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기업이 국제사회 대북 제재를 피해 북한과 수 억 달러 규모의 무역 거래를 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 기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미국 정부도 이들 기업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과 활발한 거래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난 중국 기업은 ‘랴오닝훙샹그룹’ 입니다.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워싱턴의 연구기관 C4ADS는 19일 발표한 ‘중국의 그늘 아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랴오닝훙샹그룹이 ‘북한과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목표 아래 북한과 5억 달러 규모의 무역 거래를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랴오닝훙샹그룹은 ‘단둥 훙샹 실업발전 유한공사’와 북한과 합작하는 방식으로 설립된 칠보산호텔, 평양 레스토랑 등 총 6개 회사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단둥 훙샹 실업발전 유한공사의 경우 수입물품의 99.9%가 북한산이며, 2011년부터 지난해 9월 사이 수입액만 3억6천만 달러에 이른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또 북한은 이 회사를 통해 1억7천만 달러어치의 물품을 수입해, 북한과 이 회사의 교역액은 지난 5 년여 간 5억3천200만 달러에 이른다는 겁니다.
이 같은 규모는 지난 2004년부터 최근까지 운영돼 온 개성공단의 전체 교역액과 맞먹을 정도의 큰 액수이며,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은 물론 핵무기의 설계, 제작, 실험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에 충분하다는 추정 결과가 발표돼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랴오닝훙샹그룹이 `편의치적’ 방식을 이용해 여러 국적의 선박을 운영하면서, 북한에서 생산된 석탄 등 광물을 운송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수출액 상당 부분이 이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단둥 훙샹 실업발전 유한공사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쓰일 수 있는 물품 수출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고서는 이 회사가 지난해 9월까지 순도 99.7%, 즉 고강도 알루미늄과 산화알루미늄, 파라텅스텐산암모늄, 3산화 텅스텐 등 약 25 만 달러어치의 금속과 화학 제품을 북한에 운송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핵무기 제조에 전용될 수 있는 이들 물질의 대북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들 물질이 북한의 핵무기에 쓰였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북한이 알루미늄을 확보하려 시도했으며, 이는 핵 프로그램에 사용하려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랴오니훙샹그룹이 운영하는 칠보산호텔의 경우, 북한 정찰총국 121국 소속 해커들이 사용해 왔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이번 논란을 보도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중국 당국이 랴오닝훙샹그룹과 이 업체 대표인 여성 사업가 마샤오훙 등의 자산을 동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앞서 미 법무부 소속 검사들이 베이징을 방문해 랴오닝훙샹그룹 등의 범죄 행위에 대해 중국 당국에 통보했으며, 이 업체가 북한이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도록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증거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고 전했습니다.
미 법무부는 조만간 해당 중국 기업과 마샤오훙 대표 등에 대한 법적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세컨더리 보이콧’ 즉, 북한과 거래한 제3국이나 기관을 추가 제재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아직까지 북한과 거래한 기업이나 기관이 제재 대상에 오른 적은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재무부는 20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재무부는) 제재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례적으로 랴오닝훙샹그룹에 대한 조사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정부 내 관련 기관이 해당 회사에 대한 불법 활동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