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에 치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맞붙을 예정입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탓에 대규모 유세 등 선거운동이 많이 위축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언론들의 취재 열기는 여전히 뜨거운데요. ‘미국 대선 ABC’, 오늘은 ‘미국 대선과 언론’ 두 번째 시간으로 ‘라디오의 역할’에 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김정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1922년 2월 8일은 미국 백악관에서 중요한 일이 있었던 날입니다. 이날, 워런 하딩 당시 대통령이 백악관에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라디오를 설치한 것입니다.
앞서 1920년에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는 라디오 방송사 KDKA가 처음으로 대선 결과를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쿨리지 대통령 육성]
하딩 대통령이 라디오를 들여온 지 거의 2년이 지난 시점에 캘빈 쿨리지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라디오로 방송한 첫 번째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쿨리지 대통령이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 탄생일을 맞아 한 연설은 당시 미국 전역 42개 방송국에서 중계되었습니다.
라디오는 1924년 대선에서도 쿨리지 대통령이 승리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선거 전날 밤, 쿨리지 후보는 사상 최대 규모의 라디오 청취자들이 선거운동 마지막 연설 방송을 듣고 있는 가운데 역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를 통해 쿨리지 후보는 대선에서 쉽게 이겼고, 이듬해 3월 미국인들은 처음으로 대통령 취임 선서를 라디오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녹취: 1920년 미국 라디오 방송 뉴스]
1920년대 미국에서 라디오는 오늘날 흔히 말하는 ‘황금시대’를 구가했습니다. 1920년대부터 사람들은 라디오 주변에 모여 함께 프로그램이나 뉴스를 들었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TV 앞에 모이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인기를 얻으면서, 라디오는 정치에서도 강력한 의사소통 도구가 되었습니다.
1933년 대통령 자리에 오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라디오를 선거전에 적절하게 이용함으로써 미국 역사상 초유의 4선에 오르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녹취: 루스벨트 대통령 노변담화]
라디오를 통해 청각을 자극하며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친근감을 주고 신뢰감을 주는 음성이나 담화 기법을 활용해 선거에 이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당시 선거에서 중요했던 신문이나 잡지 같은 인쇄 매체를 이용하는 데서 오는 한계를 극복하는 획기적인 시도였습니다.
각 정당은 라디오를 통해 기존 인쇄 매체가 가지고 있는 지역적인 제한에서 벗어나 전국적인 선거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위력을 지녔던 라디오도 시간이 흘러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그 힘이 약해지기 시작했고, 결국엔 텔레비전에 주도권을 넘겨주게 됐습니다.
네. 2020 미국 대선 특집, ‘미국 대선 ABC’, 오늘은 ‘미국 대선과 언론’ 두 번째 시간으로 ‘라디오’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김정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