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미국 내 11개 주에서 경선을 치릅니다. 이 소식 먼저 전해드리고요. 미 연방수사국(FBI)과 애플이 손전화기 잠금해제 문제로 대립하는 가운데 뉴욕 법원에서 애플에 유리한 판결이 나왔다는 소식, 또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는 소식, 차례로 살펴봅니다.
진행자) 첫 소식 보겠습니다. ‘Super Tuesday’, ‘슈퍼 화요일’의 날이 밝았습니다. 미국 내 여러 주에서 투표가 실시되고 있는데요. 슈퍼 화요일에 모두 몇 개 주가 참여하죠?
기자)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11개 주에서 경선을 치르는데요. 양쪽을 다 합치면 12개 주에 달합니다. 텍사스와 앨라배마, 아칸소, 조지아, 매사추세츠, 버지니아 등 9개 주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동시에 프라이머리, 그러니까 예비선거를 실시하고요. 추가로 공화당은 미네소타와 알래스카에서, 민주당은 미네소타와 콜로라도, 또 미국령 사모아에서 코커스, 즉 당원대회를 엽니다.
진행자) 이번 선거가 민주당이나 공화당 경선 후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걸려있는 대의원 수가 무척 많기 때문인데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으려면 대의원 1천237명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화요일에 그 절반이 판가름납니다. 민주당의 경우, 2천383명 이상이 필요한데요. 그 가운데 약 3분의 1인 880명이 슈퍼 화요일에 걸려 있습니다. 이들 대의원은 지지율에 따라서 배분됩니다.
진행자) 승자독식제가 아니던가요? 보통 그 주에서 이긴 사람이 대의원을 모두 차지하지 않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민주당은 원래 지지율에 따라서 대의원을 배분하고요. 공화당은 지난 2014년에 규정을 바꿨습니다. 3월 15일 이전에 경선을 치르는 주들은 지지율에 따라서 대의원을 배분하거나, 선거구별로 승자에게 나눠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많은 대의원이 걸려있는데요. 현재 후보들 지지율이 어떻게 됩니까?
기자) 유에스에이 투데이 신문이 집계한 여론조사 평균을 보면, 공화당의 경우,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텍사스 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텍사스 주에서는 테드 크루즈 의원이 선두인데요. 텍사스는 바로 크루즈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합니다. 텍사스 주 대의원 수는 155명에 달하는데요. 화요일(1일) 공화당 경선을 치르는 주들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후보는 공화당 경선에 출마한다고 선언했을 때부터 거침없는 막말로 숱한 논란과 화제를 낳았는데요. 최근에는 백인 우월주의 집단 ‘쿠 클럭스 클랜’과 관련해서 논란이 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쿠 클럭스 클랜’, 흔히 줄여서 KKK라고 하죠.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백인 비밀결사 조직인데요. 세력이 많이 약해졌지만, 아직 그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KKK 전 지도자 데이비드 듀크가 공개적으로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는데요. 트럼프 후보가 이에 관해 묻는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KKK나 데이비드 듀크에 대해 확실하게 거리를 두지 않고 불분명한 태도를 보인 겁니다. 트럼프 후보는 나중에 질문이 잘 안 들려서 그랬다고 해명했는데요. 하지만 경쟁 후보들은 물론이고,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인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은 어떻습니까?
기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많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 보도를 보면,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의 지역구인 버몬트 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클린턴 후보가 앞서고 있습니다. 클린턴 후보는 특히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남부 주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데요. 샌더스 후보는 동북부 주들과 중서부 주에서 승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미 대의원 수에서 클린턴 후보가 크게 앞서고 있다고 하던데요.
기자) 맞습니다. 현재 클린턴 후보는 대의원 91명, 샌더스 후보는 65명을 확보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민주당에는 슈퍼 대의원이란 제도가 있습니다. 당 지도부 인사나 주지사, 전현직 의원 등이 슈퍼 대의원에 포함되는데요. 이들은 주의 예비선거나 당원대회 결과에 상관없이 마음대로 지지 후보를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슈퍼 대의원 대부분이 클린턴 후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샌더스 후보 측은 슈퍼 화요일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중도 사퇴하는 일 없이, 7월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가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슈퍼 화요일을 하루 앞두고 월요일(2월 28일) 국무부가 클린턴 후보 이메일을 공개했는데요. 이 소식도 잠깐 살펴볼까요?
기자) 네,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을 지낼 때 정부 계정이 아니라 개인 이메일 계정과 서버를 사용했다고 해서 논란이 됐는데요.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 재임 시에 주고받은 이메일 가운데 3천8백 쪽이 월요일에 공개됐습니다. 국무부는 연방 판사 명령에 따라서 지난해 5월부터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을 순차적으로 공개해왔는데요. 월요일에 공개한 분량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진행자) 총 분량이 얼마나 됩니까?
기자) 지금까지 총 5만2천 쪽에 달하는 이메일이 공개됐는데요. 클린턴 전 장관이 개인 계정으로 주고받은 이메일 가운데 약 2천100 쪽에 기밀 정보가 들어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밀 정보 가운데 1급 기밀도 있었는데요. 미 중앙정보국(CIA) 무인기 계획에 관한 이메일 22개가 1급 기밀로 분류됐습니다. 하지만 클린턴 후보 측은 나중에 기밀로 분류된 것이라면서 개인 이메일로 민감한 정보를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마지막으로 공개된 3천800 쪽에도 기밀 정보가 있었습니까?
기자) 네, 23개, 약 260쪽이 2급 기밀로 분류됐는데요. 월요일에 공개된 이메일 중에 1급 기밀은 없었습니다. 그동안 미국 정보 당국과 국무부는 북한 핵 계획에 관한 이메일을 두고 견해 차이를 보였는데요.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앞서 정보 당국이 이 이메일을 가장 높은 등급인 ‘1급 기밀’로 분류하려고 했지만, 생각을 바꿔서 한 단계 낮은 등급으로 분류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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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여러분께서는 VOA 미국의 소리 방송이 전하는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듣고 계십니다.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 보겠습니다. 손전화기 ‘아이폰’으로 유명한 애플 사와 미국 법무부가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데요. 월요일(2월 29일) 연방 판사가 애플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하는데, 무슨 얘기인지 알아볼까요?
기자) 네, 뉴욕 브루클린 지역을 담당하는 제임스 오런스틴 연방 치안 판사가 애플에 대해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를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마약 밀매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손전화기의 잠금장치를 애플이 풀어주길 바라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애플이 수사 당국에 협조해야 한다는 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판사가 거부한 겁니다.
진행자) 거부한 이유는요?
기자) 네, 법무부는 애플이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근거로 ‘모든 영장법(All Writs Act)’을 들었는데요. 18세기 말에 나온 이 법은 판사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을 줍니다. 하지만 오런스틴 판사는 이번 경우에 ‘모든 영장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앞서 캘리포니아 치안판사는 이 법을 근거로 애플이 수사 당국에 협조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는데요. 오런스틴 판사는 완전히 상반되는 결정을 내린 거죠. 미국 법무부 대변인은 이번 판결에 실망했다면서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금 한창 논란이 되는 게 캘리포니아 테러범의 손전화에 관한 것인데요. 뉴욕 판사의 판결이 캘리포니아 손전화 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나요?
기자) 별개의 사건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구속력은 없는데요. 하지만 애플은 이번 판결이 캘리포니아 판사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환영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문제가 되는 건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사건 범인이 사용한 손전화인데요. 지난해 12월에 파키스탄계 미국인 사이드 파룩 부부가 총기를 난사해 14명이 숨지지 않았습니까? FBI는 파룩이 사용한 손전화기에 중요한 정보가 들어있을 것으로 보는데, 이 전화기가 잠겨있는 겁니다.
진행자) 비밀번호가 있어야 잠금장치를 풀 수 있는데, 파룩이 이미 죽었으니 알 수가 없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미 연방수사국(FBI)이 손전화 잠금장치를 풀 수 있는 새 운영 체제를 개발해달라고 애플에 요구하고 있는 건데요. 캘리포니아 치안 판사는 FBI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애플이 FBI에 협조해야 한다는 명령을 내린 건데요. 하지만 애플은 정부의 과도한 권한 행사라면서 법원 명령을 거부했습니다.
진행자) 화요일(3월 1일) 이와 관련해서 연방 하원에서 청문회가 열리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청문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FBI 측에서 제임스 코미 국장이 직접 참여하고요. 애플 측에서는 브루스 시웰 법무 담당 부사장이 대표로 나왔습니다. 시웰 부사장이 청문회에 앞서 서면으로 제출한 내용이 공개됐는데요. 애플은 잠금장치를 해제해달라는 FBI 요청을 받아들이면, 정부가 국민의 삶을 침해하는 위험한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테러범 손전화기 한 대에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모든 손전화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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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카리브 해에 있는 섬이죠?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내용 전해주시죠.
기자) 네, 지금까지 푸에르토리코에서 117건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사례가 보고됐습니다. 1월 말보다 네 배나 늘어난 건데요. 감염환자 중 5명이 임신한 여성이라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지카 바이러스가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큰 우려를 낳고 있는데요. 지난 2월 5일, 알레한드로 가르시아 파일라 주지사는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서 ‘긴급 보건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본토에는 아직 지카 바이러스가 많이 퍼지지 않았죠?
기자) 네, 아직까지 미국 본토에서는 지카 바이러스가 모기로부터 사람에게 전파된 경우가 없습니다. 하지만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이집트숲 모기를 통해서 지카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있는 건데요. 톰 프리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은 지난 금요일(26일), 푸에르토리코에서 환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고, 미 본토로까지 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푸에르토리코는 인기 휴양지 가운데 하나 아닙니까? 유람선도 늘 드나드는 곳이고요.
기자) 맞습니다. 이제 봄방학이 되면, 많은 대학생이 푸에르토리코를 찾을 텐데요. 그래서 큰 문제인 거죠. CDC는 올해 말까지 푸에르토리코 주민 70만 명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보는데요. 푸에르토리코 인구가 3백50만 명이니까, 5명 중 1명이 감염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진행자) 푸에르토리코에서 이렇게 지카 바이러스가 빨리 퍼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기자) 이 지역의 경제난과 관련이 있습니다. 정부가 돈이 없다 보니,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대처할 수 있는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고요. 가정집이나 학교, 심지어 의료 시설까지 제대로 방충망을 갖춘 곳이 드뭅니다. 이 지역 대부분의 집은 냉방장치가 없어서 창문을 열어놓고 사는데요. 모기약을 뿌리는 방역차가 지나가면 창문을 닫아버려서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푸에르토리코 가정집들에 방충망을 설치하는 데만 해도 7천만 달러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방충망이 없다는 점 외에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데 또 어떤 요인이 있나요?
기자)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장소가 너무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푸에르토리코 묘지에는 꽃을 꽂을 수 있는 화병이 있는데요. 이 화병에 물이 고이면서 모기 서식지가 된다는 겁니다. 푸에르토리코 전역에는 이런 공동묘지가 109곳이나 됩니다. 그뿐만이 아니고요. 푸에르토리코에는 미국 그 어떤 곳보다도 폐타이어, 버린 자동차 바퀴가 많이 쌓여있다고 하는데요. 이 바퀴 사이에 물이 고여서 모기가 많이 서식한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서 푸에르토리코 주 의회는 폐타이어 수거와 폐기를 위한 특별 예산을 지정했습니다.
진행자) 지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연방 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조처가 취해졌습니까?
기자) 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카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19억 달러 예산 편성을 의회에 요구했는데요. 이 중 2억5천만 달러가 푸에르토리코에 배정될 예정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푸에르토리코에 전문가 30명을 추가로 보냈는데요. 이들을 포함해서 현재 전문가 100명이 푸에르토리코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또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된 지역에 살고 있는 임산부 4천 명에 대한 보호 조치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지역 임산부를 상대로 10만 건의 감염 진단시험을 할 예정입니다. 또 이 지역에서는 헌혈이 금지됐습니다.
진행자) 곧 우기가 찾아오면 모기가 더 극성을 부릴 텐데요.
기자) 그래서 더 문제입니다. 이 지역에는 4월부터 비가 많이 내리는데요. 따라서 푸에르토리코 주지사는 우기가 오기 전, 그러니까 45일 안에 지카 바이러스 퇴치 조치를 상당 부분 이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