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오리건 시위대, 연방정부 건물 점거...미국인 분노 지수, 예년보다 증가


총기로 무장한 시위대가 미국 서북부 오리건 주 하니 카운티에 있는 멀루어 국립야생보호구역에 들어가서 본부 건물을 점거했다. 사진은 3일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멀루어 국립야생보호구역 입구.
총기로 무장한 시위대가 미국 서북부 오리건 주 하니 카운티에 있는 멀루어 국립야생보호구역에 들어가서 본부 건물을 점거했다. 사진은 3일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멀루어 국립야생보호구역 입구.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 북서부 오리건 주에서 무장한 시위대가 연방정부 건물을 점거하고 장기 농성 중입니다. 이 소식 먼저 전해 드리고요.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할 예정인 가운데, 공화당 대통령 후보들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는 소식도 살펴봅니다. 또 1년 전보다 미국인들의 분노 지수가 더 올라갔다는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도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첫 소식 보겠습니다. 미국 오리건 주에서 무장한 시위대가 연방정부 건물을 점거했는데요. 무슨 일인지 자세히 전해 주시죠.

기자) 네, 총기로 무장한 시위대가 미국 서북부 오리건 주 하니 카운티에 있는 멀루어 국립야생보호구역에 들어가서 본부 건물을 점거했는데요.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몇 년이든 무기한 농성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들이 정부 건물까지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시위대는 연방 정부의 간섭이 지나치다면서 항의하고 있습니다. 연방 정부는 공유지 사용 문제로 서부 목장주들과 종종 갈등을 빚어왔는데요. 이번 사태의 중심에 드와이트 해먼드 부자가 있습니다. 해먼드 부자는 2001년과 2006년에 연방정부 소유 토지에 불을 지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요. 각각 3개월과 1년 형을 선고 받고 이미 복역을 마쳤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말에 연방 항소 법원이 이들의 복역 기간이 너무 짧았다면서 재수감을 명한 겁니다. 연방 소유지에 대한 방화죄는 최소 형량이 5년입니다. 해먼드 부자는 이미 복역한 기간을 뺀 나머지 기간을 살게 됩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해먼드 부자가 재수감되는 데 항의해서 시위대가 연방정부 건물을 점거한 겁니까?

기자) 시위대 측 주장은 그렇습니다. 국가가 공권력을 남용한다면서 이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벌인다는 겁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워드 하니 카운티 경찰국장의 얘기는 좀 다른데요. 시위대가 현지 목장주들을 지지하는 민병대원들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다른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란 겁니다. 워드 경찰국장은 이들이 “카운티 정부와 연방 정부를 전복하고 미국 전역에 이 같은 움직임을 퍼뜨리기 위한 목적”에서 이번 사태를 벌인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미 연방수사국(FBI)의 주도 아래 여러 기관이 협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자의든 타의든 해먼드 부자가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게 됐는데요. 해먼드 부자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네, 해먼드 부자는 시위대의 행동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말했고요. 월요일(4일)에 예정대로 교도소에 가서 판결에 따라 형을 복역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해먼드 부자를 지지해온 현지 주민들 역시 외부인의 개입을 반기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앞서 재판에서 해먼드 부자는 연방 정부 소유지에 일부러 불을 지른 게 아니라고 주장했죠?

기자) 네, 한 번은 생태계를 교란하는 침입식물을 없애기 위해서, 또 한 번은 산불에 맞불을 놓기 위해서 소유지에 불을 질렀는데 의도치 않게 연방 정부 소유지로 불이 번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에서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진행자) 현재 몇 명이나 건물을 점거하고 있는 겁니까?

기자) 얘기가 다 다릅니다. 시위대 측은 100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하지만 15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시위대가 점거할 당시 건물은 새해 연휴여서 비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직원들은 모두 무사합니다.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은 당분간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멀루어 국립야생보호구역을 폐쇄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이 이전에도 정부와 마찰을 빚은 일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기자) 네, 이번 연방 정부 건물 점거 사태는 애먼 번디 형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네바다 주 목장주인 번디 형제는 지난 2014년에 아버지 클라이븐 번디와 함께 연방 정부를 상대로 대립한 일이 있습니다. 번디 가족이 연방 정부 소유지에서 10년 넘게 불법 방목을 해왔는데요. 연방 토지관리국이 번디 가족이 소유하는 가축을 공유지에서 내보내려고 시도했거든요. 그러자 번디 가족은 연방 정부 관리가 해당 구역에 들어오면 총을 쏘겠다면서 대치했고요. 결국, 연방 정부 당국이 물러나는 것으로 사태가 일단락됐습니다. 이에 대해서 당국이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 BRIDGE ///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총기 폭력으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이런 가운데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주에 총기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지난주 주례 연설에서 이런 계획을 시사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회를 확대하는 안을 검토 중인데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월요일(4일) 오후 로레타 린치 법무부 장관, 샐리 예이츠 법무부 부장관,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 사법 관계자들과 만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미국인들에게 이런 계획을 알리고 설명하기 위해서 오는 목요일(7일) 공개 토론회를 엽니다.

진행자) 하지만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계획을 비판하고 있죠? 공화당 후보들의 반응 살펴볼까요?

기자) 네, 공화당 대통령 후보들은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면서 비판하고 있는데요. 총기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총기 폭력 사태를 막지 못할 것이라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를 철회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먼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일요일(3일) 폭스 TV에 출연해서 “대통령이 마치 왕이나 독재자”인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했는데요. 이번 행정명령은 법원에서 불법으로 판정될 것이고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새로 행정명령을 내려서 이를 뒤집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다른 후보들 반응도 궁금한데요.

기자) 네, 마르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은 월요일(4일) 안보 문제에 관해 연설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총기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범죄자들이나 테러 분자들 손에 총이 들어가는 걸 막진 못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역시 일요일(3일) 폭스 TV에 출연해서 오바마 대통령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법을 준수하는 미국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현재 공화당 선두주자는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인데요. 트럼프 후보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 후보는 일요일(3일) 총기소지 권리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2조를 들면서 이를 침해하는 어떤 행동에도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오바마 대통령이 취한 총기 규제 조처를 모두 철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월요일(4일)에도 이 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이대로 가면 미국인들이 총을 가질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여기서 트럼프 후보 관련 뉴스 좀 더 전해 드리죠. 지난 주말에도 트럼프 후보가 관심의 초점이 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알카에다와 연계하고 있는 소말리아 테러 단체 알샤바브가 공개한 홍보 동영상에 트럼프 후보의 모습이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와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에서 테러 사건이 일어나자, 모든 무슬림, 이슬람교도의 미국 입국을 당분간 금지해야 한다고 말해서 논란을 일으켰는데요. 이런 발언을 하는 장면이 알샤바브 동영상에 실린 겁니다.

진행자) 지난달 민주당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이런 문제를 지적했었죠.

기자) 네, 트럼프 후보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IL의 최고 모집책이라면서 ISIL의 테러 조직원 모집 동영상에 트럼프 후보의 모습이 나온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그때까지는 그런 동영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었는데, 지난 금요일(1일) 공개된 알샤바브 홍보 동영상에 트럼프 후보의 모습이 나온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후보가 이에 대해서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죠?

기자) 네, 트럼프 후보는 일요일(3일) CBS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을 옹호했습니다. 할 말을 했을 뿐이라면서 다른 정치인들의 모습도 알샤바브 동영상에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또 알샤바브는 ISIL이 아니라고 주장했죠.

진행자) 클린턴 후보는 오바마 행정부 1기 때 국무장관을 지냈는데요. 트럼프 후보가 ISIL이 커진 걸 클린턴 후보의 탓으로 돌렸죠?

기자) 그렇습니다. 클린턴 후보가 무능력해서 많은 사람을 숨지게 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요. 11월의 본 선거를 겨냥해서 클린턴 후보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후보의 첫 TV 광고가 공개됐는데요. 광고에서도 클린턴 후보와 오바마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대통령 후보들의 첫 TV 광고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기 마련인데요. 하지만 트럼프 후보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당분간 금지해야 한다는 등 매우 자극적인 내용을 싣고 있습니다.

/// BRIDGE ///

진행자)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마지막 소식 보겠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불만을 품고 있는 미국인이 많은 것 같은데요. 미국인들의 분노 지수가 1년 전보다 더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인들 가운데 2명 중 1명이 1년 전보다 더 화가 나 있는 상태라고 답했습니다. 최근 NBC 뉴스와 여론조사 기관인 서베이 멍키, 남성전문지 에스콰이어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는데요. 현재 상황이나 뉴스에 대해서 이전보다 더 분노를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49%에 달했습니다.

진행자) 인종이나 성별에 따라서 좀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인종별로는 백인들의 분노 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백인 응답자들 가운데 54%가 1년 전에 비해서 요즘 더 화가 난다고 답했는데요. 중남미계 미국인은 43%가, 흑인은 33%가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또 남성보다 여성의 분노 지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여성 응답자 가운데 53%가 요즘 일어나는 일들에 화가 난다고 답했는데요. 남성 응답자의 경우, 이보다 거의 10%포인트가 낮은 44%가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진행자) 정치 성향에 따라서도 다르겠죠?

기자) 네,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자들에 비해서 더 화가 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 61%가 이전보다 더 분노를 느낀다고 답했는데요. 민주당 지지자들은 같은 대답을 한 사람은 42%에 그쳤습니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 하루에 한 번 이상 분노를 느낀다고 답한 사람이 77%에 달했습니다.

진행자) 도대체 어떤 문제들에 그렇게 분노를 느끼는지 궁금한데요.

기자) 네, 공화당 지지자들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분개했습니다. 반면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비무장 흑인들이 백인 경관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들을 꼽았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해 보면요. 공화당을 지지하는 백인 여성들이 가장 화가 나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백인 남성들의 분노 지수도 만만치 않게 높은데요. 이런 현상을 가리켜서 ‘White Rage’, ‘백인들의 분노’란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이들 백인은 미국이 더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가 아니게 됐다고 느껴서 분노하고요.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 그러니까 누구든지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미국의 꿈’이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빈부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고 삶이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간다고 생각해서 화가 나 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분노한 백인들 가운데는 여러 가지 미국 사회 문제를 이민자들에게 돌리기도 하는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이민자들의 미국 사회에 대한 기여도 조사에서 백인들의 평가가 가장 낮게 나타났습니다. 이민자들이 미국을 강하게 하는 데 이바지한다고 생각하느냐, 이런 질문을 던졌더니요. 백인 응답자의 43%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중남미계 응답자의 73%, 흑인 응답자의 63%가 그렇다고 답한 데 비해서 훨씬 낮은 수치입니다.

진행자) 민주당 지지자들의 경우, 비무장 흑인들, 그러니까 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 흑인들이 백인 경관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일들에 분노를 느낀다고 했는데요. 아무래도 흑인들 사이에서 이런 비율이 더 높겠죠?

기자) 물론입니다. 흑인 10명 가운데 9명이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분노한다고 답했는데요. 백인들 가운데서는 10명 중 7명꼴이었습니다. 이렇게 미국인들이 분노하는 데는 사회연결망 서비스(SNS)가 한몫을 한다는 분석도 나왔는데요. 인터넷이나 SNS에 오른 글을 보고 분노를 느낀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절반을 넘은 겁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부지영 기자였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