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보스턴 테러 사건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요즘 보스턴 테러 사건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인데요. 먼저 어떤 사건인지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다음 달이면 사건이 발생한 지 만 2년이 되는데요. 2013년 4월 15일, 보스턴 마라톤 경기 도중에 일어난 사건이 바로 보스턴 테러입니다. 관람객들이 모여 있던 마라톤 결승선 근처에서 사제 폭발물 두 개가 터지면서, 3명이 숨지고 260여 명이 다쳤습니다. 부상자 가운데 16명이 다리를 잃는 등, 중상자가 많았습니다.
진행자) 사실 보스턴 마라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연례 마라톤 행사 아닙니까? 당시 많은 사람이 마라톤을 구경하러 나왔다가 변을 당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보스턴 마라톤은 내년이면 120 년째가 되는데요. 전 세계 마라톤 애호가 수만 명이 참가하는 아주 전통 있는 대회입니다. 보스턴 마라톤은 매년 페이트리엇츠 데이(Patriots’ Day), ‘애국자의 날’에 열리는데요. ‘애국자의 날’은 미국 독립전쟁의 첫 전투였던 렉싱턴 전투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보스턴이 있는 매사추세츠 주와 인근 메인 주에서는 이날이 공휴일입니다.
진행자) 학교가 쉬는 날이니까, 그날 관람객들 가운데 어린 학생들도 많았던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보스턴 테러로 숨진 사망자 세 명의 신원을 보면, 20대 여성 두 명과 8살 남자아이였는데요. 한 여성은 보스턴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중국인 유학생이었습니다. 또 다른 여성은 매년 빠짐없이 보스턴 마라톤을 관람한 보스턴 지역 토박이였는데요. 이날도 예년과 다름없이 구경 나왔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숨진 남자아이는 “더 이상 사람을 해치지 마세요”라고 쓴 포스터를 들고 예전에 사진을 찍은 일이 있는데요. 사건 뒤에 이 사진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람들을 더 안타깝게 했습니다. 평화를 기원하는 소년이었는데, 폭력에 희생됐다는 거죠.
진행자) 이렇게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당시 테러 현장을 목격한 증인들의 증언을 들으면, 상당히 참혹했다고 하죠.
기자) 네, 요즘 재판에서 목격자 증언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당시 참상은 동영상과 사진으로도 전 세계에 잘 알려졌습니다. 당일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 50분경에 사건이 일어났으니까, 이때는 우승자를 포함해서 상위권 선수들은 이미 들어온 뒤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일반인 선수들이 달리는 중이었는데, 결승선 바로 근처에서 폭발물이 터진 겁니다. 첫 번째 폭발물이 터지고 바로 몇 초 뒤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두 번째 폭발물이 터졌죠. 당시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첫 번째 폭탄이 터진 뒤에 사람들이 놀라서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두 번째 폭탄이 연이어 터지는 장면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테러범들은 압력밥솥에 폭발물과 금속, 여러 파편을 채워 넣은 사제 폭탄을 사용했는데요. 볼베어링(ball bearing)이라고 강철 구슬로 만들어진 금속을 집어넣어서, 피해가 더 컸다고 합니다.
진행자) 테러범들이 어떻게 폭발물을 숨겨 들어간 거죠?
기자) 배낭 속에 숨겨갔는데요. 관람객들 사이에서 구경하는 척하다가, 슬쩍 배낭을 내려놓고 자리를 뜬 겁니다. 마라톤이 일반 거리에서 벌어졌고, 관람객들 가방을 일일이 검색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경찰이 미리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이 사건이 일어난 게 4월 15일이었는데, 그래도 상당히 빨리 용의자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죠?
기자) 네, 보스턴 테러 사건 조사에 1천 명이 넘는 수사 인력이 동원됐는데요. 사건 현장 인근의 보안 카메라에 찍힌 동영상을 샅샅이 뒤진 결과, 용의자들의 얼굴 사진을 확보했습니다. 젊은이 두 명이 처음에는 배낭을 메고 있었는데, 나중에는 배낭 없이 사건 현장을 떠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힌 겁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18일에 카메라에 찍힌 이 용의자들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었는데요. 사진 공개 당시에는 용의자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는데, 곧 타메를란 차르나예프와 조하르 차르나예프, 키르기스스탄 출신 형제로 신원이 밝혀졌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그 날밤에 바로 용의자들을 찾아낼 수 있었죠.
기자) 맞습니다. 18일밤, 보스턴의 한 대학에서 경찰관 한 명이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바로 차르나예프 형제가 경찰관의 무기를 빼앗으려다 살해한 겁니다. 차르나예프 형제는 이어서 한 운전자를 위협해 은행에서 돈을 찾게 하고 차를 얻어 타고 다녔는데요. 잠시 주유소에 들렀을 때, 이 운전자가 몰래 빠져나와 신고하면서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게 됐습니다.
진행자) 형은 죽고 동생만 잡혔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경찰은 자동차 주인이 놓고 내린 손전화를 추적해서 차르나예프 형제의 위치를 찾아냈습니다. 그 날밤 경찰이 이들을 발견하고 총격전을 벌였는데요. 형이 자동차 밖에 나와서 경찰과 몸싸움을 하는 동안에 동생이 자동차를 몰다가 형을 치었습니다. 형 타메를란은 이미 심하게 총상을 입은 데다가 자동차에 깔리기까지 하면서 결국 사망했습니다.
진행자) 그 다음날 도망간 동생 조하르를 찾기 위해서 대대적인 수색 작전이 벌어졌지 않습니까? 학교도 문을 닫고, 도시가 완전히 폐쇄되다시피 했는데요. 그때 신문에 난 보스턴 거리의 사진을 보니까, 무슨 죽은 도시 같더라고요.
기자) 네, 텅 빈 거리에 경찰차만 다녔고, 장갑차까지 등장했죠. 군과 경찰이 다 동원돼서 조하르를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통행금지령을 해제했는데, 그 다음에 주민 신고가 들어온 겁니다. 뒷마당에 보트(boat), 그러니까 작은 배를 세워두고 가리개로 덮어놓았는데, 그 안에 누가 있는 것 같다고 말입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조하르를 체포했는데요. 당시 조하르는 앞서 벌어진 총격전에서 심한 상처를 입고, 배 안에 숨어 있었습니다.
//Sting//
진행자)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미국 뉴스 따라잡기 듣고 계십니다. 보스턴 테러 사건 알아보고 있는데요. 보스턴 테러 사건의 범인으로 알려진 차르나예프 형제, 원래 어떤 사람들이었습니까?
기자) 네, 당시 형 타메를란은 만 26살이었고요. 동생 조하르는 19살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구소련의 키르기스스탄에서 태어났는데요. 2000년대 초에 부모를 따라서 미국으로 왔습니다. 체첸계로 이슬람 신자입니다. 형 타메를란은 아마추어 권투선수 출신으로 테러 당시 이미 결혼한 상태였고요. 아내와 어린 딸이 있었습니다. 타메를란은 2년제 대학을 중퇴하고 직장도 잘 구하지 못하는 등 좀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동생 조하르는 테러 당시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았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런 범행을 저지른 걸까요?
기자) 두 사람은 극단주의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생 조하르는 경찰의 눈을 피해 배 안에 숨어 있을 때, 미국이 이슬람 국가들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에 대한 보복으로 보스턴 테러를 계획했다는 메모를 썼다고 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어떤 테러단체의 지령을 받은 것은 아니고요. 단독으로 테러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고 합니다. 사제 폭탄 만드는 방법도 인터넷을 보고 배웠다고 하네요.
진행자) 지금 보스턴에서 동생인 조하르 차르나예프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 1월에 재판이 시작됐는데, 이제야 재판이 열리게 된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테러 사건으로 분류되면서 수사 과정이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지난해 11월에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었는데, 증거물을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해서 올해 1월로 연기됐던 겁니다.
진행자) 조하르 차르나예프, 지금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그 근거가 뭐죠?
기자) 네, 조하르는 대량살상 무기 사용 등을 포함해서 30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 모두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차르나예프가 무죄를 주장할 것이란 점은 언론 보도나 전문가 얘기를 통해서 이미 예상됐던 일인데요. 형인 타메를란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범행을 저질렀다, 형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다, 그런 주장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조하르가 유죄 평결을 받는다면, 사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보스턴 마라톤 사건, 사실 오바마 행정부 들어서 미국 본토에서 처음 발생한 테러라고 할 수 있는데, 당시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며칠 뒤에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보스턴을 방문했고요. 테러 위협에 강경하게 대처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보스턴 테러가 발생한 지 2년이 다 돼가는데, 보스턴 주민들 표정은 어떻습니까? 평온을 좀 찾았나요?
기자) 네, 작년 보스턴 마라톤도 예정대로 진행했고요. 올해 마라톤은 4월 20일로 예정돼 있는데, 역시 그대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특히 작년에는 대회를 며칠 앞두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는데요. 2012년에 테러 때문에 마라톤을 완주하지 못한 5천여 명은 지난해 자동으로 참가 자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네, 부지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