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부지영 기자와 함께 애국법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수요일에 자유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면서, 이제 이 법안의 운명은 상원 손에 달리게 됐는데요. 자유법이 무엇인지 알려면, 먼저 애국법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자유법안은 기존의 애국법을 대체하기 위한 법안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애국법은 2001년에 만들어진 법인데요. 이 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행자) 2001년이라면 9.11 테러가 일어난 해죠.
기자) 맞습니다. 9.11 테러는 미국 땅에서 일어난 최악의 테러 사건인데요. 2001년 9월 11일 아침, 테러 단체 알카에다 소속 테러범들이 민간 항공기 4대를 납치해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과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에 충돌하는 등 동시다발 테러를 일으킨 겁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쌍둥이 건물,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건물 두 동이 완전히 무너졌고요. 국방부 건물도 크게 파괴됐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항공기 승객들을 포함해서 3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죠.
진행자) 네, 정말 영화에나 나올 만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던 거죠. 텔레비전으로 뉴스를 보면서 제 눈을 의심했을 정도니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만약에 이런 일이 북한에서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면, 북한 주민들 분위기가 어떻겠습니까? 예를 들어서 북한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만수대 김일성 부자의 동상이 테러범들에 의해서 폭파되고 동상에 참배하러 왔던 주민 수천 명이 숨진다면요?
진행자) 당연히 큰 충격을 받겠죠?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별개로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주석을 신처럼 숭배한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만수대 김일성 부자의 동상은 북한의 상징 같은 거라고 들었습니다.
기자) 네, 세계무역센터나 국방부 건물도 미국에서 보면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는 미국 금융의 상징이었고 다른 하나는 안보의 상징이었는데요. 그런 건물들이 무너지고 파괴되니까 미국이 공격 당했다고 하면서, 많은 미국인이 분노했고요. 미국인들 사이에 두려워 하는 분위기가 퍼졌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미 의회가 서둘러서 통과시킨 게 바로 애국법인데요. 9.11 테러가 일어난 지 6주 만이었습니다.
진행자) 애국법이란 이름만 들어도 느낌이 오는데요. 테러를 막고 미국을 지키기 위한 법이 애국법이죠?
기자) 맞습니다. 이 법의 영어 이름인 USA PATRIOT ACT는 ‘테러 행위를 차단하고 방지하는 데 필요한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미국을 단결시키고 강하게 하는 법’이란 말의 머리글자를 딴 겁니다. 그러니까 반테러법, 테러 방지법이 바로 애국법입니다.
진행자) 어떤 식으로 테러를 막기로 한 건지, 애국법 내용을 좀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애국법은 국내 보안 증진과 감시 절차 강화, 국제 돈세탁 금지, 국경 보호, 테러 조사에 대한 장애물 제거, 테러 피해자 지원, 주요 사회기반 시설 보호를 위한 정보 공유 확대, 테러 관련 형사법규 강화, 정보 능력 향상 등 모두 10편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테러 방지를 위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으로 테러범을 색출하기 위한 감시를 강화하고요. 테러 단체가 테러에 쓸 자금을 조성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국제 돈세탁을 금지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습니다.
진행자) 9.11 테러 사건의 범인인 알-카에다 단원들이 미국 내 비행학교에 다니면서 조종술을 익혔다고 하던데요. 애국법에 국경 보호 부분이 강조돼서 나오는 게 그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기자) 맞습니다. 법무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이 협의해서, 미국 내 고등 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외국 학생들의 신원 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들어있는데요. 테러 단체 단원이나 테러 단체를 지원하는 사람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조항도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랍인들과 이슬람 신자들에 대한 차별을 규탄하는 내용도 있는데요.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 사이에 아랍 사람들이나 이슬람 신자들을 안 좋게 생각하고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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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미국 뉴스 따라잡기 듣고 계십니다. 애국법 알아보고 있는데요. 조금 전에 살펴본 대로 애국법에 많은 내용이 들어 있지만,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2편에 들어 있는 감시 절차 강화 내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애국법 215조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215조는 외국정보감시법 아래서 기록이나 다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애국법 215조를 얘기할 때, 에드워드 스노든을 빼놓을 수가 없죠.
진행자) 에드워드 스노든은 2년 전에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감청 계획을 폭로해서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죠.
기자) 맞습니다. 스노든의 폭로로 NSA가 전화 통화 기록이나 전자우편과 팩스를 주고 받은 기록 등 개인 정보를 무차별 수집한 사실이 밝혀져서 문제가 됐는데요. 동시에 애국법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런 NSA의 정보 수집 활동이 바로 애국법 215조를 근거로 했기 때문입니다. 215조 내용을 보면요. 외국 정보 수집이나 국제 테러 수사에 필요한 경우, 미 정보 당국이 기업이나 개인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진행자) 원래 이런 기록을 수집하려면 법원 영장이 있어야 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기존의 외국정보감시법 아래서는 수사 대상이 외국이거나 외국 기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구체적 사실을 제시하게 돼 있었는데요. 애국법 215조는 ‘안보와 관련해서 수사할 필요성이 있을 때’도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장 발부 규정을 대폭 완화한 건데요. NSA 같은 미 정보 당국은 애국법 215조를 근거로 영장 없이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이기까지 한 겁니다. 최근 이와 관련한 소송에서 NSA에 불리한 판결이 나왔는데요. NSA가 영장 없이 개인 기록을 수집한 건 불법이라고 미 연방 항소법원이 판결한 겁니다. 그리고 또 문제가 되는 건요. 애국법이 정보 수집 대상도 크게 확대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기업이나 단체만이 아니고, 개인 정보도 수집할 수 있게 한 거죠?
기자) 맞습니다. 애국법 이전에는 공공 수송수단이나 대중 숙박시설, 차량 임대회사 등이 보유하고 있는 기록에 국한됐었는데요. 애국법 아래서는 그런 제한이 없습니다. 또 정보를 수집 당하는 기관이나 사람이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게 막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테러 방지를 위해서 외국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요건을 크게 완화한 건데요. 그동안 미 정보 당국이 이 법을 근거로 해서 외국 정보뿐 아니라, 미국인들에 대한 정보까지 광범위하게 수집해 왔던 거고요. 그러면서 개인의 사생활 침해다, 불법이다, 헌법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하원에서 이런 내용을 수정한 자유법안이 통과된 건데요. 이 법안은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만, 일반 시민의 통신 기록을 수집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제 상원에서도 같은 법안이 통과돼야만, 자유법이 법으로 발효되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상원에서는 공화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자유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워낙 거세서요. 과연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치 매커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같은 강경파는 애국법을 조금도 수정하지 않고 연장하길 바라고 있는데요. 의회에서 애국법 연장을 위한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한, 애국법은 6월 1일부터 효력을 잃게 됩니다.
진행자)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 애국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