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다룬 기록영화가 주요 국제영화제에 출품됐습니다. 스페인 감독이 찍은 ‘프로파간다 게임’은 북한 안팎에서 일어나는 선전과 정보 왜곡을 다룬 영화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북한에서 촬영된 기록영화 ‘프로파간다 게임’이 제 63회 산세바스찬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자발테기’에 초청됐습니다. `자발테기'는 주로 실험적 작품들을 소개하는 부문입니다.
스페인의 알바로 롱고리아 감독이 제작한 이 영화는 90 분 길이로 북한 당국의 승인을 받고 찍은 영상들과 북한 주민들과의 인터뷰, 전문가 견해를 담았습니다.
‘프로프간다 게임’ 즉, ‘선전 게임’이란 뜻의 제목처럼 이 영화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펼치고 있는 선전활동과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주제로 이뤄지는 선전활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롱고리아 감독은 20일 미국의 영화전문 잡지 ‘버라이어티’에 북한 안팎에서 세 방향으로 선전활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롱고리아 감독은 “북한 정부는 국민들과 외부 세계를 향해 선전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으며, 선전활동은 유용하고 좋다고 말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바깥 세상에서는 "북한에서 나오는 많은 정보가 조작됐지만, 이 조작 또한 선전활동이란 점에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고 부정적으로 반응한다”고 롱고리아 감독은 분석했습니다.
영화는 이와 관련해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산 채로 개에 잡아 먹혔다는 일부 서방언론의 보도, 북한에서는 ‘코카콜라’ 음료수가 금지됐다는 보도 등 북한과 관련해 허위, 왜곡 보도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영화는 반면 북한 주민들의 천편일률적인 북한 찬양도 담았습니다. 영화에 나온 한 북한 주민은 북한에서는 무상 의료와 교육이 실시되고 집도 무료로 준다고 말하고, 다른 주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떠올리며 눈물을 터트립니다.
영화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대변하는 선전활동을 하는 외국인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감독의 북한 내 촬영을 계속 동행하며 출연하는 인물은 북한 대외문화연락위원회 특사인 스페인인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입니다. 외국인로서는 유일한 북한 공무원으로 국제 친북단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미국의 연예전문 매체인 ‘할리우드 리포터’는 영화의 영리한 편집으로 인해 베노스 씨가 영화 초반에는 친절하고 합리적인 인물로 그려지지만, 영화 끝 부분에서는 북한을 열정적으로 대변하는 매우 비합리적이고 편향적인 인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프로파간다 게임’ 영화가 북한에 대한 해답은 별로 제시하지 못하며, 이 영화 자체가 양측의 선전선동에 활용될 수 있는 또 다른 도구가 돼 버렸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롱고리아 감독은 `버라이어티'에 자신의 목표는 “북한에 대한 절대적인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거짓과 절반의 진실이 가득한 현실을 보고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길 바라는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선전의 희생양이다”이라고 제작 의도를 밝혔습니다.
‘프로파간다 게임’이 출품된 스페인 산세바스찬 국제영화제는 스페인어권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됐으며, 세계 8대 영화제로 꼽힙니다.
이 영화제는 지난 18일 시작돼 오는 26일까지 열립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