벌어진 대규모 민주화 시위의 뜨거운 현장으로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린 곳이기도 합니다.
“풍운의 역사를 가진 홍콩”
홍콩은 19세기 중반 청나라와 영국 간의 ‘아편전쟁’에서 영국이 승리하면서 영국에 할양, 조차됐습니다.
홍콩섬과 카오룽은 ‘할양’ 즉 영국에 넘어간 거고요. 신제 지역은 ‘조차’ 쉽게 말해 영국에 빌려준 겁니다.
1898년 7월 1일, 당시 영국은 청나라와 99년간 신제 지역을 조차하기로 조약을 맺었는데요. 조차 만료 기간은 1997년 6월 30일 자정이었습니다.
그 사이 중국에는 공산 정권인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섰고요. 영국과 중국은 홍콩 반환 시점이 다가오면서 협상에 들어갔는데요. 약 2년간의 협상 끝에 양국은 1984년, 이른바 ‘중·영공동선언’이라고 불리는 홍콩 반환협정을 체결합니다. 이에 따라 당초 조차기간이 끝나는 신제 지역뿐만 아니라 할양한 홍콩섬과 카오룽까지 다 중국에 돌려주기로 했습니다.
“홍콩의 근간, 일국양제의 원칙과 고도의 자치권 보장”
홍콩 반환이 구체화되면서 100년 넘게 영국의 민주주의 체계에서 자유와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누렸던 홍콩 주민들의 우려와 반발도 커졌습니다.
양국은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홍콩을 특별행정구로 지정하고,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면서 50년 동안은 일국양제의 원칙을 지키기로 했는데요. 즉 중국과 홍콩은 하나의 나라지만, 2047년까지는 홍콩이 이전에 누렸던 자본주의적 정치, 경제, 사회 체제를 보장해준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중국의 헌법이나 법규는 홍콩에 적용되지 않고, 홍콩의 헌법 역할을 하는 기본법이 따로 제정됐고요. 이 기본법에 따라 입법, 행정, 사법의 삼권 분립을 보장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해 홍콩의 의회격인 입법회를 거치지 않고 홍콩 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함으로써 ‘홍콩반환협정’과 일국양제의 원칙을 깼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홍콩의 선거 제도에까지 손을 대면서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치권을 훼손하고 있다는 국제 사회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홍콩의 선거 제도”
홍콩의 수반인 행정장관은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 선거로 선출되며 임기는 5년, 1번 연임이 가능합니다.
중국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선거인단의 규모를 기존의 1천200명에서 1천500명으로 늘리고, 증원된 인원은 국가기관 몫으로 배정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의회에 해당하는 홍콩 입법회 의원의 임기는 4년입니다. 기존 선거제도에서는 입법회 의석은 총 70석으로 35석은 주민 직접 선출, 35석은 각 직능단체 대표로 구성돼 있었는데요. 중국은 개편을 통해 이를 90석으로 늘리는 대신,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의석은 20석으로 줄였습니다. 그리고 40석은 선거위원회가 직접 임명하기로 하는 등, 중앙 정부의 영향력을 대폭 강화했는데요. 이 선거제 개편으로 홍콩의 야권 정치인들의 정계 진출은 앞으로 더 힘들어질 전망됩니다.
홍콩 범민주 진영은 설령 힘들게 입법회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군소정당으로 목소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이번 조처로 홍콩의 정치 제도가 서서히 약화한 것이 아니라, 급사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홍콩 정부는 5월까지는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홍콩의 법률 개정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입니다.
새 선거제도에서 치러지게 될 홍콩의 입법회 선거는 올 12월, 행정장관 선거는 내년 3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은 지난해,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자 제재에 착수했습니다. 미국은 1992년 ‘미국-홍콩 정책법’을 제정해, 홍콩 반환 후에도 홍콩의 자치권이 유지되는 한, 무역과 관세, 투자, 비자 발급 등의 분야에서 중국 본토와는 다르게 대우하는 특별 지위를 부여해왔습니다. 단, 이 법은 국무장관이 의무적으로 홍콩의 상황을 의회에 보고하고, 만일 홍콩이 충분히 자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면 법 적용을 중단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요. 미국 정부는 지난해 홍콩에 대한 특별우대를 철회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또 홍콩 민주화 탄압과 관련된 개인, 기관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영국도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조약을 중단하고 개인과 단체에 제재를 단행하는 한편, 홍콩 주민들을 위해 이민 문호를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역시, 홍콩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중단하고 취업 이민을 확대하는 등 우호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은 홍콩 문제는 내정 간섭이라며 국제 사회의 조처에 반발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50년간 보장하기로 했던 홍콩 자치와 일국양제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홍콩의 민주주의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뉴스 속 인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은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취임 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타이 대표는 지난 3월 27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매긴 고율 관세를 당분간 철회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데 이어, 29일에는 미얀마와의 교역협정 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캐서린 타이 대표는 미 무역대표부 사상 최초의 유색 인종 여성 대표이자 첫 아시아계 대표입니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으로부터도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타이 대표는 지난 3월 17일,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인준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통상 ·교섭을 총괄하는 무역대표부는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대표는 장관급입니다.
타이 대표는 1974년생으로 미국 동부 코네티컷주에서 중국계 이민자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부모는 모두 본토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타이완에서 성장해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까지는 타이완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타이완 매체 등 일부 언론은 그녀를 타이완계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타이 대표는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타이완을 자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타이 대표의 아버지는 베트남전 참전 미군 병사들의 재활 치료를 연구하는 연구원이었고, 어머니는 국립보건원(NIH)에서 지금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타이 대표는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싱턴 D.C.에서 자란 타이 대표는 미국 명문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법률전문대학원에서 법무 박사(J.D.) 학위를 받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타이 대표는 민간 법률회사에서 근무했으며, 워싱턴 D.C. 와 메릴랜드 연방 지방법원에서 법률서기로도 일했습니다.
타이 대표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무역대표부에서 통상 법률전문가로 일했습니다.
특히 2011년부터는 대중 무역을 주로 담당했고, 2014년에는 대중국 무역 법규를 집행하는 수석 법률 고문으로 활동했습니다.
당시 타이 대표는 중국의 잘못된 무역 관행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여러 차례 제소하는 등 대중국 강경파의 면모를 드러냈습니다.
2014년에는 의회에 진출해, 하원 세입위원회 소속 민주당 법률 고문으로 일했습니다.
타이 대표는 중국과의 무역에 관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식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통 타이 대표를 무역대표부 대표로 낙점한 것은 대중국 무역에 대한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정부에 이어 중국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타이 대표가 향후 대중국 무역 정책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홍콩의 정치제도와 최근의 동향 등을 짚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