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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한국계 미국인 의사, 방북 경험 담은 자서전 출간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해 가족을 만나고 돌아온 한국계 미국인 의사 황기선 박사가 펴낸 자서전 '볼 꼴 못 볼 꼴 다시 보고싶지 않은 꼴' 책표지.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해 가족을 만나고 돌아온 한국계 미국인 의사 황기선 박사가 펴낸 자서전 '볼 꼴 못 볼 꼴 다시 보고싶지 않은 꼴' 책표지.

매주 화요일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투데이 풍경’입니다.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해 가족을 만나고 돌아온 한국계 미국인 의사가 자서전을 펴냈습니다. 북한을 제대로 알자는 이유에서 책을 썼다는데요.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뉴스 풍경 오디오 듣기] 한국계 미국인 의사, 방북 경험 담은 자서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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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북부 오레곤 주 포틀랜드에 거주하는 한인 황기선 박사는 지난 1982년부터 2012년까지 수 차례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한국에서 카톨릭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온 후 평생을 의사로 살아 온 황 박사는 10여 년 전 은퇴한 이후 미국 의료선교단체를 통해 매년 두 차례 북중 국경지역 `강변’으로 진료여행도 떠나고 있습니다.

[녹취: 황기선] “강변이라면 우리가 북한하고 한국의 경계를 두만강 압록강. 강변에 탈북자들이 숨어서 살아요. 우리는 그래서 강변 진료 다니면서 숨어서 사는 사람을 일일이 다니면서 탈북자들이 그때 우리가 진료를 나가면 찾아 나와요. 선교사들이 그런 때까지 다 들어가 있고..”

황 박사가 자비를 들여 탈북자 진료여행을 시작한 건 고향 사람들에 대한 애정 때문입니다.

황해도 해주 출신인 그는 북한이 625 전쟁을 준비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고 말하는데요 황 박사는 한국전쟁으로 네 명의 형제는 북녘 땅에 그리고 남한으로 따로 넘어온 아버지와 우여곡절 끝에 만나 한국에서 의사가 될 때까지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나 네 명의 자식을 그리워하던 아버지는 아비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아픔을 유언으로 남겼고 황 박사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나머지 북에 있는 형제들을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지난 1982년부터 북한에 들어가 형제들을 만났습니다.

[녹취: 황기선] “형제들을 다 놔두고 나 혼자 내려왔어요. 처음에는 우리 아버지하고 내려오다가 사형장에 끌려가고.. 너까지 죽이겠다 해서 그래서 내가 나중에 아버지를 찾아서 인천으로 가서.. 구두닦이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그렇게 30년 동안 7차례 북한에 들어 형제를 만나는 동안 두 형제는 먼저 떠나 보냈고 80노인이 되가는 자신도 인생의 황혼녘에서 지난 2012년을 마지막으로 남은 두 명의 형제를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올해 80살인 황 박사는 당시 두 형제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속으로 “이게 마지막 북한 방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기선] “면역이 됐어요. 밤낮 헤어지고 밤낮 만나고 하니까..또 올께 하고 왔죠. 하하하 근데 속으론 이게 마지막이겠구나.. 했죠.”

그렇게 마음으로 이별하고 돌아온 황기선 박사는 이런 이야기들과 자신이 경험한 북한을 자서전 ‘볼꼴, 못 볼꼴 다시보고 싶지 않은 꼴’에 담았습니다.

수 차례 북한을 방문하면서 가족의 안전 때문에 침묵을 지켜왔지만 이제는 70살을 넘긴 두 명의 형제와 자신이 살만큼 살지 않았냐며 더 늦기 전에 책을 썼다는 건데요, 책을 낸 목적은 이렇습니다.

[녹취: 황기선] “제목이 북한의 속 이야기였어요. 북한에 많이들 다녀왔잖아요. 그 사람들이 항상.. 북한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관광지를 얘기하는 거예요. 평양에 다녀와서 북한에 다녀왔다고 하지 말라, 말을 합니다.. "

황 박사는 최근 한국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강제출국 당한 한국계 미국인 신은미 씨와, 평양과기대에서 6개월 동안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책으로 펴낸 작가 수키 김 씨를 비교하며 북한을 제대로 알기란 쉬운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황 박사는 신 씨의 경우 북한에서 좋은 대접을 받은 모습만 다뤘을 뿐 제대로 북한을 보지 못했다며, 자신은 수키 김 씨가 책에서 지적한 평양과기대 학생들의 진실하지 못한 면 등에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신 씨가 돌아본 북한 지역들을 자신도 다 둘러봤다며, 같은 장소를 가도 북한을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 가지 사례로 북한의 탁아소를 본 신 씨는 북한 아이들이 평화롭게 노는 모습을 강조했지만 자신은 1주일 동안 탁아소에서 먹고 자면서 아이들이 받는 사상교육에 소름이 끼쳤다고 황 박사는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절대로 마음을 터놓지 못할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황 박사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제대로 알려면 평양이 아닌 지방에 가봐야 한다며, 북한 사람들도 원하는 곳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도록 여행의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쟁 경험과 이산가족의 아픔, 의사로서의 삶과 북한 방문기를 담은 책 ‘볼꼴 못 볼꼴 다시 보지 못할 꼴’ 에 대해 황 박사는 자신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자서전이라며, 책을 펴낸 이유도 북한에 대한 자신의 바람도 바로 ‘소통’이라고 말했습니다.

황 박사는 자서전을 통해 한 가지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기선] “인민군이 13년 형을 받은 노예이다. 인민군 다 강력한 부대 아니예요. 정말 형편없이 고생해요. 아버지가 죽어도 몰라요. 제대로 알자는 거예요, 방법은 육로를 열어서 소통을 하자는 거예요. (북한에 사는) 동생들도 (서로) 몇 년에 한번 만날까 말까예요. 우선 소통이 되야 겠다고 생각해요”

북한 주민들이 서로 오가며 소통하고 남북한 주민들도 육로로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이 자신의 바람이라는 겁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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