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엘리트 출신 탈북자가 네덜란드의 대학교에서 북한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북한의 실제 모습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남공작기구인 통일전선부 출신 탈북자인 장진성 씨가 네덜란드의 명문 레이덴대학에서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북한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장 씨는 시인으로, 한국의 북한전문 인터넷 매체인 `뉴포커스'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녹취:장진성 대표] “오늘 이 시간에는 당이 어떻게 북한에서 권력중심적 역할을 하는가, 그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장 대표는 지난 3월12일 북한 노동당의 조직체계에 대한 설명으로 첫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강의는 이어 김 씨 3대세습 권력구조와 북한의 감시체제인 인민반, 북한의 선전선동 체제, 노동당과 군의 관계 등을 주제로 지금까지 다섯 차례 계속됐습니다.
‘북한인이 하는 북한학’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장 대표의 강의는 오는 9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학교 측은 장 대표의 모든 강의를 인터넷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투브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탈북자가 해외 대학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특강을 한 적은 많지만, 정규 강의를 맡은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앞서 한국에서 ‘탈북자 출신 1호 박사’로 알려진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이 1999년에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초빙교수를 지냈고, 평양사범대학 교수 출신의 탈북자인 김현식 교수가 2003년에 미국 예일대학에서 초빙교수를 지냈습니다.
레이덴대학은 올해 초 장 대표를 초빙교수로 임명하면서 그가 북한 정권의 내부체제에 대한 강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해외 대학에서 이런 강의가 진행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대학의 렘코 브뢰커 한국학 교수는 첫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장 대표의 강의가 북한을 속속들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브뢰커 교수] "You will getting a very complete and unique perspective of North Korea……"
장 대표의 강의가 북한에 대해 완전하면서도 독특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 16세기에 설립된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인 레이덴대학은 지난 1989년 한국학과를 개설했습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한국학과가 있는 이 대학은 특히 지난해 북한 정권의 통치 원리와 기능을 주제로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등 북한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장 대표는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실제 북한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장진성 대표] “저는 외부세계에서 보는 가상의 북한이 아니라 실제적인 북한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비유하자면 계란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당이라는 노란자위를 보지 못하고 껍데기만을 보려고 했습니다.”
장 대표는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통일전선부에서 대남심리전 업무를 담당하다가 지난 2004년 북한을 탈출했습니다.
한국 입국 후 2010년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라는 시로 유명한 장 대표는 미국의 세계적인 출판사인 랜덤하우스를 통해 ‘경애하는 지도자에게’의 영문판 ‘디어 리더’를 출판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