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미국 뉴스 헤드라인’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새해 전야 행사를 앞두고 미국 전역에서 경계가 강화됐습니다. 또 캘리포니아 총기 테러범의 친구가 테러 관련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이 두 가지 소식 묶어서 자세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이어서 시카고 시장이 총 대신에 전기충격기를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경찰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는 소식 전해 드리고요. 2015년 한 해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들이 주로 어떤 문제에 관심을 보였는지도 살펴봅니다.
진행자) 첫 소식 보겠습니다. 2016년 새해가 밝아오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축하 행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아직 몇 시간 남았는데요. 최근 잇단 테러로 많은 사람이 불안해하는 가운데 당국이 경계를 강화했죠?
기자) 맞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테러 위험 때문에 새해맞이 불꽃놀이 행사를 취소했는데요. 미국에서는 행사를 취소한 곳이 없습니다.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인데요. 앞서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D.C.를 대상으로 테러 계획이 있다는 정보가 들어오긴 했지만 확인된 정보는 아니라고 하고요. 미국에 대한 구체적인 위협은 없다고 당국이 밝혔습니다. 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같이 대규모 행사가 열리는 곳 주변의 경계를 크게 강화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여러 도시에서 새해맞이 행사가 열리지만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곳은 뉴욕이 아닌가 싶습니다.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인데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새해를 맞는 동부에 있으니까 말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뉴욕의 관광 명소인 타임스퀘어에서 1월 1일 0시에 맞춰 거대한 수정 공이 내려오는 행사가 열리지 않습니까? 수많은 전구로 장식된 반짝이는 공이 높은 건물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장관인데요. 이 광경을 보기 위해서 약 1백만 명이 타임스퀘어에 모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뉴욕 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목요일(31일) 타임스퀘어 주변에 경찰 6천 명을 배치하는데요. 지난해보다 5백 명 늘린 것이라고 하네요.
진행자)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이 지난 화요일(29일)에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준비가 잘 돼 있다면서 자신감을 보였죠?
기자) 네, 더블라지오 시장은 뉴욕이 미국에서 가장 준비가 잘 된 도시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는데요. 테러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뉴욕 시 당국은 오늘 아침부터 주요 도로의 통행을 금지하기 시작했는데요. 새해맞이 행사가 열리는 타임스퀘어 광장 주변을 철책으로 두르고 검색대를 설치했습니다. 행사장에 들어가려면 가방 검사와 금속탐지기 검사를 받아야 하고요. 배낭 같은 큰 가방은 행사장 반입이 금지됩니다. 또 수상한 사람이 없는지, 헬기와 배를 동원해서 감시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이렇게 미국 당국이 경계를 강화한 데는 이달 초 발생한 테러 사건 영향이 크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 시에서 총기 테러 사건이 발생해 14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쳤습니다. 파키스탄계 미국인인 사이드 파룩 부부가 일으킨 사건으로 밝혀졌는데요. 두 사람은 자동차를 타고 달아나던 중 뒤따라온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가 사망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파룩과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기소됐다고요?
기자) 네, 미 연방 대배심은 수요일(30일) 파룩의 오랜 친구이자 이웃인 엔리케 마르케스를 테러 관련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올해 24살인 마르케스는 테러를 지원하고 총기를 구입할 때 거짓말을 했으며, 결혼 이민 사기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지난 17일에 체포됐는데요. 현재 보석금 없이 수감돼 있습니다.
진행자) 혐의 내용을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파룩 부부가 사용한 총기 가운데 2정을 마르케스가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본인이 쓸 것처럼 총기를 구입한 뒤 파룩 부부에게 넘겼다는 겁니다. 또 파룩 부부의 집에서 다량의 총탄과 파이프 폭탄이 발견됐는데요. 파이프 폭탄의 재료인 무연 화약, 연기가 나지 않는 화약을 마르케스가 구입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마르케스가 캘리포니아 테러 사건에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죠?
기자) 네,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된 혐의는 받지 않고 있습니다. 테러가 일어나던 시간에 마르케스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몇 년 전에 파룩과 함께 테러를 계획한 일이 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대학교 식당이나 도서관에 파이프 폭탄을 던진 뒤 놀라서 달아나는 학생들을 향해 총을 쏠 계획을 세웠다고 하고요. 또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에 폭탄을 던지려고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 계획을 세웠지만 다행히 실행에 옮기진 못했군요.
기자) 네, 2012년에 캘리포니아 주에서 테러를 계획한 사람들이 대거 체포되자, 겁먹어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미군 병사들을 살해하려고 계획을 세운 테러 용의자들이 여러 명 체포됐습니다.
진행자) 결혼 이민 사기 혐의는 어떤 거죠?
기자) 네, 파룩과 인척 관계에 있는 러시아 여성이 미국 이민 비자를 받을 수 있게 사기 결혼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 BRIDGE ///
진행자) 미국 뉴스 헤드라인, 두 번째 소식입니다. 최근 백인 경관이 흑인을 총격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시카고 시가 시끄럽습니다. 경찰 개혁과 시장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요.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이 경찰 개혁 방안을 발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매뉴얼 시장은 수요일(30일) 총 대신에 전기충격기를 우선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경찰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오는 6월까지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경관은 모두 전기충격기를 소지할 수 있게 한다는 건데요. 현재 시카고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전기충격기는 7백 개인데요. 앞으로 1천4백 개까지 두 배로 늘려서 모든 경찰차에 전기충격기를 배치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사용법도 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1만2천 명에 달하는 시카고 경관 가운데 전기충격기 사용 훈련을 받은 경관은 5명 중 1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매뉴얼 시장은 모든 경관에게 전기충격기 사용 훈련을 받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전기충격기는 말 그대로 전기로 충격을 주는 기구죠.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사용하는데요. 충격이 꽤 크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생명에는 지장이 없죠?
기자) 맞습니다. 총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지만 전기충격기는 그렇게까지 위험한 기구가 아닙니다. 이매뉴얼 시장은 총기 사용 훈련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총기를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는데요. 총기 사용은 마지막 수단이지, 결코 우선 수단이 돼선 안 된다는 겁니다. 시카고 경찰은 다음 주부터 경관들에게 총기를 꼭 사용해야 할 때와 자제해야 할 때가 언제인지 구별하는 훈련을 제공합니다.
진행자) 이렇게 파장이 커지게 된 게 지난해 일어난 라쿠안 맥도널드 사망 사건 때문이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10월에 17살 흑인 소년 라쿠안 맥도널드가 경찰 총격을 받고 숨진 사건이 있었는데요. 당시 맥도널드가 총에 맞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최근 공개됐습니다. 맥도널드가 무려 16발이나 총에 맞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흑인 사회가 크게 분노했는데요. 총을 쏜 제이슨 밴다이크 경관은 백인이어서 더 논란이 커졌습니다. 밴다이크 경관은 이달 초에 1급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됐는데요.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렇게 총이 먼저 나가는 게, 임무 중에 목숨을 잃는 경관이 워낙 많다 보니 그렇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기자) 네, 올해 경관 124명이 임무 중에 숨졌는데요. 지난해보다 4% 늘어난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 교통사고 사망한 경우가 52명으로 가장 많았고요. 총에 맞아 숨진 경관은 42명이었습니다. 오히려 지난해 49명에서 14% 떨어진 겁니다. 올해 경찰 총에 맞아서 숨진 사람의 수는 훨씬 더 많은데요. 워싱턴포스트 신문 보도에 따르면, 올해 979명이 경찰 총격으로 숨졌습니다. 거의 1천 명에 달하는 건데요. 그 가운데 10분의 1 정도는 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 BRIDGE ///
진행자) 미국 뉴스 헤드라인 마지막 소식입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걸 SNS라고 하는데요. ‘Social Network Service’의 약자죠.
기자) 그렇습니다. 보통 한국말로 사회연결망 서비스, 또는 사회관계망 서비스라고 부르는 거죠.
진행자) 이 SNS에 많이 오르는 단어를 보면,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지금 사회 쟁점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는데요. 2015년 한 해 미국에서 SNS에 많이 오른 단어는 무엇인지 한 번 살펴볼까요?
기자) 네, 먼저 ‘Black Lives Matter’를 들 수 있습니다. ‘Black Lives Matter’는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란 뜻인데요. 이 ‘Black Lives Matter’가 SNS에 많이 오른 이유로 세 가지 사건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일단 먼저 떠오르는 사건이 있는데요. 지난 4월에 일어났던 프레디 그레이 사망 사건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미국 동부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시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프레디 그레이란 이름의 20대 청년이 경찰에 체포돼 이송되는 도중 척수를 다쳤고 1주일 뒤에 결국 사망한 겁니다.
진행자)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 또 흑인에 대한 편견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해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며칠 동안 계속됐죠?
기자) 네, 시위가 격화되면서 폭동으로까지 번졌는데요. 이때 ‘Black Lives Matter’,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말이 미국 SNS,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많이 올랐습니다. 그 뒤 6월에는 백인 청년이 미국 동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흑인 교회에 들어가서 총격을 가해서 9명이 숨졌는데요. 이 백인 청년이 백인우월주의자였던 것으로 밝혀졌죠? 그러면서 다시 ‘Black Lives Matter’가 SNS를 지배했고요. 또 지난 7월에 미국 남부 텍사스 주에서 사소한 교통위반 혐의로 체포된 흑인 여성이 교도소에서 자살한 채 발견된 일이 있었는데요. 이때도 ‘Black Lives Matter’란 말이 SNS에 많이 올랐습니다.
진행자) 사람들이 SNS에 글이나 사진을 올릴 때 단어 앞에 우물 정자 모양의 기호를 붙이지 않습니까? 검색하는 사람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좀 더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하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말씀 드렸듯이 #Black Lives Matter는 2015년 미국 SNS 사용자들이 큰 관심을 보인 주제였고요. 또 한 가지는 #LoveWins입니다.
진행자) ‘Love Wins’, 사랑이 이긴다, 사랑이 승리한다는 뜻인데요. 동성혼 합헌 판결 얘기군요.
기자) 네, 지난 6월 말에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동성 간의 결혼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죠. 그러면서 미국 내 모든 주에서 남자와 남자 간의 결혼, 여자와 여자 간의 결혼이 합법이 됐는데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날, 오바마 대통령도 트위터에 #LoveWins를 올렸습니다. “오늘은 평등을 위한 행진에서 큰 한 걸음을 내디딘 날이다, 동성애자들끼리도 이제 결혼할 수 있게 됐다”고 하면서 #LoveWins, ‘사랑이 이긴다’라고 썼는데요. 많은 사람이 오바마 대통령의 글에 공감했습니다.
진행자) SNS에는 국경이 없다고 할 수 있죠. 인터넷에 연결돼 있으면, 전 세계 누구나 볼 수 있으니까 말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바이럴(viral)이란 표현을 많이 쓰곤 합니다. SNS를 통해서 바이러스처럼 전 세계로 널리 퍼져나간다는 뜻인데요.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일들도 미국 SNS 사용자들 사이에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지난달에 프랑스 파리에서 대규모 총격 사건이 일어났을 때 #PrayForParis, 그러니까 ‘파리를 위해 기도해요’란 말이 SNS, 사회연결망 서비스를 뒤덮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사람들이 주로 글이나 사진을 SNS에 올리지만, 동영상을 올리기도 하지 않습니까? 2015년에 감기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간 동영상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네, 연초에 있었던 미국 슈퍼볼 축하 공연의 한 장면이 SNS상에서 큰 화제였습니다.
진행자) 슈퍼볼이라고 하면 미국 프로 미식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경기를 말하죠.
기자) 맞습니다. 경기 중간에 인기 가수가 나와서 축하 공연을 펼치는데요. 올해는 미국 여가수 케이티 페리가 무대에 섰죠. 케이티 페리가 노래하는 가운데 상어처럼 분장을 한 무용수 2명이 뒤에 나와서 춤을 췄는데요. 그런데 왼쪽 상어가 나중에는 지쳤는지, 춤을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고 허우적댔던 겁니다. 그 장면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줬습니다.
진행자) 네, 저도 보고 한참 웃었는데요. 아무쪼록 새해 2016년에는 이렇게 사람들을 웃게 할 일들만 SNS에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뉴스 헤드라인’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