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차 핵실험을 통해 습득했을 기술적 역량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핵 위력 강화와 경량화에 근접해가면서 확산 위험을 높인다는 우려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비확산정책교육센터의 빅터 길린스키 자문위원과 헨리 소콜스키 소장은 북한 핵실험에 내포된 기술적 위험성과 전세계적 파장에 주목했습니다.
두 핵 비확산 전문가는 19일 ‘월스트리트저널’ 신문 공동기고문에서 수소탄 실험 여부에 집중된 논의를 북한의 가용 핵 역량과 확산 위험성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선 북한에서 감지된 인공지진 규모와 핵실험의 실제 폭발력 간 상관관계가 불확실하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폭발력이 약하다고 해서 반드시 수소탄 실험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큰 기술적 도약이 필요한 수소탄 개발 가능성을 배제하더라도, 만약 북한이 수소탄으로 가는 관문인 증폭핵분열탄 실험을 했다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증폭핵분열탄은 물질 중간에 이중수소와 삼중수소와 같은 핵융합 물질을 채워 초기의 핵분열로 핵융합을 야기할 수 있는 핵무기로 순수 핵분열 무기보다 2배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두 전문가의 관심은 우선 북한이 3차 핵실험 이후 주장해온 핵무기 소형화와 경량화 가능성입니다. 증폭핵분열탄 개발 과정에서 핵무기를 가볍게 만들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기술도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어 오늘날 미사일은 정확도가 매우 높아 과거와 같이 수 마일 씩 목표물을 빗나갈 경우에 대비한 메가톤급 거대 열핵 폭발력이 필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전문가가 지적한 북한 핵실험의 또다른 심각성은 바로 확산 가능성입니다. 증폭핵분열탄 개발에는 매우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지만 핵시설을 갖추고 고급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보유한 나라면 얻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북한이 다른 나라로부터 이 기술을 입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했습니다.
두 전문가는 따라서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증폭핵분열탄 실험이었다면 그 심각성은 전세계로 확대된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이란에서 터키에 이르는 중동 지역과 한국,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핵무기 개발에 나선다면 그 출발점으로 1945년 당시의 핵폭탄 설계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두 전문가는 북한의 기술 인력은 매우 제한된 자원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북한이 수소폭탄 개발에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일반적 견해에 동의하지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책연구기관인 군축비확산센터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모든 핵실험은 핵 프로그램 진전에 필요한 중요 자료를 제공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고, 제재와 강력한 수사를 내세우는 현재 전략은 북한의 계산에 영향을 주는데 실패했다고 단언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신뢰할만한 핵 억제력을 갖출 때까지 핵 역량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공조해 대북 압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제재만으로는 북한 핵 개발을 중지시킬 수 없다면서 미국은 2008년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중국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