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1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의 대외 정책에도 여러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미국과 러시아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200년 넘게 이어진 양국 관계”
미국과 러시아는 제정 러시아 시대부터 200년 넘게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신생 독립국 미국을 처음 인정한 건 1803년, 양국이 공식 수교를 맺은 것은 18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하지만 양국 관계는 1917년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공산혁명이 발발하면서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우드로 윌슨 당시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에 파견되어 나가 있는 모든 미국 외교관들에게 볼셰비키 정권 관리들과의 접촉을 금지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공식적으로 ‘러시아소비에트연방사회주의공화국’과 외교 관계를 끊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1933년까지는 인정하지도 않고 공식 관계도 수립하지 않았습니다.
양국이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재개한 것은 1933년 11월이었습니다.
이후 두 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맹 관계를 잠깐 맺은 적도 있지만, 1991년 소비에트 연방 체제가 해체될 때까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를 대표하며 반세기 넘게 불신과 적대 속에 이른바 ‘냉전’을 벌였습니다.
“신생 러시아”
현 러시아의 정식 명칭은 ‘러시아연방’입니다. 미국은 1991년 12월 25일, 러시아연방을 구소련을 계승하는 나라로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12월 31일 러시아와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했습니다.
이후 미국은 러시아와 완전하고 건설적인 관계를 모색해왔습니다. 국제 현안에 대한 러시아의 협력을 끌어내고, 투자와 교역의 활성화를 위해 초당적인 전략을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또 러시아가 유럽 등 국제 사회와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양국 관계”
양국 관계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으로 다시 급속히 냉각됐습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우크라이나도 독립했지만, 민족 구성과 영토적 문제가 복잡해 러시아와 갈등을 겪고 있었는데요. 특히 자치 지역인 크림반도는 러시아계가 많이 거주해 친러시아적 성향이 강했고, 러시아는 이를 빌미로 탱크를 앞세운 무장 병력을 동원해 크림반도를 침공, 강제 병합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규탄하며, 양국의 정치적, 군사적 관계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또 두 나라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2009년에 설립한 기구인 양국 간 대통령 위원회의 활동도 정지시켰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후로도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등에 호전적 위협을 가하고 군사력을 확장하며 미국과 계속 갈등을 빚었습니다.
미국은 유럽연합, 주요 7개국(G7)과 함께 지난 2014년부터 계속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계속 연장하며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과 사이버 해킹 의혹”
미국 정부는 또 러시아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2016년 미국 대선은 당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대결 구도였습니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러시아가 사이버 해킹을 통해 힐러리 후보의 개인 이메일을 유출하는 등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취임 초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고, 러시아의 대선 개입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루됐을 거라는 의혹도 증폭됐습니다.
2년여 걸친 특검 조사 끝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러시아가 공모했다는 증거는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러시아 등 외국 세력이 미국의 대선에 개입한 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지난해 국가정보국장실(DNI)과 연방수사국(FBI) 등 미 정보 당국은 2020년 대선에도 러시아가 개입을 시도했지만, 사전에 이를 적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는 또 지난해 연말 재무부와 국무부 등 미국 연방 정부 부처와 민간 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사이버 해킹을 자행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대선 개입, 사이버 해킹에 관련된 러시아 기관과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러한 의혹을 일체 부인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러시아”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은 러시아와 체결한 군축 협정을 비롯한 여러 협정에서 탈퇴했습니다.
2019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30년 넘게 유지해온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공식 탈퇴했습니다. INF는 구소련 해체 전인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서명한 양국의 핵 통제 조약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가 조약의 범주를 넘어가는 탄도 · 순항 미사일을 개발, 배치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러시아도 미국이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양국의 첫 핵 통제 조약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10년 러시아와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를 대체할 새로운 군축 협정을 모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핵 능력 증강을 이유로, 중국도 포함할 것을 요구했는데요. 러시아가 난색을 보이며 자칫 양국 간 유일한
핵 통제 협정인 뉴스타트도 사장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지난해 러시아의 잦은 조약 위반을 이유로 3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항공자유화조약(Open Skies Treaty)’에서도 탈퇴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정부 간의 관계는 불편했지만, 정상 간의 관계는 상당히 우호적이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에 대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결과를 인정하기 전까지는 조 바이든 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러시아”
1월 2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두 정상은 이 통화에서 만료가 임박한 뉴스타트 연장에 합의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주권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를 거듭 강조하고,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씨 독살 시도 사건, 러시아의 사이버 해킹, 아프간 미군 살해 사주 등의 의혹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첫 통화부터 양국 간 민감한 현안을 제기함으로써, 다소 소극적 태도로 비판을 받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차별화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 속 인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입니다.
지난 1월 22일 미 연방 상원이 로이드 오스틴 당시 국방부 장관 지명자를 인준했습니다. 이날 상원은 찬성 93대 반대 2로 인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로써 오스틴 장관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국방장관이 됐습니다.
올해 67세인 오스틴 장관은 미 육군 4성 장군 출신으로 중부사령관을 역임하고 지난 2016년에 전역했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 조지아주 토머스빌에서 자랐습니다. 그는 지난 1975년 육군 사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41년에 걸친 군 복무 기간 오스틴 장관은 미국과 독일, 파나마,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보병사단 부사단장을 지냈습니다. 3보병사단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선봉에 섰습니다.
이후 오스틴 장관은 2011년까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있는 부대들을 지휘했습니다. 그는 특히 이 기간 이라크 안정화 작업에 현지 군 최고 책임자로 깊숙하게 관여했습니다.
이후 육군 참모차장으로 재직했고 2013년 바락 오바마 대통령 당시 중부사령관 자리에 올랐습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중동 지역을 관할합니다.
오스틴 장관은 중부사령관 재임 3년 동안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IS 격퇴전과 미군 철수 작업을 지휘했고 2016년에 전역했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군에 있으면서 각종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는 흑인 최초로 미 육군 전투사단과 전투군단 사령관,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을 지냈고, 또 흑인 최초 육군 참모차장, 중부사령관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한편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로이드 오스틴 장군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하자 논란이 일었습니다. 바로 현역 군인은 전역한 지 7년이 지나야 국방장관이 될 수 있다는 법 때문이었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전역한 지 7년이 아직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 조항은 군에 대한 문민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연방 의회는 예외를 적용해 로이드 지명자가 장관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부터 오스틴 장관과 긴밀하게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오스틴 장관이 40년에 걸친 군 복무 기간 여러 장벽을 깨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스틴 장관에 대해 “그는 검증된 진정한 군인이자 지도자이다”라면서 “나는 그와 함께 일했고, 그의 조언을 받았으며, 그가 지휘하는 것을 봤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나는 그의 차분함과 인성을 존경한다”라며 “그는 말 그대로 애국자라 할 수 있다”라고 오스틴 장관을 칭송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과 러시아 관계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박영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