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두 나라 국민들은 서로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깊어가고 있고, 호감도 역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나라 국민들은 또 과반수가 앞으로 한-일 관계가 지금과 변함 없이 나쁠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두 나라 국민들 간의 감정의 골을 치유하기 위해 정치 지도자들이 좀더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북한에 대한 일본인들의 호감도는 혐오감으로 풀이될 수 있는 0.4%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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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요 일간지인 <한국일보>와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오는 15일로 62주년을 맞는 광복절을 기념해 최근 `2006 한-일 국민의식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해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 동북아시아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두 나라 국민들의 서로에 대한 불신은 주변 어느나라 보다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사에서 한국민들은 응답자의 절대 다수인 88.6%가 일본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10.9%에 불과했습니다. 일본 국민들 역시 과반수인 51.2%가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답변했지만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한국민들에 비해 훨씬 많은 43.4%에 달했습니다.
주목할 것은 지난해 같은 여론조사와 비교할 때 일본인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신뢰도는 16%가 줄어든 반면 한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신뢰도는 그나마 1% 정도 높아진 점입니다.
한국민들의 일본을 향한 감정은 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 5개 나라 중 일본을 가장 호감이 덜 가는 나라로 꼽은 데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인들은 중국에 가장 높은 호감을 나타냈고 다음이 미국, 러시아, 북한 등의 순이었으며 일본은 가장 낮은 17.1%에 그쳤습니다. 반면 일본인들은 주변 5개국 중 미국에 대해 70.1%로 가장 높은 호감도를 보였고 이어 한국에 대해 44.5%로 두 번째로 높은 호감도를 나타냈습니다. 일본인들은 대신 북한에 대해서는 가장 낮은 0.4%의 호감도로, 사실상 심한 혐오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북한에 대한 일본인들의 이같은 인식은 핵 문제와 일본인 납치 문제에 이어 최근의 미사일 사태가 터지면서 더욱 나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일본인들의 절대 다수인 87.1%는 북한의 핵에 대해 위협을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또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56.7%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힌 응답자 24.2%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일본인들은 지난해만 해도 압력 (38.0%)보다는 대화 (41.1%)를 통한 북 핵 해결을 다소 선호했었습니다.
한-일 두 나라 관계에서 관심분야를 묻는 질문에 양국민들은 모두 압도적 다수가 독도 영유권 문제를 꼽았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치는 한국인들 88.0%, 일본인들 59.0%로 한국민들이 독도 문제에 훨씬 더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목할 것은 일본인들의 경우 지난해 여론조사에서는 과반수가 독도의 위치도 모르는 등 관심이 없었지만 지난 1년 사이에 한국과 분쟁을 빚으면서 60% 가까이가 독도를 한-일 관계의 최대 관심사로 꼽은 점입니다.
독도 문제를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람들은 한국과 일본 모두 매우 적어서 한국민은 78.8%, 일본인들은 65.3%가 대화를 통한 해결의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독도에 이은 한-일 두 나라의 관심분야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와 한-일 역사 공동연구, 무역 및 경제 교류 등이 꼽혔습니다.
이밖에 앞으로의 한-일 관계 전망과 관련해서도 두 나라 국민들은 모두 지금과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다만 일본인들은 32.4%가 대체로 좋아질 것이라고 답해 장래 전망에 긍정적인 사람들이 한국민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한국일보>는 이와 관련한 사설에서 "한-일 두 나라가 서로 상대국을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 번째 경제협력국으로 여기면서도 감정의 가상공간에서는 반감을 키우고 있는 것은 문제"라면서 "양국 지도자의 각성과 결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한국인들은 일본에 대한 반감과는 별개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인들은 일본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분야는 43.5%로 가전제품이었고 이어 에니메이션과 만화, 자동차, 오토바이, 일본인의 사고방식, 일본 음식, 패션, 일본어, 일본식 경영, 영화 등의 순으로 관심이 높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