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어제(29일) 정책 연설을 했는데요. 얼마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반대 결의안에 미국이 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는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놨고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자신이 대통령에 취임할 때까지 ‘굳세게 버텨달라’고 말했습니다.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책에 관해 의견이 부딪히는 사정, 들여다보겠습니다.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되풀이돼서는 안된다’고 연설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하와이 진주만 방문을 수행했던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이, 귀국하자마자 2차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습니다. 한국과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 짚어보겠고요. 스페인 마드리드의 대기오염이 심각해져, 자동차 절반의 운행을 중단시켰다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 정책에 관한 연설을 했군요?
기자) 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어제(29일) 국무부에서 행한 정책연설을 통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의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습니다. 케리 장관은 “진지하게 평화를 생각한다면, 이스라엘 정착촌이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어느 누구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지금 상황은 ‘1국가 체제’의 영구 점령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2국가 체제’, 다시 말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해당 지역에서 사실상 두개의 독립국으로 각각 인정받는 평화협정을 맺는 것을 분쟁 해법으로 제시하는 중입니다.
진행자) 지난주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이스라엘 정착촌 반대 결의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케리 장관은 한 시간 넘게 이어진 이날 연설에서, 지난주 금요일(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미국이 기권한 것 외에, 14개 이사국의 찬성으로 반대 없이, 사실상 만장일치로 채택한 데 대해서 “2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정한 평화를 달성하고, 그것을 지속시킬 유일한 길”이라고 옹호했습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당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함으로써, 결의안 채택을 도운데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향해 수치스러운 타격을 했다”고 비난하고 ‘보복’ 조치를 다짐했었는데요. 케리 장관은 이번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현 정권은 역사상 가장 우파적이고, 극단적 의제를 갖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짓고 있는 정착촌이 문제가 되고 있는 건데요. 배경을 잠시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대학살 피해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던 유대인들이 종전 직후, 성경의 기록을 근거로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습니다. 유대인들은 성경에서 ‘이스라엘 민족’으로 표현되는데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곳 일부가 성경에는 이스라엘 민족을 위한 ‘약속의 땅’으로 묘사돼있습니다. 유대인들이 1948년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했고요, 이에 맞서 팔레스타인 측은 무장투쟁을 계속했습니다. 양 측이 4차례에 걸친 중동전쟁으로 전면 충돌하면서 팔레스타인 지역은 ‘중동의 화약고’로 불렸습니다.
진행자) 그러다가 미국의 중재로 양측의 대화가 시작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1993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오슬로 협정’을 맺었는데요. 팔레스타인 자치기구를 인정하고, 이스라엘군은 점령지에서 철수하는 한편, 지속적인 평화협상을 진행하는 내용에 합의한 겁니다. 이 평화협상은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 이스라엘과 함께 해당 지역의 두개의 독립국으로 공존하도록 하는 건데요. 당시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대통령과 이츠하크 라빈 총리,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야세르 아라파트 의장 등 3명은 대화 노력에 대한 공로로 이듬해인 1994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2002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요즘 대화 노력이 잘 진행되지 않는 거군요. 유엔 안보리가 정착촌 반대 결의안까지 채택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기자) 이스라엘이 국가선포를 한 뒤에, 요르단 강 서쪽, 영어로는 보통 ‘웨스트뱅크’라고 부르는 지역이죠, 그리고 가자 지구, 이 두 군데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살도록 자치지역을 정했는데요. 이 안에다가 이스라엘 국민들의 거주지를 조성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지역들에 정착촌 200개를 만들어서 자국민 60만 명이 살도록 했고요, 최근에는 건설계획을 더 확대하고 있습니다. 정착촌 건설 때문에 생활 터전을 빼앗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항의에 이스라엘은 군을 투입해 맞서고 있고요. 이런 상황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다가, 이번에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되기에 이른 겁니다.
진행자) 어제 연설에서, 케리 미 국무장관이 유엔결의안과 미국의 입장을 다시 한번 옹호한 건데요. 이스라엘은 또다시 반발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케리 미 국무장관의 어제 연설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중동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면서 테러리즘이 번지고 있는데, 미국 국무장관이 중동의 유일한 민주국가(이스라엘)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정착촌 문제를 반복해서 말했지만, 팔레스타인 측이 유대인 국가를 반대하고 있는, 갈등의 근원은 건드리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법을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 측이 부딪히고 있는 건데요. 이런 갈등이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있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친 이스라엘’ 정책을 지켜왔는데요. 다음달 취임하는 공화당 소속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어제(28일) 케리 장관 연설에 앞서 인터넷 사회연결망 ‘트위터’에 “이스라엘, 굳세게 버텨라. 1월 20일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1월 20일은 대통령 취임식 날짜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주 유엔 안보리의 이스라엘 정착촌 반대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도 “공정하지 않다”며 정부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었습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이 다음달 트럼프 정부 출범에 맞춰, 유엔을 규탄하는 상·하원 합동 결의안과 오바마 행정부 기간동안 진행된 각종 규제들을 무효화하는 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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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일본 방위상이 사상 최초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고요?
기자) 네.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이 오늘(29일) 아침,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돼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했습니다. 현직 방위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것은 처음있는 일이어서 일본 내에서도 파문이 일고 있고요. 특히 전날 아베 신조 총리의 하와이 진주만 방문을 수행해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없어야한다’고 결의하고 돌아온 직후, 일본 군국주의의 성지로 여겨지고 있는 야스쿠니를 참배한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중입니다. 진주만 방문이 과연 진정성 있는 일이었느냐는 비판이 아시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고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2차대전 피해당사국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한국 외교통상부는 오늘(29일) 오후 주한일본대사관 총괄 공사 대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외교부는 이어서 조준혁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일본의 책임있는 정치인이 식민침탈과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주한 일본 무관을 불러 엄중히 항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정부도 강하게 반발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오늘(29일) 외교부와 국방부 등 소관부처는 물론, 관영매체들까지 한 목소리로 일본 정부를 맹비난했습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수행해 진주만을 찾아서 화해와 관용을 이야기한 말이 아직 귓가를 떠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고 이나다 일본 방위상을 비판하고 “‘화해의 일정’으로 포장했던 진주만 방문이 한낱 ‘거대한 풍자’였음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양위진 국방부 대변인은 오늘 12월 결산 회견에서 “일본 방위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강렬한 불만과 반대를 표시한다”고 밝혔고요, 신화통신과 인민일보를 비롯한 관영 언론들도 과거사 반성이 없는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진행자) 야스쿠니 신사가 어떤 곳이길래 문제가 되는 건가요?
기자) 야스쿠니 신사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비롯해 근대 일본이 일으킨 각종 전쟁에서 숨진 군인들의 영령을 기리는 시설입니다.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일부 일본 정치인들은 ‘순국선열들에 대한 위령’을 명분으로 때마다 이곳을 방문하거나 공물을 바치고 있는데요. 야스쿠니 신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위치에 ‘A급 전쟁범죄자’ 14명의 위패가 있습니다. 이 A급 전범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본의 전쟁범죄 행위를 주도했던 것으로 판결받아 처형된 사람들인데요. 그래서 일본 정치인들이 이곳을 참배하는 것은 과거사를 부정하고 전쟁을 미화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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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자동차 절반의 통행을 제한했다고요?
기자) 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는 유럽에서 대기 오염이 가장 심각한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데요. 상황이 점점 나빠져서 오늘(29일) ‘차량 2부제’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오늘 날짜가 홀수로 끝나기 때문에 전체 등록 차량 가운데 번호판 끝자리 수가 홀수인, 절반만 운행할 수 있었습니다. 당국은 오늘 시행 결과를 보고, 2부제 실시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인데요. 연장되면 앞으로 날짜가 짝수로 끝나는 날은 번호판 끝자리 수가 짝수인 자동차만 운행하는 겁니다. 스페인에서 대기 오염 때문에 차량 2부제가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얼마 전 프랑스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겨울철 난방이 시작되면서 매연 배출이 많아져, 세계 곳곳에서 대기오염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는데요. 지난 6일 파리를 포함한 프랑스 수도권 전역에서 차량 2부제를 시행했습니다. 프랑스 당국도 향후 추이를 보면서 2부제 실시 연장을 검토하는 중입니다.
진행자) 중국에서도 대기오염이 심해지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부터 '스모그', 대기오염 경보를 꾸준히 발동하고 있는 베이징시 환경당국은 오늘(29일), 새해 첫날인 다음달 1일까지 지속되는 주황색 스모그 경보를 발령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연말연시 기간동안 베이징 뿐만 아니라 허베이성, 허난성과 톈진 등 중국 북부지역 일대에 짙은 스모그가 낄 것으로 당국은 예보하고 있습니다. 경보 발령과 함께 차량 운행 제한과 공장 가동시간 규제를 비롯한 부가 조치가 이어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