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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 태양절 선물에 '시큰둥'


북한은 4월 15일 태양절을 맞아 각종 행사를 열고 선물을 나눠준 것으로 알려줬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당국이 나눠주는 선물에 시큰둥 하다고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는데요. 북한의 ‘선물 정치’를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평양 교원대학 교수로 근무하다 지난 2004년에 탈북한 이숙씨는 과거 북한에 있을 때 김일성, 김정일 생일이 가장 기다려 지는 날이었다고 말합니다. 북한 당국이 이 날을 기해 옷과 학용품을 나눠줬기 때문입니다.

“선물을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다 줬어요. 교복으로부터 학용품까지 일체를, 대학생들은 브래지어까지 줬거든요”

그러나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선물이 나빠지거나 중단됐다고 이숙씨는 말합니다.

“전혀 없고, 김정일, 김일성 생일이 되면 두부나 한 모 주거나 콩나물을 주거나,이렇게 사먹을 수 있는 것을 국영상점에서 저렴하게 사먹을 수 있는 것이 좀 있었어요”

체코 주재 북한 무역대표부 대표를 지내다 남한으로 망명한 김태산씨는 북한에서 ‘선물 정치’가 시작된 것은 김정일 위원장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전에는 선물 제도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이 중앙당에서 사업을 하면서 후계자로 발탁되면서 선물제도가 극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 중반 김정일이 후계자로 내정되면서 당 간부와 군부 그리고 혁명 원로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 공세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고난의 행군’ 시절 일반 주민들에게는 배급을 주지 못하면서도 당간부와 군부 장성들에게는 외국산 옷감, 양주, 금딱지 시계, 천연색 텔레비전, 외제 승용차 등을 하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시 김태산씨의 말입니다.

“제일 큰 선물로서는 김일성 주석의 이름이 새겨진 명함 시계를 주고, 천연색 컬러 텔레비전, 양복지 이런 것들을 주는 선물 노름이 진행됐습니다”

북한은 당간부들에 줄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매년 수백-수천만 달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측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북한은 태양절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수천만 달러 상당의 외국산 옷과 가구, 오락기, 보석 그리고 가죽 제품을 수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평양의 대외보험총국에 근무하다 탈북해 현재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방문 연구원으로 있는 김광진씨는 김정일 위원장의 직속 기관인 노동당 39호실이 외국에서 선물용 사치품을 수입한다고 말했습니다.

“39호실이 가장 많이 버는 외화벌이 기관인데, 벌어들인 돈으로 선물, 호화제품 구입 그런 비밀 사업에 많이 관여하는 것이 39호실이고”

김정일 위원장이 선물을 주는 것은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 주민들은 김 위원장의 선물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다시 탈북자 김태산씨의 말입니다.

“솔직히 북한 사람들의 충성심은 이제 다 가식으로 되는 것이고, 이제 북한 사람들도 다 알기 때문에 사탕과자 한 킬로, 양복지 하나로 눈물을 흘리던 그 시절 인민들이 아닙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편 북한은 이번 태양절을 앞두고 중국에서 자동차 1백 여대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조선일보는 지난 13일 북-중 국경지대인 단둥에서 승용차 1백여 대가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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