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주제를 알아볼까요?
기자) 네. 최근에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오는 8월에 대사면령을 내린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또 미국에서는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죄질에 비해 무거운 형을 받았다고 평가되는 사람들을 ‘사면권’을 써서 ‘감형’해주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미국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사면’이라고 하면 형벌을 면제해 준다는 뜻 아닙니까?
기자) 네. 남한 국립국어원이 뜻풀이한 걸 보면 ‘죄를 용서하여 형벌을 면제함’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다시 설명해 드리겠지만, 이 ‘사면’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죄를 짓고 교도소에서 형을 살고 있는 사람을 형을 면제해 주고 풀어주는 것을 들 수 있겠죠.
진행자) 미국 대통령이 행사하는 ‘사면권’은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고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미국 연방헌법 제2조 2항은 “대통령은 탄핵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합중국에 대한 범죄에 대하여 형 집행의 연기나 ‘사면’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탄핵’이라 하면 미국에서는 법을 어기거나 나쁜 짓을 한 공무원을 의회가 해임하는 걸 말합니다.
진행자) ‘사면권’이란 게 어떻게 보면 법 위에 있는 권한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런데 이런 대통령의 ‘사면권’에도 제한이 있습니까?
기자) 물론 제한이 있습니다. 아까 나온 연방헌법을 보면 ‘미합중국에 대한 범죄…’라는 구절이 있죠? 그러니까 대통령의 ‘사면권’은 연방법을 어긴 범죄에만 해당하지 주 법률과 관계가 있는 사안에는 적용되지 않는 겁니다. 또 ‘탄핵’과 관련된 사안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구절도 아까 있었죠? 그리고 ‘판례’에 따라서 대통령의 ‘사면권’은 ‘형사 사건’에만 적용되고 ‘민사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판례’는 같거나 비슷한 소송에 대해서 이전에 나온 판결들을 말하고요. ‘민사’는 개인이나 단체사이에서 자신들의 권리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벌어지는 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가령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조직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행위를 '민사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아까 대통령의 ‘사면권’이 주법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럼 주법과 관련된 죄는 누가 ‘사면’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이건 대통령이 할 수는 없고요. 주지사나 주 정부가 만든 특별위원회가 ‘사면’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또 궁금한 것이 아까 처음에 오바마 대통령이 죄수들을 감형해줬다고 했는데, 이런 '감형'도 '사면'에 들어가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연방법무부 설명을 보면요. 미국 대통령이 행사하는 ‘사면'이 종류별로 네 가지로 나뉩니다. 바로 ‘사면’과 ‘감형’, ‘집행 연기’ 그리고 ‘벌금이나 몰수의 면제’가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대통령 사면’의 종류에 다시 ‘사면’이 나오는군요?
기자)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까지 주로 얘기한 ‘사면’은 영어로 ‘Clemency’라고 해서 대통령이 가진 '사면권' 전체를 뜻합니다. 이걸 넓은 의미의 사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사면'의 종류 네 가지 가운데 하나로 들어가는 좁은 의미의 '사면'은 영어로는 ‘Pardon’이라고 하죠? 이건 구체적으로 형 선고의 효과로부터 특정한 사람을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해방시켜 주는 걸 말합니다. 그러니까 한국 국어사전에 나온 ‘사면’의 뜻풀이, 즉 ‘죄를 용서하여 형벌을 면제'한다는 게 바로 이 ‘Pardon’에 해당하죠.
진행자) 그러면 ‘감형’하고 ‘벌금 면제’, 그리고 ‘집행 연기’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되는겁니까?
기자) 맞습니다. ‘감형’이라면 말 그대로 형을 줄여주는 걸 말할 테고요. ‘집행 연기’는 형 집행을 연기하는 걸 뜻하는데, 대개 사형집행을 연기해 주는 걸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부과된 '벌금'이나 '몰수 조치' 같은 것을 없던 것으로 해 주는 것도 'Clemency', 즉 넓은 의미의 ‘사면’에 들어갑니다. 참고로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이 판결 전이나 판결이 내려지는 동안, 그리고 판결이 나온 후에도 이런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 언론에 나오는 기사에 ‘사면’과 함께 ‘복권’이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이건 법률상 일정한 자격이나 권리를 한 번 잃은 사람이 이 권리를 다시 찾는걸 말하는데, 미국에서는 ‘복권’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네. ‘대통령 사면권’에서 ‘복권’ 규정은 따로 없습니다. 다만 연방법으로 기소됐던 사람을 대통령이 ‘사면’하면 동시에 이 사람의 권리가 ‘복권’, 즉 회복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하지만 주 차원에서는 ‘사면’과 ‘복권’을 대개 따로 분리해서 처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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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네.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는데요. 김정우 기자, ‘대통령 사면권’이라는 것이 연방헌법이 보장한 권리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이게 종종 논란이 되는 경우가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아무리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라지만, 사면 대상을 두고 종종 구설수가 생기고는 했습니다. 이렇게 논란이 된 ‘사면’ 사례를 몇 가지만 살펴볼까요? 최근 사례로는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1974년 당시 제랄드 포드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을 사면한 일을 들 수 있죠?
진행자) 당시 닉슨 전 대통령은 그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민주당 사무실을 도청한 ‘워터게이트’ 사건 탓에 자리에서 쫓겨나다시피한 닉슨 전 대통령을 포드 대통령이 사면하면서 큰 논란이 됐습니다. 법정에 세워야 할 사람의 죄를 ‘사면’해줬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리고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기에 벌어진 이른바 이란-콘트라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다음 대통령인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사면해 준 것도 논란거리였습니다.
진행자) 그 뒤로 클린턴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에도 ‘대통령 사면령’이 구설에 오른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 같은 경우는 퇴임하기 2시간 전에 마약 혐의로 교도소에 있던 이복동생과 탈세 혐의로 도피 중이었던 한 금융재벌, 그리고 금융범죄에 연루된 의혹을 받던 한 측근을 사면해 줬는데, 사실 이게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사면’으로 꼽힙니다. 또 조지 W. 부시, 그러니까 아들 부시 대통령도 정보요원의 신상정보를 유출한 전 부통령 비서실장 스쿠터 리비의 형을 부분적으로 사면해 주면서 비난이 일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런 일들을 계기로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법 한데, 어떻습니까?
기자) 물론 그런 말이 나오긴 하는데요. 하지만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먼저 제일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이 연방의회가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이 있는데요. 그런데 미국 연방대법원은 법을 만드는 의회가 ‘대통령 사면권’을 침해하는 법을 만들면 안 된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이 방안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남은 방법으로는 연방헌법을 고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기자) 물론 이론적으로는 헌법을 고치면 됩니다.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미국에서 연방헌법을 고치는 일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이 방안도 별로 현실성이 없습니다. 참고로 대통령이 사면권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최근에 들어서 대통령이 사면을 허가하는 비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따라잡기’ 김정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