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 남북한 관계의 뚜렷한 변화 움직임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와 외교 측면에서 매우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는 31일 중국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세부 일정과 의미를 밝히면서 한-중 경제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한-중 두 나라 지도자가 만나 두 나라의 호혜적 경제이익의 극대화와 경제협력 방안을 총체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중 경제관계는 실제로 1992년 수교 이후 북-중 관계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교역 규모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중 교역 규모는 지난 22년 간 37 배가 증가했습니다. 수교를 맺은 1992년에는 64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천 354억 달러로 늘었습니다.
특히 지난 2000년 이후부터는 교역 규모가 연평균 20%씩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고 분야도 석유화학과 철강, 기계, 정보통신, 자동차와 조선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 한국은 중국의 4대 교역국으로 서로 경제발전에 있어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계는 지난 6월 두 나라가 자유무역협정 (FTA)에 정식 서명하면서 훨씬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31일 한-중 관계가 가까워지는 핵심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경제라며 한-중, 북-중 경제 규모를 비교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신문은 특히 올 상반기 현재 한-중 교역 규모는 북-중 교역 규모 보다 무려 50 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가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북-중 교역 규모는 63억 달러로 전년도 보다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 1월부터 5월까지의 북-중 교역 규모 역시 20억 4천만 달러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가 줄었습니다.
이렇게 남북한을 상대로 한 중국의 교역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는 배경에는 국익을 바탕으로 한 외교적 목적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중국이 미-한-일 3각 공조를 약화시키기 위해 한-중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한국 관리들은 이런 지적을 일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관리들은 미-한 관계는 3만여 명의 주한미군 주둔을 바탕으로 굳건하며 오히려 중국이 한국의 대북정책을 더욱 이해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겁니다.
신문은 한국과 중국의 정상이 과거 북한 정권의 붕괴로 비춰질 수 있는 통일 문제를 직접 논의하고 있으며 미국은 북한에 대한 두 나라의 이런 긴밀한 조율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중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북한이 상대적으로 더욱 고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31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이번이 취임 후 세 번째이며,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여섯 번째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1년 말 집권 이후 시진핑 주석은 물론 외국 정상을 아직 한 번도 만나지 않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행보와 매우 비교되는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그러나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 정권의 붕괴는 여전히 피하려 한다는 관측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