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주요 미국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미국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박영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여러분, 뉴스를 듣다 보면 종종 무슨 무슨 싱크탱크 주최로 이러 이러한 행사가 있었다, 이런 보도 들으실 겁니다. 싱크탱크! 용어부터 조금 낯설 수도 있을 텐데요. 오늘 뉴스 따라잡기 시간에는 이 ‘싱크탱크’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네, 싱크탱크는 영어 Think와 Tank, 두 글자로 만들어진 합성어입니다. Think는 ‘생각하다’라는 뜻이고요. Tank 라고 하면 가장 먼저 군용 전차 같은 걸 떠올리실 수도 있겠지만, 물이나 가스 같은 걸 담아놓는 커다란 통도 탱크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Think Tank를 말 그대로 직역한다면 ‘생각을 담아놓은 탱크’쯤 되겠네요.
진행자) 그래서 한국에서는 이 싱크탱크를 두뇌집단 또는 지식집단이라고도 부르기도 하죠?
기자) 네, 머리 좋은 사람들을 달리 말할 때 두뇌가 좋다고 하지 않습니까? 싱크탱크는 그러니까 정치, 경제, 사회, 군사, 과학 기술, 문화 등 각 분야에 걸쳐 전문적인 조사와 분석, 연구와 정책을 개발해내는 고급 두뇌집단, 전문 연구기관이라고 하겠습니다.
진행자) 이 싱크탱크라는 용어가 처음 쓰인 건 언제인가요?
기자) 네, 오늘날과 같은 개념의 싱크탱크라는 용어가 사용된 건 195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형태의 기관들은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싱크탱크는 1910년에 세워진 ‘카네기국제평화재단’입니다.
진행자)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이라면 미국의 철강왕이라고 불리는 앤드루 카네기가 세운 재단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1910년에 75세 생일을 맞은 카네기가 1천만 달러를 기부해 세운 재단입니다. 1970년부터 미국의 외교정책 전문지인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를 출판해오고 있는데요. 2달에 한 번씩 출간되는 이 ‘포린폴리시’는 미국외교협회(CFR)가 역시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포린어페어’와 함께 국제 문제 전문지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는 싱크탱크가 얼마나 있습니까?
기자) 그게 정확하게 말씀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싱크탱크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숫자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대학과 대학원 산하에만 해도 수많은 연구소가 있는데요. 그런 연구소들을 무조건 다 싱크탱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보통 싱크탱크라고 하면 세계적으로 내노라하는 전문연구원들이 두루 포진해 있고, 수백억 달러의 연구비를 사용하면서 각종 정책과 대안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 기준에 맞춰 일반적으로 말할 때 전 세계적으로는 약 7천 개의 싱크탱크가 있고요. 미국에는 1천8백 개 정도의 싱크탱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몇 곳만 한 번 짚어볼까요?
기자) 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 이어 미국에서는 두 번째로 세워진 싱크탱크 기관은 브루킹스연구소입니다. 청취자 여러분들께도 꽤나 익숙한 이름의 연구소일 텐데요. 이 브루킹스연구소는 1916년에 세워진 ‘정부연구소’와 2개의 연구소를 합병해 미국의 사업가인 로버트 브루킹스가 설립한 사회과학전문 연구소입니다. 이밖에 후버재단, 20세기재단, 미국외교협회 등도 다 20세기 초에 세워진 대표적인 미국의 싱크탱크 기관입니다.
진행자) 미국에 대공황이 불어 닥친 후에는 특히 경제 전문 연구소들이 많이 세워졌다고 하던데요.
기자) 맞습니다. 시대적 상황 탓이 컸던 거겠죠. 1930년에서 1940년 사이에는 경제적 문제를 연구하기 위한 경제전문 싱크탱크들이 많이 생겨났는데요. 그런 싱크탱크들 가운데 대표적인 싱크탱크로는 ‘경제개발위원회’와 ‘세금재단’ 등이 있습니다. 국방 분야를 대표하는 싱크탱크로는 1946년에 세워진 ‘랜드연구소’를 들 수 있습니다.
진행자) 또 한반도 뉴스에도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싱크탱크 가운데 ‘헤리티지재단’도 있죠?
기자) 네, 헤리티지재단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1973년에 설립됐으니까 앞서 소개해드린 브루킹스연구소에 비하면 꽤나 늦은 편이죠. 미국에서는 민주당 정권이 1970년 초까지 40년 가까이 정권을 주도해왔는데요. 보수적 성향의 사람들이 이에 반발해 진정한 보수 혁명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연구소가 바로 해리티지재단입니다. 민주당 정권에서 오랫동안 정책과 의견을 제시해온 브루킹스연구소와 헤리티지재단은 그 성격이 진보와 보수, 민주당과 공화당의 시각으로 분명하게 나뉘기 때문에 미국을 이해하는 데 있어 종종 이 두 연구소가 거론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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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싱크탱크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내노라하는 브레인, 고급두뇌들의 집단이니만큼 싱크탱크가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하겠군요.
기자) 물론입니다. 브루킹스나 헤리티지 같은 유명한 싱크탱크들은 행정부 관리나 의회 의원들에게 정책 자문을 할 뿐 아니라 정책 입안과 결정 과정에 상당한 입김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또 싱크탱크에서 활동하던 전문가들이 정부의 주요 보직을 맡는다거나, 정부 요직에 있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 싱크탱크 전문가로 일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아무래도 정부 정책에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싱크탱크들이 공공정책, 과학기술이나 사회 과학에 관련된 연구만 하는 게 아니고요. 카네기재단처럼 교육 문화 분야에 광범위하게 공헌하는 싱크탱크들도 많습니다. 카네기재단의 경우, 교육 프로그램 연구 지원 외에도 미술관, 음악당, 박물관 등을 운영하면서 시민들의 실제적인 문화생활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진행자) 싱크탱크의 운영 기금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 싱크탱크는 대부분 개인이나 기업 등의 기부로 운영되는 비영리 재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굳이 구분하자면 정부에 의해 자금이 지원되고 운영되는 정부 산하의 싱크탱크와 개인이나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싱크탱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로 국방 분야를 연구하는 랜드연구소의 경우 연방 정부로부터 수주 받은 연구계약이 80%에 달하는 걸로 알려졌고요. 반면 브루킹스연구소 같은 곳은 전체 운영비의 80%가 각종 재단이나 기업, 개인들에게서 나온 기부금이고요. 나머지 20% 정도는 정부와 관련된 기부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펜실베이니아대학교가 매년 싱크탱크의 영향력, 업적, 연구실적 등을 토대로 전 세계 싱크탱크 기관들에 대한 순위를 발표하곤 하는데 상위권에는 주로 미국의 싱크탱크 연구기관들이 차지하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2014년 전 세계 최고의 싱크탱크 기관은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가 꼽혔고요. 그 뒤를 영국의 채텀하우스가 잇고 있습니다. 하지만 3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4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7위 랜드연구소, 8위 미국외교협회 등 10위권 안에 미국의 싱크탱크가 6개나 들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거의 매년 계속되는 현상인데요. 그러다 보니 미국이 세계에서 최강국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힘은 바로 이렇게 축적된 지적 파워, 두뇌 집단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진행자) 네, 미국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싱크탱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박영서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