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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특집] 2. 백호 게릴라 부대 활약상과 말콤 전 대령의 회고


한국전쟁 당시 8240 부대가 북한에서 가져온 북측 군인의 노동당원증. 말콤 전 대령이 미 공수특전박물관에 기부한 물품.
한국전쟁 당시 8240 부대가 북한에서 가져온 북측 군인의 노동당원증. 말콤 전 대령이 미 공수특전박물관에 기부한 물품.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어제 (25일)로 65주년이 됐습니다. 북한 군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은 3년 간 계속되면서 수 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미군 역시 3만6천여 명이 전사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의 혼란 중에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거나 중요한 전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숨겨진 영웅들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미군 소속으로 게릴라전에 투입된 8240부대는 혁혁한 전공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최근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 ‘VOA’ 방송에서는 6.25전쟁 65주년 특집으로 어제부터 8240부대에 관해 소개해 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두 번째 마지막 순서로 백령도 인근에서 활동하던 백호부대의 활약상과 이 부대 훈련을 지휘했던 벤 말콤 전 미 육군 대령의 회고를 보내 드립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8240 부대가 북한에 보낸 위폐(왼쪽). 말콤 전 대령이 미 공수특전박물관에 기부한 물품.
한국전쟁 당시 8240 부대가 북한에 보낸 위폐(왼쪽). 말콤 전 대령이 미 공수특전박물관에 기부한 물품.

미 동부 노스 캐롤라이나 주 페이엇빌에는 미군 특수부대의 역사와 활약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수특전박물관 (Airborne & Special Operations Museum)이 있습니다.

미 동부의 남북을 잇는 95번 고속도로가 지나는 이 지역에 미 육군 특전사령부와 82공수사단 등 주요 육군부대가 밀집돼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박물관 내 한국전쟁 기념관에는 미군의 8240 비밀 게릴라부대에 근무했던 벤 말콤 전 대령 (당시 육군 중위)의 활약상과 이채로운 전시물품, 박물관 앞 광장에는 지난 2012년에 세워진 8240부대 기념비가 방문객들의 눈길을 끕니다.

이 기념관에는 북한 군을 교란하기 위해 사용된 백 원짜리 위폐, 북한 군 기지를 기습해 수거한 북한 군인의 노동당원증, 북한 군 깃발과 무기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모두 말콤 전 대령이 박물관에 기증한 겁니다.

박물관의 짐 바트린스키 육군담당 국장은 24일 ‘VOA’에 말콤 전 대령이 미 특전부대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트린스키 국장] “Yes! Without doubt, because a lot of staffs he was…”

말콤 전 대령이 한국전쟁에서 수행한 수많은 체험과 전술은 이후 미 특전부대의 중요한 자산이 됐고 지금도 미 특전대원들이 이를 배우고 실전에 적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말콤 전 대령은 미 남부 조지아 주 출신으로 북조지아대학 학군단을 거쳐 1950년 정보장교로 극동 사령부에 배치됐습니다.

[녹취: 말콤 전 대령] “I was initially assigned of the 3rd infantry division….”

처음에는 미 육군 3보병사단에 배치됐지만 갑자기 8240부대로 행선지가 바뀌었다는 겁니다.

말콤 전 대령은 미 중앙정보국 (CIA)과 미 8군이 비밀리에 조직한 이 부대가 구체적으로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지 조차 잘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여러 특수훈련을 거친 뒤에야 북한을 상대로 다양한 게릴라전을 펼치는 특수부대란 사실을 알았다는 겁니다.

이후 1951년, 8240부대의 사령부 역할을 하던 백령도의 레오파드 연대에 배속돼 인근 월내도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백호부대 군사고문관을 맡게 됩니다.

당시 월내도에는 지척에 있는 북한 장연군에서 인민군을 피해 탈출한 수 백 명의 유격대원들이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백호부대 위생병 출신인 이종은 씨는 당시 유격대의 미군 편입을 이렇게 회고합니다.

[녹취: 이종은 씨] “우리 자체가 훈련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미군이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군대로 조직화한 거에요. 한국 군 보다 미군이 먼저 우리에게 손을 내민 거죠. 왜냐하면 우리를 이용하면 후방의 게릴라 전투가 가능하고 모든 게 유리하기 때문에. 또 서로 잘 알잖아요. 누가 공산당이고 우리 쪽 인사인지요”

백호부대 등 인근의 북한 출신 유격대원들은 미군으로부터 무기와 보급품, 전술까지 전수 받으면서 작전 능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백호부대 출신 전경하 씨는 당시 옹진반도의 섬들에서 활약하던 유격대를 동키부대로 불렀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전경하 씨] “1연대, 2연대, 3연대 쭉 연대가 있는데 4연대 동키 4가 백호부대라구요. 동키라고 한 게 무전기가 있잖아요. 옛날 무전기! 손으로 이 무전기를 돌리는 데 꼭 당나귀처럼 생겼다구요.”

말콤 전 대령은 자신이 조지아 주의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백령도와 월내도 환경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백호부대의 고문관을 맡으면서 본부와 협력해 다양한 게릴라전을 주도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녹취: 말콤 전 대령] “I also counterfeited their money….

북한 군의 동향을 파악해 폭격을 주도할 뿐아니라 북한 위폐 제조, 은행 공격, 교량 등 주요 시설 파괴, 북한 군인들을 회유해 탈영하도록 하는 등 여러 교란작전을 펼쳤다는 겁니다.

말콤 전 대령은 특히 다른 미군 고문관들과 달리 대원들과 직접 북한 진영에 들어가 전투를 지원했습니다.

[녹취: 말콤 전 대령] “We killed 63 North Korean soldiers …”

기습작전을 펼치며 무전기로 영국 군의 폭격을 안내해 북한 군 63 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는 겁니다.

당시 말콤 전 대령의 통역을 맡았던 전경하 씨도 이 기습작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전경하 씨] “각 부대마다 미군 고문관이 한 사람씩 있었는데 특히 말콤 중위는 아마 미군으로서 전쟁 당시 거기서 38선 이북 육지를 올라간 사람은 그 사람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친구는 유격대원들과 같이 기습하러 장산곶을 올라갔었거든요. 말콤 중위가 거기 위에 올라가서 함포 사격도 지원 받도록 하고 어쨌든 그가 육지에 올라갔던 건 사실이에요”

말콤 전 대령의 이런 전과는 2005년 미국의 역사전문 케이블 TV인 ‘히스토리 채널’이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백호부대는 침투 작전 뿐아니라 배를 통해 피란민들을 남쪽으로 이동시키는 인도적 활동도 수행했습니다. 탈출할 때 서해에 있는 거의 모든 배들을 유격대원들이 섬으로 끌고 나왔기 때문에 해상침투와 피란민 구출이 가능했던 겁니다.

이종은 씨는 특히 말콤 전 대령이 대원들의 침투작전을 적극 지원해 줬기 때문에 대원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종은 씨] “저희야 뭐 말콤한테 얘기하면 폭격해주고 하니까 상당히 좋아했죠.”

말콤 전 대령 역시 1970년대 초 한국에 다시 부임해 박철 유격대장 등 부대원들을 찾았지만 대부분이 전쟁 당시 가명을 사용해 찾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종은 씨는 그러나 모두에게 잊혀진 백호부대와 8240 대원들의 이야기를 말콤 전 대령이 늦게나마 세상에 알려준 데 대해 대원들은 모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종은 씨] “상당히 우리 부대에서는 말콤을 존경하죠. 왜냐하면 다른 부대에 고문관이 많았지만, 22개나 있었지만 우리 부대에 대해 책을 낸 사람은 이 사람 뿐이거든요. 그러니 상당히 존경하죠.”

이종은 씨의 지적처럼 8240부대는 휴전 후 1급 군사기밀로 분류돼 모두에게 잊혀졌었습니다.

하지만 이들과 생사를 함께 했던 말콤 전 대령은 휴전 직후부터 계속 8240부대의 활약과 공적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녹취: 말콤 전 대령] “It was something it need to be told because it was classified for 40 years…

40여 년 간 기밀에 묶여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1990년에 기밀 해제를 미 정부에 요청했고, 2-3년 뒤 실제로 일부가 해제돼 1996년에 백호부대에 관한 책을 펴낼 수 있었다는 겁니다.

말콤 씨는 특히 이 책을 통해 현역 미군과 한국 군 장병들이 한국전쟁의 숨겨진 전과와 수 십 년째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 정권의 실체를 제대로 알게 되길 바랐다고 말했습니다.

‘백호들: 북한에서의 나의 비밀전쟁’ 이란 제목의 이 책은 오랫동안 음지에 있던 한국의 8240부대 생존자들에게도 큰 자부심을 안겨줬습니다.

백호부대 이종은 씨는 이 책을 계기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한 8240부대 전우회의 노력이 탄력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종은 씨] “책이 우리 부대에 관한 얘기거든요. 그래서 이 책이 (국가유공자 지정을 위한 노력에) 많은 도움이 됐죠”

한국 정부는 이후 8240 대원들을 뒤늦게 국가유공자 대상자로 인정했습니다. 특히 지난 2013년에는 한국 국가기록원이 전쟁 당시 중공군 복장을 한 뒤 북한 침투를 준비 중인 8240 대원들의 사진 등 관련 기록을 처음으로 공개해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종은 씨는 소수만이 기록을 인정 받아 무공훈장을 받았을 뿐 모든 전우가 정규 군인들과 같은 완전한 보훈 혜택을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말콤 전 대령은 이에 대해 한국은 8240 대원들이 대한민국에 매우 가치 있는 자산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말콘 전 대령] “Those people were very valuable assets to South Korea. But they still have not given…”

8240부대가 한국전쟁 중 기여한 명백한 기록들이 존재하는 만큼 한국 정부가 이들의 공적을 인정해 적절한 보훈 혜택을 제공하길 바란다는 겁니다.

말콤 전 대령은 베트남전쟁에도 참전한 뒤 29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습니다.

아흔 살을 바라보는 고령에도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특전사령부 학교 등 여러 곳에서 특강을 하며 한국전쟁과 8240부대의 활약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녹취: 말콘 전 대령] “ I still teach at special force school, Fort Bragg, North Carolina….”

이런 배경 때문에 말콤 전 대령은 북한의 3대 세습 문제, 열악한 민생과 인권 문제, 휴전 이후 북한의 수많은 도발에 대해 연도까지 매우 자세히 꿰뚫고 있었습니다.

[녹취: 말콘 전 대령] “We are very concerned about their health and welfare….”

특히 북한 정권의 독재세습에 따른 주민들의 열악한 보건과 민생 문제가 매우 우려된다는 겁니다.

이 백전노장은 그러나 북한에서 돌아오지 못한 채 숨져 간 전우들, 그리고 반 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도 한국의 전우들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노스 캐롤라이나 주 페이엇빌의 공수특전박물관 앞 8240부대 기념비에는 영어와 한글로 이런 비문이 쓰여져 있습니다. "북한에서 전투작전을 수행한 용감한 한국의 유격대원들과 미 특수대원들을 기리며-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위하여."

말콤 전 대령은 이 기념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하루빨리 한반도가 통일 돼 고향을 공산주의 압제에서 해방시키겠다는 옛 전우들의 오랜 꿈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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