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2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 토론회에서 북 핵 문제에 대한 오바마 미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했으며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또 미국과 중국 간 대북 공조를 위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조율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프랭크 자누지 미국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정책은 실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22일 서울에서 통일연구원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회의 발표문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외교적 인내와 압력을 통해 북한이 전략적 선택을 하도록 설득하려 했지만 북핵 문제는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바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 시절 대선캠프에서 한반도 정책팀장을 맡았던 한반도 전문가로, 미국 내에서 대표적인 대북 대화론자로 꼽힙니다.
자누지 대표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갖춘 북한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헬싱키 프로세스’와 같은 보다 포괄적인 접근 방식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제안했습니다.
1975년 시작된 유럽의 ‘헬싱키 프로세스’는 동·서 유럽이 인권과 에너지, 경제, 보건 등 포괄적 의제를 논의하며 안보협력을 이룬 과정을 의미하는 말로, 북한에도 이와 비슷한 다면적인 관여정책을 적용해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자는 제안으로 풀이됩니다.
[녹취: 프랭크 자누지 대표/ 미국 맨스필드 재단] “It has long been my belief that we need to have a comprehensive approach that we cannot focus only on plutonium if we hope to solve the problem.”
자누지 대표는 북한 문제는 핵에만 국한해서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주민들을 중심으로 접근하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찾고 통일까지 이르게 하는 선순환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과 한국이 ‘선 핵폐기론’에서 핵 폐기를 장기적 과제로 삼고 일단 핵 능력 고도화를 막는 쪽으로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북 핵 능력은 더욱 고도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고 교수는 이에 따라 북한의 핵 위협을 통제 범위 내에 묶어 두고 협상을 벌이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 동국대 북한학과] “비핵화와 평화협정 문제를 최종 목표로 두고 중간 단계를 설정해서 협상을 시작하는 그런 방안으로 돌아가는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를 테면 고도화를 막는 조치와 함께 평화협정의 전 단계로서의 종전 선언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회의에선 이와 함께 동아시아 지역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북 핵 문제에 관한 한 양국이 협력을 유지할 여지는 충분하다며, 이를 위해 한국 정부의 적극적 조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 핵 문제는 남중국해 문제와는 달리 미-중의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른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란코프 교수는 미-중 두 나라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 개발을 막고 동아시아에서 안정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공통의 인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북 핵을 큰 위협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반도 정세 위기와 미국의 동맹인 한국 주도하의 남북한 통일을 보다 더 큰 위협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정권이 붕괴되거나 남북한이 통일 되더라도 현재의 비무장지대 이북에 미군과 군사설비를 주둔시키지 않겠다는 합의를 함으로써 중국을 보다 적극적인 대북 공조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한-미-중 세 나라가 모두 북한의 비핵화에 동의하고 있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 한국은 서로 간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주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