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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미 한인 여대생, 탈북자 대안학교 교사 체험


미국 한인 2세 수지 오 씨가 영호남 지역 첫 탈북자 대안학교인 장대현 학교의 첫 영어교사로 부임해 가르치고 있다.
미국 한인 2세 수지 오 씨가 영호남 지역 첫 탈북자 대안학교인 장대현 학교의 첫 영어교사로 부임해 가르치고 있다.

매주 화요일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투데이 풍경’입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인 여대생이 한국 내 탈북자 대안학교에서 탈북자 학생들과 생활했습니다. 이 학교에는 한국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거나 중국에서 막 입국한 청소년들이 생활하고 있는데요,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뉴스 풍경 오디오 듣기] 미 한인 여대생, 한국 대안학교 교사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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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탈북자 대안학교에서는 탈북 학생들이 한국 교육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학생들의 과거 상처 치유에 중점을 둔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탈북자 대안학교들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 몰려있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탈북 학생들에게는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영남과 호남 지역의 첫 탈북자 대안학교 ‘장대현학교’ 가 개교해 이 지역 탈북 학생들에게 희소식이 됐습니다.

지난 2일 새 학기를 시작한 장대현학교의 학생 수는 모두 17명. 남학생 7명과 여학생 10명에, 14세 중학생에서 24세 고등학생까지 재학 중인데요 이 학교 임창호 교장은 학생들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녹취:임창호 교장] “여기에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 학교에서 적응을 못했거나 중국에서 바로 들어온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기숙사에서 24시간 생활하는 학생들을 위해 4명의 전임 교사와 20여 명의 시간제 교사들이 일반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목 외에 독서토론, 통일교육, 법과 사회, 텃밭가꾸기 등 10여 개가 넘는 대안교과목을 가르칩니다.

미국 버지니아 주에 거주하는 수지 오 씨는 지난해 3월 장대현 학교 개교 이후 첫 영어교사로 부임했는데요, 우연한 기회에 이 학교와 인연을 맺었다고 `VOA’에 말했습니다.

[녹취:수지 오] “친구 아버지가 임창호 교수님이세요. 얘기 듣고 꽂혔죠.”

조지워싱턴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면서 한반도 분단 상황과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오 씨는 2013년 하나원에서 5개월 간 일한 경험과 어린 시절 우연히 탈북자를 만난 경험이 전부였지만 큰 바람이나 기대감 없이 막연한 호기심으로 교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고 싶어 학생들과 소통하기보다 가르치는 일에 집중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수지 오] "한국에 사는 학생들의 공부 수준에 쫒아가야 하니까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제가 더 급하게 느꼈던 거 같아요. 학생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큰데, 근데 그 바람이 너무 컸던 거 같아요. 기대가 높아서 아이들이.. 왜 선생님은 이런 걸 배우게 하는지 이해도 못했고. 이럴 왜 해야 해요? 왜 배워야 해요.. 벽이 있더라고요?”

오 씨는 영어교육 외에 자신의 전공을 살려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지만 학생들은 별 흥미를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오 씨는 이를 계기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호기심을 갖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였고, 밤마다 학생들과 일대일로 만나 과외수업을 하며 교제를 나눴는데요, 교사 생활 한 달 만에 아이들과 새로운 관계로 접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수지 오] “아이들의 꿈이 뭐고, 또 무슨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된 거 같아요. 어느 식으로 다가가야 하는지도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1:1로 얘기하고 .. 애들의 과거 얘기도 많이 듣고…그 시간을 통해 감정적인 부분에서 조금 더 가까워졌어요.”

오 씨는 탈북 학생들이 어린 나이에 힘든 시간을 보낸 탓에 안 그래도 감성이 예민한 사춘기 학생들끼리 잘 어울리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는 모습을 봤다며, 탈북 학생들은 가족과 통일에 대한 신념과 책임감이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장대현학교 임창호 교장은 오 씨가 학교의 첫 영어교사로 너무 좋은 선례를 남겼다며, 그가 학생들과 함께 한 5개월이 학생들에게 큰 치유와 배움이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 씨와 같은 미국 원어민 영어교사와 학생들의 만남에 큰 의미를 뒀습니다.

[녹취: 임창호 교장] “영어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고 미국에 대해 원수로 배우고 자란 아이들에게 미국 선생님을 통해 세상을 올바르게 보는 시각을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미국인 부부가 영어교사로 와 있습니다.”

장대현학교를 떠난 지 반 년이 지난 지금 오 씨는 하나원과 장대현학교를 거치기까지 적잖은 번민의 시간이 있었다고 말했는데요, 남북 분단 역사가 만들어낸 현실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 때문이었습니다.

오 씨는 그 책임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나라에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전쟁 후 남북한 국민들의 불평등한 삶, 탈북자들의 인권 문제 역시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인인 자신의 몫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장대현학교 교사 시절 당시 한국 대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을 알게 된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당시 대학생들은 “통일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학생들의 과반수가 원치 않는다고 대답했다는 것입니다.

오 씨는 또 자신에게 “왜 탈북자들에게 그렇게 관심을 갖느냐"는 지인들의 물음에 대해서도 떠올렸습니다.

`남북한이 한 민족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오 씨의 대답입니다.

오 씨는 짧지만 자신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알게 해 준 소중했던 5개월의 시간을 떠올리며 학생들을 그리워했는데요, 학생들을 통해 오히려 자신이 아픔을 치유 받았다며 울먹였습니다.

[녹취:수지 오] “ 보고 싶어요, (울음) 오히려 제가 치유의 시간이었어요..(울음) 강한 아이들이니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까지 힘들었고 앞으로도 힘든 시간이 오겠지만 힘든 시간을 보낸 만큼 너희는 강하니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요.,”

VOA 뉴스 장양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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