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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북한인권법 시행 10년] 2. 미국은 탈북자들에게 기회의 땅


북한을 탈출해 미국에 난민으로 정착한 조진혜 씨와 모친 한송화 씨(왼쪽부터)가 지난 1월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자료사진)
북한을 탈출해 미국에 난민으로 정착한 조진혜 씨와 모친 한송화 씨(왼쪽부터)가 지난 1월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자료사진)

미국에서 북한주민들의 기본적 인권 보장과 탈북자 보호 등의 내용을 담은 북한인권법이 시행된 지 오는 18일로 10년이 됩니다. 저희 VOA는 북한인권법 시행 10주년을 맞아 북한인권법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보는 기획보도를 세 차례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북한인권법을 근거로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얘기를 전해 드립니다. 보도에 이연철 기자입니다.

[녹취: 탈북자 김 모씨] “저는 중국에서 9년 동안 살았거든요. 9년 살고 있으면서 미국에 가는 게 맞다, 그래서 미국을 선택해서 중국을 떠나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해서 들어왔거든요.”

지난 7월 말 탈북자 김 모 씨 가족 일행 4명이 미국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태국의 난민수용소에 9개월 동안 수용됐던 이들은 최종 난민심사를 통과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국가인 미국에 정착하게 된 겁니다.

김 씨는 태국의 수용소에서 장기간 기다리는 것이 힘들어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자신은 아이들을 위해 참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 모씨] “저 같은 경우는 아이들이 둘 씩이나 있잖아요. 아이들의 장래를 보고 미국으로 왔거든요.”

이제 미국에 온 지 석 달 째 접어든 김 씨. 낯선 미국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적어도 중국에 숨어 살 때처럼 잡혀갈 걱정은 없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자신이 잘 견뎌내고 차차 문제들이 해결되면 좋은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998년 처음 탈북한 뒤 네 번이나 강제 북송을 당하면서 중국에서 10년 가까이 살고 있던 탈북자 조진혜 씨는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 행을 꿈꾸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진혜] “저는 중국 청도에 있을 때 인권법안이 통과됐다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그 소리를 듣고 신문을 읽으면서 어머니하고 너무 좋아서 희망을 가졌어요.”

조 씨는 중국에서 미국 행을 준비하던 중에 공안에 체포돼 수감된 상황에서도 미국으로 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8년 3월, 조 씨는 마침내 어머니, 동생과 함께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조 씨는 미국에 온 뒤 고등학교와 2년제 공립 대학인 커뮤니티 칼리지를 마쳤고,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많은 일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진혜] “처음에는 간병사 회사 코디네이터로 일하면서 중국어 한국어 영어 마케팅 쪽으로 일을 해 왔고요, 또 치과에서도 일을 했고요, 또 학교 끝나면 자원 봉사로 얘기 보모도 했었고, 또 주말 같은 경우는 세탁소에서 일을 하고 있고요”

조 씨는 또한, ‘재미 탈북민 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미국 정착 초기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들을 돕고 있습니다.

조 씨는 탈북자들이 다른 나라 난민들에 비해 미국 정착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정착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조 씨는 다른 나라 출신 난민들에 비해 미국에 들어오는 탈북난민의 수가 너무 적은 점이 아쉽다며, 미국 정부가 탈북자들에 대한 심사기간을 단축해 더 많은 탈북자들이 미국에 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녹취: 조진혜] “앞으로 이 법안에 기초해서 좀 더 활발하게 탈북자들을 좀 더 많이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그런 부탁 드리고 싶어요”

현재 신학교에 다니고 있는 조 씨는 신학교를 마친 뒤에는 선교사가 돼서 북한이 개방되면 북한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것이 궁극적인 꿈이라며, 지금은 그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10년 전인 지난 2004년 10월 18일 발효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탈북자들이 미국에 난민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에 들어온 탈북자들은 정착하는 지역의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미국 생활에 필요한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들은 정착하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약 8개월 동안 1백-3백 달러 정도의 현금과 의료보험, 식품구입권 등을 제공받고 있습니다.

또한, 탈북자들은 미국에 정착한 지 1년이 지나면 영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영주권을 받을 수 있으며, 그로부터 5년이 지나면 미국 시민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 국무부 집계에 따르면, 김 씨와 조진혜 씨 가족처럼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이후 난민 자격을 받아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모두 1백 71명입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이들의 숫자 외에는 다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미국 내 탈북자 단체인 미주 자유북한인 연합회의 박철 회장은 처음에는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 사이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아 상황을 알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철 회장] “ 처음 미국에서 탈북민들을 받아주기 시작했을 때 몇 년 동안은 교류가 잘 안됐어요. 그러다 점차적으로 우리가 세상을 모르고 살았구나, 이 세상은 이렇게 넓고 자유스러운 국가라는 걸 알게 되면서 서로 연락하고 교류를 하기 시작했어요”

박 회장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북한인권법을 근거로 미국에 들어온 탈북자들은 동부의 뉴욕과 버지니아, 중서부의 일리노이, 남부의 텍사스, 서부의 캘리포니아와 오레곤 주 등 미국 전역에 퍼져 있습니다.

연령별로는 20-30대가 가장 많고 40대, 50대, 60대 순입니다.

박 회장은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대부분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철 회장] “ 일단은 자유 세상에 와서 자기 직업을 가지고, 집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고… 또 자유 세상에 나와서 자식들을 잘 키워야 되겠다.. 우리가 못한 걸 자식들에 시키는 거죠”

박 회장은 미국에 온 탈북자들이 처음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세탁소와 건설 현장, 식당 종업원 등 주어지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에서 간호학이나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 나중에 통일이 되면 북한에 가서 주민들을 위해 활동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는 겁니다.

박 회장은 미국이 탈북자들에게도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철 회장] “한국 보다는 미국에 더 기회가 많은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미국은 자기만 노력하게 되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기 때문에 꿈을 가지고 와서 열심히 사시면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회장은 탈북자들이 미국에 오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에 가는 것보다 몇 배 더 기다려야 하는 과정상의 어려움이 있지만,그 과정을 견디고 미국에 온다면 분명히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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