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탈북민들을 위해서 한국의 한 사찰에서는, 합동 차례와 민속놀이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습니다.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녹취: 현장음]
불경 소리가 들리는 경건한 분위깁니다. 여기는 서울 양천구에 있는 조계종 법당인데요, 추석을 맞아 고향에 가지 못하는 탈북민들을 위한 추석 합동 차례상을 마련해 북쪽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계종 국제선센터의 천조스님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녹취: 천조스님, 국제선센터] “북한이탈주민들이 지척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고향이 있고, 어른들 차례를 모시고 싶은데 못 모시고 있어서 저희들이 지역에 그런 분들이 많이 살고 계세요, 그래서 한 백 여 분 모셔가지고 합동차례도 우리 남한 식구들이랑 같이 지내고 또 점심도 드시고.”
[녹취:현장음]
떡과 과일, 각종 나물들로 정성껏 차린 차례상 앞에 절을 한 탈북민들, 북쪽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생각이 더 간절해지는데요, 이렇게라도 조상을 기릴 수가 있어서 마음이 놓입니다
[녹취: 탈북민] “이 절에서 그렇게 다 도와주니까 기분이 좋죠. 차례도 그렇게 잘 지내주니까. 집에서 또 지내려고 해봐….”
“너무 가고파요. 고향집 풍경은 담장 너머에 호박꽃도 피고 코스모스 피고요. 죽기 전에 통일 돼야 딸도 보지요. 20년 전에 갈라진 딸 보고 싶어요. 1시간이면 가고 2시간이면 볼 수 있잖아요. 우리 딸은 2시간이면 딱 봐요. 평양에. ‘기주야, 엄마다. 내 나이 이제는 83이니 어찌 다시 볼 것 같지 못하니까.”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니까 우리로선 너무 감사하죠. 이렇게 따뜻한 남쪽 나라에 와서 너무 잘 지내고 있으니까 하늘나라에서도 예쁘게 봐 주고 그리고 걱정 마시라고 그렇게 이야기 드리고 싶어요.”
국제 선센터는 이렇게 매년 탈북민들을 위한 합동 차례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차례를 지낸 후에는 투호 놀이도 하고 장기자랑도 하면서 추석 분위기를 마음껏 즐겼습니다.
[녹취: 천조스님] “투호 놀이라고 우리 전통놀이도 하고 팀을 이렇게 나눠서 이렇게 했어요. 그리고 장기 자랑을 하는데, 흥이 얼마나 좋은지 그냥 사회자가 필요 없이 그냥 즉석에서 이렇게 나와서 하는데, 제가 여기에 와서 행사 한 이래 오늘이 제일 밝고 건강한 모습이신 것 같아요.”
[녹취: 현장음]
흥이 많은 탈북민들, 노래와 춤으로 즐거운 한 때를 보냈습니다.
[녹취: 탈북민] “함께 모여서 하니까 재미있어요. 동그란 통 안에, 친구는 1점 냈지만 저는 못 내가지고. 그 대신 친구랑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어요.”
“우리가 북한에 있는 묘지도 못 가고 대화도 못 하는데, 여기 와서 서로 모여서 대화 하고 또 이렇게 즐기고 차례도 할 수 있고.”
“그래도 여기서 행사를 진행 해 주셔서 감사하고, 이런 또 새터민들을 위해서 많이 도움 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이런 데 와야 서로 새터민 동포들을 다 아는 얼굴도 있고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도 많구나. 이렇게 같이 모여서 서로 이렇게 참석하니까 좋아요.”
절에서 하는 행사지만, 종교와 관계 없이 흥겹게 어우러진 자린데요.
[녹취: 탈북민] “기독교요. (그럼 절에 오시기 조금은 힘들지 않으셨어요?) “괜찮아요, 우리 이거 다 처음 접하니까 골고루 다 하면 다 다양하게 재미있어요. 혼자선 집에서는 못 하는 일 여기 와서 다 같이 할 수 있고.”
해마다 이어지는 행사에 함께 하는 신도들도 늘고 있습니다.
[녹취: 불교 신자] “낯설지 않아졌고, 그 말투가 이제는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것 같아요. 위패 적을 때도 몇 번 물어보고 그러면 맘 상해 하시는 분 들이 계셨거든요. 우리는 적는 입장에서는. 그런데 뭘 얘기하는지도 알 것 같고, 이 분들도 되게 자연스럽게 응대해주세요. ‘내가 발음이 이상한 것 같아요. 종이를 주시면 제가 적을게요.’ 이렇게도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올해는.”
[녹취: 현장음]
양천구 국제선센터 인근에는 약 3백 여명의 탈북민들이 살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 곳에서는 이번 합동차례와 추석 행사 뿐 아니라 탈북민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교육과정과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천조스님의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녹취: 천조스님] “해마다 명절 때하고 또 이제 저희들이 매월 이 분들이 이 땅에 뿌리 내리고 살 수 있게, 정착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어차피 이제 사찰이라는 곳, 종교라는 것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그 사회에서 잘 살게 도와주는 것이 종교의 기능이라면, 이 양천구에 그런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리고 종교가 할 수 있는 힘이 있고 또 종교를 떠나서 민족 행사일 때는 우리 문화도 알리고 우리 문화를 또 함께 나누는 그런 행사를 가지고 그런 취지에서 다문화 행사라든지 새터민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녹취: 현장음]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