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이 1년 4개월 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재개관했습니다. 재개관 후 첫 전시는 ‘서書로 통일統一로-통일아!’ 인데요,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 현장음]
흥겨운 사물놀이와 함께 의미 있는 전시가 시작됐습니다.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이 1년 4개월 간의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했는데요, 재개관을 기념하는 첫 전시는 통일을 재해석한 '서書로 통일統一로,통일아!‘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예 뿐만 아니라 회화,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의 화합을 꾀한 작품들도 선보이고 있는데요, 예술의 전당의 이동국 서예부장입니다.
[녹취: 이동국, 서예부장] “종전 같으면 전시장이 하나였는데, 이제는 역사상설, 실험, 그리고 현대작가 전시장까지도 완벽하게 갖추고 규모도 두 배나 늘어났습니다. 약 450 평으로. 그리고 종전에는 아카이브가 없었는데, 새로 아카이브가 만들어졌고. 그 간에 통일을 얘기하면 정치적으로 또 주변 강대국들 이해관계로 늘 통일 문제가 일희일비하는 그런 것을 보는데, 땅덩어리만의 통일의 문제가 아니라 통일은 마음의 통일, 정신의 통일, 정서의 통일이 더 근본적이고 중요하다, 그래서 정치 이전의 남과 북의 근본 마음자리를 찾는 것을 지속적으로 계속해 나가는 게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첫 전시로 그렇게 잡았고. 한국의 서예가들 만 명이 한 자씩 만 자를 썼고, 중국‧일본의 명사들, 어린이, 노인… 그래서 서(書)가 만인의 예술이라는 것도 보여주고.”
통일과 평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나와 있는데요, 이번 전시는 망국: 독립 열망, 분단: 통일 염원, 통일: 세계 평화 등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과거 ‘망국’ 부분에서는 '일자서(一字書)>' 3500여 작품을 설치미술작가 박기원, 최정화가 대한독립과 동아시아 평화 열망을 담은 'Distant View', '일자만다라'로 각각 선보이고, 현재 ‘분단’ 부분에서는 역대 민족지도자 휘호와 남북 분단의 실존을 그린 걸개그림과 현대 서가들의 통일에 대한 생각을 담은 '만상 (卍想)'으로 통일 염원을 담아냈습니다. 또 미래 ‘통일’ 부분에서는 건축가의 시각으로 관객과의 상호소통에 기반을 두고 재해석된 작품 '사해일가四海一家'가 전시돼 있습니다. 1만 명이 참여한 전시인 만큼 전시회장에는 작품을 제출한 서예가들이 많이 찾고 있는데요, 수많은 작품 중 자신의 작품을 찾기도 쉽지 않을 만큼 방대한 전시물들을 보면서 함께 통일을 염원합니다. 서예가 이남례 씨입니다.
[녹취: 이남례, 서예가] “정말 전에는 와서 그냥 이렇게 작품만 관람하고 갔는데요, 저는 서예 하는 사람이지만 서예를 안 하는 사람들도 와서 굉장히 뿌듯함을 느낄 것 같고요, 그 다음에 서예를 전문적으로 하지만 또 작품을 많은 사람이 낼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됐잖아요. 전에는 어떤 고정 인물들만 냈는데. 그런데 그 사람들이 와서 보면서 자기 것 찾는 것도 굉장히 뿌듯함을 느낄 것 같아요. ‘내 것이 여기 있구나.’ 그런 거. 통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런 것도 느끼고요. 저 같은 경우는 예를 들어서 ‘평화’를 썼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같이 동참할 수 있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요.”
통일을 염원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요, 서예가 송인자 씨도 붓으로 글씨를 쓰면서 통일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녹취: 송인자, 서예가] “이렇게 모든 게 하나로 화합이 돼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한다는 건, 굉장히 뜻있는 거라고 생각이 되고요. 이게 또 주제가 통일이라는 주제를 했기 때문에 더 의미가 깊다고 생각해요.”
이정은 서예가는 자신의 작품 뿐아니라, 제자들의 작품들을 보면서 더 뿌듯함을 느낍니다.
[녹취: 이정은, 서예가] “제자들이 많이 냈죠. 150 점 냈어요. 통일이라는 게 뭐 우리 나라에서, 정치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서예 부문에서도 단체들이 다 화합을 해야 되거든요. 제가 한 작품은 또 ‘국흥’이라고 나라를 일으킨다는 뜻으로, 조형적으로.”
서예 뿐만 아니라 회화, 건축, 설치미술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한 작품을 선보이는 만큼 관련 분야의 많은 작가와 예술인들이 참여했는데요, 한국문화의 집 진옥섭 예술감독도 개관식 현장에 함께 했습니다.
[녹취: 진옥섭, 한국문화의 집 예술감독] “서예가 사실은 종이에 대한 면적에 대한 치례죠, 이렇게 먹으로. 그런데 그게 제가 사랑하는 춤과도 많이 닮아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글씨를 통하여 어쨌든 통일을 이루는 거죠. 우리는 같은 언어를 쓰고 있고 또한 한-중-일은 정말 이 한자 문화의 공감을 갖고 있으니까, 그들이 지금까지 해 왔던 유구한 문화가 다시금 현대에도 옛길을 그대로 살리기를 바라는 것이었을 때 이게 탄탄대로가 이러한 형식을 통해서 만들어지지 않나. 모두다 한 자 씩 써서 만 자를 이루는, 정말 그것이 화합하여 만사 성 (萬事成)을 이룰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작품을 감상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글씨를 써볼 수도 있는데요, 박물관 1층에는 방문객들이 직접 통일에 대한 휘호를 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습니다.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재개관전인 ‘서로 통일로-통일아!-는 오는 4월 24일까지 열립니다.
[녹취: 현장음]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