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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지위


지난해 열린 중국-유럽연합 고위급 경제무역대화에서 양측 대표가 문서를 교환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중국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열린 중국-유럽연합 고위급 경제무역대화에서 양측 대표가 문서를 교환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중국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무역 현안 논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의 시장경제지위 부여 문제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는데요, 반면 중국은 확보를 위해서 큰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경제지위.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이 시장경제지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녹취 : 메르켈 독일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

지난 12일, 무역 현안 논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리커창 중국 총리가 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 내용을 잠시 들어보셨는데요.

메르켈 총리는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지위, MES 부여에 대해 추가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리커창 총리는 “무역 전쟁을 원치 않는다”며 강경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양국 정상들이 회담 이후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갈등을 표출한 것은 바로 이 시장경제지위와 관련이 깊은데요. 중국의 시장경제지위 확보 여부에 따라 중국과 유럽, 나아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중국은 시장경제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요, 유럽연합의 주축 국가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유럽의 우려를 대신 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시장경제지위란 무엇인가요?”

시장경제지위는 한 국가의 원자재와 제품 가격, 임금, 환율 등이 정부의 간섭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장의 자율성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제체재를 갖추었다고 교역 상대국이 인정할 때 부여하는 지위를 말하는데요, 영어로는 Market Economy Status, MES라고도 부릅니다.

시장경제지위는 과거 사회주의체제 아래 있는 국가들의 덤핑 수출을 규제하기 위해서 도입된 개념인데요. 여기서 덤핑이란, 상품을 정상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수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정부가 간섭해서 제품 가격을 조정하고 훨씬 저렴한 가격에 수출하게 될 경우 수입국에서는 해당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자국의 산업을 가격 차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중국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유럽연합 EU의 경우 5가지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고 있는데요.

먼저 가격과 요소비용 투입이 시장의 수요에 의해 결정되고 시장의 가치를 반영할 것과 기업이 국제회계기준에 의거한 투명한 회계기록을 가질 것, 기업의 생산성과 재무현황이 시장경제주체가 아닌 무언가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왜곡되지 않을 것, 마지막으로 환전이 시장환율에 의해 이뤄질 것 등입니다.

이러한 기준에 미치지 못해 시장경제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 비시장경제지위 국가는 통상과 관련된 분쟁에서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요.

반덤핑 관련 패소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패소할 경우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부과 받게 되기 때문에 대외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대외 신용도에도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시장경제지위 논란이 나온 배경”

중국은 지난 2001년, 세계 무역기구 WTO에 가입하면서 국제무역시장의 질서에 편입하게 됐습니다. 당시 가입 조건을 놓고 기존 회원국들과 길고 험난한 협상을 거쳐야 했는데요. 중국이란 거대 시장이 싼 값에 상품들을 대량으로 풀어놓을 경우 입게 될 타격을 고려해 시장경제지위 부여를 미루게 됩니다.

즉, ‘지금은 우리가 중국을 비시장경제국 자격으로 WTO 에 가입시키지만 가입 시점으로부터 15년이 지나면 그 때에는 시장경제국으로 인정하겠다’고 약속한 것인데요.

따라서 최근까지 한국과 러시아, 브라질, 뉴질랜드, 스위스, 호주 등의 국가들이 중국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한 반면, 유럽연합과 미국, 일본, 캐나다 등의 국가들은 중국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방 세계, 특히 유럽 연합은 막상 시장경제지위 인정 시점이 다가오자 이에 대해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을 시장경제지위국으로 인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15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하기로 약속된 것인 만큼 재 논의는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인 것이죠. 그렇다면 왜 이렇게 양쪽의 입장 차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바로 중국의 WTO 가입협약에 대한 해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인데요. 가입협약 15조에는 “어떤 경우에든 비시장 추정은 중국의 가입 이후 15년만에, 즉 2016년 12월 11일 만료된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해석을 둘러싸고 유럽연합은 ‘중국을 비시장경제국으로 취급할 권리를 상실하는 것일 뿐 시장경제지위부여와는 다른 문제다’라고 보고 있는 것이고요. 중국은 이 구절을 ‘시장경제지위 보증으로 판단하고 자동적으로 그 권리를 획득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역 확대를 통한 성장 전략을 펴고 있는 유럽연합과 중국은 수년 전부터 철강을 비롯해서 태양광패널, 이동통신 장비, 포도주 등 다양한 품목에서 무역 분쟁을 겪고 있는데요. 특히 철강 분야는 중국으로 인한 유럽연합국들의 피해가 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집행위는 “역내 철강업계의 불황이 지속되고 저가의 중국산 철강제품의 수입이 증가하고 있어 유럽연합 내 철강산업 관련 고용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 유럽연합 지안니 피텔라 총재]

또 유럽연합 내 ‘사회주의자와 민주주의자의 진보적 동맹’의 지안니 피텔라 총재는 “그간 달성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아직 시장경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는데요. 시장경제가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인 것이죠.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는 EU를 비롯한 서방 철강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진짜 이유는 경쟁력 약화 때문이며, 중국에 시장경제지위 부여를 미루는 방법은 오히려 국제 무역 질서를 해칠 뿐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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