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으로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대학을 졸업한 30대 여성이 펴낸 책이 일본에서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일본을 살아가는 북조선인 리하나의 한 걸음 한 걸음’
올해 초 일본 오사카의 간세이 가쿠인대학을 졸업한 탈북자 리하나 씨가 펴낸 책의 제목입니다.
리 씨는 10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에 관한 일본인들의 극단적인 선입견을 없애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하나] “북한 사람이라고 하면 TV에서 무슨 군중대회를 하고 아리랑같은 메스게임을 하고, 그렇게 로봇처럼 움직이거나 아니면 풀도 없어서 못 사는 꽃제비들이거나 그런 이미지가 강하거든요. 자기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이란 걸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 극단적인 이미지가 아닌 사람 사는 곳의 정, 모습,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얘기하고 이해해 주길 바랬어요.”
리 씨는 18살 때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5년을 보낸 뒤 지난 2005년 일본에 입국했습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일본 내 탈북자는 총 2백여 명으로 모두 1950-80년대 사이 재일 일본인 북송사업의 일환으로 북한에 간 뒤 탈출한 재일 한인과 그 자녀들입니다.
이들 중 처음으로 올해 대학졸업생이 된 리 씨는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리하나] “정말 어떤 면에서는 되게 로봇같은 존재였죠. 제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북한 정권에 뺏기고, 제 머리로 생각하고 제 마음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하나도 없었는데 이렇게 자유로운 나라에 와서 살아보니까 그 게 되게 많이 억울하더라구요. 20년 가까이 제 머리를 완전히 누구한테 조종 당하며 살았다는 걸 생각하니까 되게 억울했고 제 머리를 되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리 씨는 세상을 제대로 알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하나] “세상을 바로 알아야 제 머리로 사고도 할 수 있고 제가 어느 정당에 투표를 해도 제 머리로 생각을 해서 하고 싶은 정당에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착 당시 일본어를 몰랐던 리 씨는 야간중학교를 거쳐 독학으로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대학 입학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유엔난민기구의 난민 학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4년 간 학비를 면제받고 대학에 다니게 된 겁니다.
리 씨는 그러나 대학에 다니면서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하나] “18, 19살 이렇게 어린 일본인 학생들 앞에서 갑자기 나는 탈북자라고 하면 얘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한심스럽고 내가 왜 이러나,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나쁜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내가 탈북자며 북한에서 왔다는 말을 떳떳하게 할 수 없는지…”
리 씨는 아픈 과거라도 자신의 인생에서 분리할 수 없다고 스스로 인정한 뒤에야 그런 혼란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하나] “북한이 아무리 싫고 미워도 거기에는 내가 살아온 18년이란 세월이 있는 거구. 중국에서는 공안에 잡힐까 봐 벌벌 떨면서도 거기에는 내 5년의 인생이 있고, 또 일본에 (한국 국적으로) 7년 이상을 살면서 일본과 한국을 느끼면서 살다 보니까 그 어느 하나라도 떼어놓으면 내 정체성이 자유로워질 수 없고 확고하게 설 수 없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하지만 지금도 북한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리 씨는 말합니다.
[녹취: 리하나] “내가 이렇게 당이 하나 밖에 없는 저런 나라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싶구요. 말이 사회주의지 독재주의 잖아요. 그리고 무슨 왕이 존재하는 시대도 아닌데 저런 세습이 어떻게 가능할까 싶은. 저런 나라에서 살면서 내가 조금도 의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게 참 신기하고 그래요.”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리 씨의 책이 북한의 실체 뿐아니라 탈북자에 대한 일본인들의 부정적 이미지를 깨는 한 개인의 투쟁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을 판매하는 ‘야휴 재팬’과 ‘아마존 재팬’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책에 최고 평점을 주며 리하나 씨의 삶을 격려하는 일본인들의 댓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리 씨는 민간단체에 취업해 자신처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법적으로 돕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살고 있는 친척과 친구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하나] “제가 북한을 나와서 고생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고 일본에 온다고 해서 일확천금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살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인데, 그래도 밖에 나와 살면 내 머리로 내 인생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 열심히 살아야만 하지만 그래도 자유로움을 맛볼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나올 수 없다면 그 세상을 자유로운 세상으로 바꿔 가야 되지 않겠나, 그런 것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일본을 살아가는 북조선인 리하나의 한 걸음 한 걸음’
올해 초 일본 오사카의 간세이 가쿠인대학을 졸업한 탈북자 리하나 씨가 펴낸 책의 제목입니다.
리 씨는 10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에 관한 일본인들의 극단적인 선입견을 없애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하나] “북한 사람이라고 하면 TV에서 무슨 군중대회를 하고 아리랑같은 메스게임을 하고, 그렇게 로봇처럼 움직이거나 아니면 풀도 없어서 못 사는 꽃제비들이거나 그런 이미지가 강하거든요. 자기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이란 걸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 극단적인 이미지가 아닌 사람 사는 곳의 정, 모습,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얘기하고 이해해 주길 바랬어요.”
리 씨는 18살 때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5년을 보낸 뒤 지난 2005년 일본에 입국했습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일본 내 탈북자는 총 2백여 명으로 모두 1950-80년대 사이 재일 일본인 북송사업의 일환으로 북한에 간 뒤 탈출한 재일 한인과 그 자녀들입니다.
이들 중 처음으로 올해 대학졸업생이 된 리 씨는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리하나] “정말 어떤 면에서는 되게 로봇같은 존재였죠. 제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북한 정권에 뺏기고, 제 머리로 생각하고 제 마음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하나도 없었는데 이렇게 자유로운 나라에 와서 살아보니까 그 게 되게 많이 억울하더라구요. 20년 가까이 제 머리를 완전히 누구한테 조종 당하며 살았다는 걸 생각하니까 되게 억울했고 제 머리를 되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리 씨는 세상을 제대로 알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하나] “세상을 바로 알아야 제 머리로 사고도 할 수 있고 제가 어느 정당에 투표를 해도 제 머리로 생각을 해서 하고 싶은 정당에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착 당시 일본어를 몰랐던 리 씨는 야간중학교를 거쳐 독학으로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대학 입학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유엔난민기구의 난민 학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4년 간 학비를 면제받고 대학에 다니게 된 겁니다.
리 씨는 그러나 대학에 다니면서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하나] “18, 19살 이렇게 어린 일본인 학생들 앞에서 갑자기 나는 탈북자라고 하면 얘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한심스럽고 내가 왜 이러나,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나쁜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내가 탈북자며 북한에서 왔다는 말을 떳떳하게 할 수 없는지…”
리 씨는 아픈 과거라도 자신의 인생에서 분리할 수 없다고 스스로 인정한 뒤에야 그런 혼란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하나] “북한이 아무리 싫고 미워도 거기에는 내가 살아온 18년이란 세월이 있는 거구. 중국에서는 공안에 잡힐까 봐 벌벌 떨면서도 거기에는 내 5년의 인생이 있고, 또 일본에 (한국 국적으로) 7년 이상을 살면서 일본과 한국을 느끼면서 살다 보니까 그 어느 하나라도 떼어놓으면 내 정체성이 자유로워질 수 없고 확고하게 설 수 없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하지만 지금도 북한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리 씨는 말합니다.
[녹취: 리하나] “내가 이렇게 당이 하나 밖에 없는 저런 나라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싶구요. 말이 사회주의지 독재주의 잖아요. 그리고 무슨 왕이 존재하는 시대도 아닌데 저런 세습이 어떻게 가능할까 싶은. 저런 나라에서 살면서 내가 조금도 의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게 참 신기하고 그래요.”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리 씨의 책이 북한의 실체 뿐아니라 탈북자에 대한 일본인들의 부정적 이미지를 깨는 한 개인의 투쟁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을 판매하는 ‘야휴 재팬’과 ‘아마존 재팬’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책에 최고 평점을 주며 리하나 씨의 삶을 격려하는 일본인들의 댓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리 씨는 민간단체에 취업해 자신처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법적으로 돕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살고 있는 친척과 친구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하나] “제가 북한을 나와서 고생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고 일본에 온다고 해서 일확천금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살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인데, 그래도 밖에 나와 살면 내 머리로 내 인생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 열심히 살아야만 하지만 그래도 자유로움을 맛볼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나올 수 없다면 그 세상을 자유로운 세상으로 바꿔 가야 되지 않겠나, 그런 것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