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이슬람수니파무장단체 ISIL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녹취] 파리 연쇄 테러 현장음
지금 듣고 계신 소리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 사건 당시의 현장음입니다. 이 사건으로 130여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죠. 예술의 도시, 낭만의 도시로 일컬어지던 프랑스 파리를 순식간에 공포와 비명이 가득한 도시로 만들어버린 테러집단. 바로 이슬람수니파무장단체 ISIL입니다. ISIL은 인질극과 집단 참수, 문화 유적 파괴, 소녀와 여성들을 성적 노예로 삼는 등 악행들을 저지르며 어느 순간 거의 매일 같이 뉴스에 등장하고 있는데요. 지난 2001년 9/11 테러공격을 저지른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마저 이들의 잔악성이 도를 넘었다며 관계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뉴스를 들으시다 보면 언론사마다 IS, ISIS, 또는 지금 저희처럼 ISIL, 이렇게 저마다 다르게 불러서 어느 게 맞는 건지 헷갈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게 정확한 명칭일까요?
이슬람수니파무장단체는 지난 해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를 장악한 뒤 국가 수립을 선포하면서 자신들의 공식 명칭을 Islam State, 이슬람 국가라고 발표했습니다. Islam State, 줄여서 IS죠. 하지만 미국 정부와 대부분의 주요 언론들은 현재 이들을 ISIS 또는 ISIL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IS라고 하면 마치 이슬람 전체를 대표하는 나라처럼 오해할 수도 있고 또 이들이 원하는 대로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ISIL의 정확한 명칭”
그렇다면 ISIS와 ISIL, 이 둘의 차이는 뭘까요?
워싱턴에 소재한 국제문제연구기관 ‘미국평화연구소’의 중동문제 전문가 사르항 하마사이드 연구원의 도움말을 좀 들어볼까요?
[녹취] 하마사이드 미 평화연구소 연구원
네, ISIS와 ISIL는 같은 말이라고 합니다. ISIS는 ‘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 또는 Syria 대신 ‘al- Sham’을 줄인 말이고요. ISIL은 ‘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s’를 줄인 말입니다. ‘알 샴’이나 ‘레반트’는 지금의 시리아와 요르단, 레바논 등을 아우르는 고대 시리아 일대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알 샴이나 시리아를 쓰면 ISIS, 레반트를 쓰면 ISIL가 되는 거죠?
오바마 대통령과 대부분의 정부 관리들, 그리고 국영 방송인 저희 미국의 소리 VOA 방송은 ISIL을 쓰고 있고요. 공영방송인 NPR 같은 곳은 ISIS를 쓰고 있는데요.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ISIS 대신 ISIL을 쓰는 이유를 두고, 이름에서 시리아가 연상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녹취] 하미드 카르자이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인터뷰
저희 미국의 소리 VOA 기자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카르자이 전 대통령, 기자와 대화하는 내내 ‘다에시(Daesh)’라는 표현을 쓰고 있네요. 바로 이 다에시 라는 말도 ISIL을 가리키는 겁니다. 아랍어로 이 집단의 정식명칭의 앞 글자를 따서 부르면 ‘다에시’가 되는데요. 그런데 ISIL은 이 다에시라는 말을 아주 싫어합니다. 다에시라는 말을 쓰면 혀를 잘라 버리겠다는 협박도 하고 있죠. 왜 그렇게 싫어하느냐고요? 네, 다에시 발음이 아랍어로 ‘짓밟는 자’, ‘싸움을 일으키는 자 ‘라는 말과 상당히 비슷해서 자기들을 일개 폭도로 경멸하고 모욕하는 거라고 합니다.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들을 가리켜 ‘다에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ISIL, 그 태동 배경”
자, 그렇다면 이 ISIL은 언제, 어떻게 생겨난 걸까요?
ISIL은 원래 이라크에서 활동하던 그저 그렇고 그런 범죄 집단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국제테러조직인 알카에다가 9.11 테러 공격을 저지른 후 중동 지역에는 여러 세포 조직들이 생겨났는데요. ISIL도 2003년 알 카에다 이라크 하부조직으로 들어가게 된 겁니다. 처음에는 이라크에서 주로 테러를 저지르다가 2011년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하자 시리아로 건너가 반군으로 활동을 하면서 세를 불려나가기 시작했고요. 지난해, 이라크 주둔 미군이 철군하면서 그 빈틈을 타,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과 인근 유전 지역까지 점령하면서 일개 알카에다 잔당에서 자금력을 갖춘 국제테러집단으로 떠올랐습니다.
“ISIL의 야만적 행위 ”
ISIL의 야만적이고 잔혹한 행위가 전 세계에 알려진 건 현지를 취재하던 언론인이나 민간인 할 것 없이 인질로 사로잡고 이들을 잔혹하게 참수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부터였습니다. 이들의 악행은 점점 수위를 더해가 사람을 우리에 넣어놓고 산채로 불에 태워 죽이는 잔악함까지 보여주고 있죠. 뿐만 아닙니다. ISIL은 현재 수천 명의 민간인을 집단 학살한 혐의도 받고 있고요. 자금 조달의 방편으로 장기를 매매하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또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이들은 여성과 소녀들을 성 노예로 삼고 잔인하게 유린하는가 하면 역사적인 유물과 유적지도 거리낌 없이 파괴하고 있습니다.
“ISIL의 규모”
자, 그렇다면 현재 ISIL에는 얼마나 많은 추종자가 가담해 있을까요?
ISIL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가담해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수만 명에서 많게는 20만 명에 달한다는 주장까지 아주 다양한데요. 미국 중앙정보국, CIA를 비롯한 국제적인 정보기관들은 3만 명 내외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ISIL은 그보다 7~8배나 더 많은 20만 명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ISIL 전투원들의 약 절반가량이 외국인들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 정보 당국은 해마다 이 숫자가 점점 늘어 지난해에는 약 2만 명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밝혔는데요. 이 가운데 서방국가에서 온 사람들은 3천 4백 명에 달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최소한 12개 지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녹취] ISIL 인터넷 홍보 영상
ISIL이 특별히 공을 들이는 건 인터넷 같은 곳을 이용한 홍보전, 선전활동입니다. 마치 전쟁영화나 오락 영화를 연상시킬 만큼 눈과 귀를 사로잡게 합니다. 특히 인터넷 단문 전달 사이트 ‘트위터’가 이들의 선전 활동의 거점이라는 보고서도 나왔는데요. 그러고 보면 ISIL 가담자들이 주로 젊은이들이라는 게 이해가 좀 되시죠? ISIL은 특히 사회에서 고립된 자생적 위험 인물들, 일명 외로운 늑대들을 겨냥해 ISIL에 가담하라고 부추기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이슬람수니파 무장단체 ISIL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