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북한에 머물던 베네수엘라 시인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북한의 실상을 언급해 7년 간 강제구금됐던 사연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현지 언론이 최근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발행되는 ‘디아리오 라 보즈’ 신문이 지난 11일 북한에 수감됐던 베네수엘라 유명 시인의 사연을 길게 소개했습니다.
열혈 공산주의자였던 알리 라메다 씨는 1965년 북한 당국의 초청으로 방북해 김일성 주석의 강연 내용을 스페인어로 번역해 해외에 소개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파트는 물론 기사가 딸린 차량까지 받는 등 특별대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라메다 씨는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북한 주민들이 궁핍한 생활을 하는 등 북한이 자신이 생각했던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곧 이 편지를 몰래 검열한 북한 당국에 의해 체포됐습니다.
정식으로 기소되지도 않은 채 북한 내무성의 좁은 방에 갇혀 1년 동안 길고도 혹독한 심문을 받은 라메다 씨는 2개월의 가택연금 뒤 재판을 받았습니다. 재판에서는 그에게 미 중앙정보국 CIA의 지령을 받고 침투한 비밀공작원이라는 혐의로 노동교화형 20년을 선고했습니다.
라메다 씨는 1974년 9월 석방될 때까지 7년 간 사리원 수용소에 수감됐습니다. 수감 중 하루 12시간씩 차량부품 조립 작업에 투입됐고, 국과 밥을 조금씩 밖에 주지 않아 항상 배가 고팠습니다. 책은 물론 연필과 종이도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미치지 않기 위해 매일 시를 지어 암송했고, 나중에 석방돼 베네수엘라로 돌아간 뒤 이 때 지은 시 100 편을 엮어 ‘슬픔에 젖은 여행객’이라는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라메다 씨는 1995년 11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디아리오 라 보즈’ 신문은 라메다 씨가 숨졌지만 권력자와 다른 생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구금되고 고문을 당한 사실은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비난거리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사람들이 불평을 하는데 익숙하지만, 일부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불평이 전혀 용납되지 않는다며, 라메다 씨가 최고 지도자와 다른 생각을 하다 처벌을 받는 비정상적인 일을 겪었다고 전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