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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투먼서 한국계 미국인 교육가 억류 조사


중국 지린성 훈춘시 북한 접경 인근의 출입국사무소. (자료사진)
중국 지린성 훈춘시 북한 접경 인근의 출입국사무소. (자료사진)

북-중 접경도시에서 오랫동안 교육과 인도적 활동을 해온 한국계 미국인이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내에서 장기간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해온 기독교인들을 잇따라 조사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지린성 투먼 (도문)에 있는 두만강기술전문학교의 한덕수 (미국명 피터 한) 교장이 최근 출국이 금지된 채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내 복수의 소식통은 지난주 ‘VOA’에 한덕수 교장과 교직원 여러 명이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에서 당국의 조사를 몇 주 째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관련 교직원들은 모두 투먼 지역을 떠나거나 본국으로 출국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학교는 잠정 폐쇄됐고 분위기도 매우 어수선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덕수 교장은 한국계 미국인 기독교인으로 지난 2002년 투먼에 두만강기술전문학교를 세운 설립자입니다.

소식통들은 한 교장이 오랫동안 연변의 조선족 사회와 북한에 대한 다양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펼쳐 지역사회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원도 원산이 고향인 한 교장은 올해 72살로 한국에서 자란 뒤 1964년 미국으로 이민, 지역복지 관련 공무원과 사회사업가로 활동했습니다. 지난 1998년 은퇴한 뒤에는 같은 한국계 미국인 김진경 박사가 세운 연변과학기술대에서 교수를 지냈습니다.

한 교장이 2002년 미국과 한국 기독교인들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두만강기술전문학교는 현지인들에게 외국어와 컴퓨터, 제과제빵, 미용 기술 등을 가르쳐 왔습니다.

중국 ‘연변일보’는 지난 2009년 이 학교가 학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취업률도 100 퍼센트에 달해 지역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보도했었습니다.

이 학교 교직원들은 대부분 한국과 미국, 영국, 호주, 유럽 등지의 전문직 기독교인들로 짧게는 수 개월에서 몇 년씩 장기간 머물며 학생들을 가르쳐 왔습니다.

이 학교는 특히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도 매우 활발히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한 교장은 라선 등지에 빵과 된장 공장, 비료 공장, 농장을 세우는 등 다양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 탁아소에 수 천 명 분량의 빵과 두유를 급식하고 겨울에는 방한복을 지급하는가 하면 유기농 비료 생산 등 북한의 농업 개선 활동도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교장의 이런 활동은 지난 2005년 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신문에도 자세히 소개됐었습니다.

중국의 한 관계자는 이런 대북 지원 활동이 대부분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한덕수 교장과 학교, 관련 단체인 두만강개발계획의 활동을 중단시키고 주요 직원의 계좌도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 지원을 받는 공장과 농장, 탁아소 등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 5일에는 2008년부터 단둥에서 커피 전문점을 하며 대북 인도적 지원활동을 해온 캐나다인 선교사 가레트 씨 부부를 국가기밀 절취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한 교장과 가레트 씨 부부는 모두 기독교인으로 중국에 오랫동안 거주하며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왜 이 시점에서 이들을 조사하고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중국 정부는 한 교장과 교직원들에 대한 조사에 대해 아직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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