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10 명 중 8 명은 피임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주로 여성들이 자궁 내 장치 시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인구기금 UNFPA는 최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2014년 현재 북한 주민의 피임실천률이 78.1%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 2010년 피임실천률이 71.3%로 조사됐던 것에 비해 6.8% 포인트 증가한 규모입니다.
유엔인구기금은 지난 2014년 북한 중앙통계국과 공동 실시한 ‘경제∙ 사회∙ 인구∙ 보건 조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설문조사는 북한 11개 도 내 1만3천여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각 도에서 평균 1천250 가구가 참여했습니다.
조사 결과 북한 주민의 74%는 피임 방법으로 여성들이 자궁 내 피임장치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흔히 루프로 불리는 자궁 내 장치 (IUD)는 플라스틱이나 구리로 만든 작은 고리를 자궁 안에 삽입하는 피임법입니다.
자궁 내 장치를 이용한 피임실천률은 지난 2010년 61.5%에 비해 무려 12.5% 포인트나 증가한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피임실천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북한 여성들이 피임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황나미 선임 연구위원 입니다.
[녹취: 황나미 선임 연구위원] “북한은 (자궁 내 장치가) 비싸고 해서 한번 끼면 일생 동안 끼고 있거든요. 누적되는 거죠. 그래서 74% 라는 수치가 나오는 거죠. 정말 피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거죠.”
일반적으로 자궁 내 장치를 2~3년에 한 번씩 바꿔야 하는데 북한 여성들은 상황이 어렵다 보니 평생 교체하지 못해 피임을 하고 있는 여성 비율이 높게 나왔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의 대북 매체에서 기자로 일하는 한 탈북기자는 30일 ‘VOA’에 북한 주민들은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피임 도구인 콘돔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있으며, 많은 여성들이 암시장에서 불법 피임시술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 여성] “난관술은 북한 간부들이나 할까요? 콘돔이라는 이 말 자체를 잘 몰라요. 이 말을 아는 사람이 북한에서 얼마나 될까요? 다 암시장에서 피임 시술을 받은 거에요. 50%는 아마 그렇게 됐고 나머지 20~ 30%, 지금 50~60 대는 예전에 병원에서 루프 삽입 수술을 받은 사람일 거에요. 한 10년~20년 째 차고 있죠, 지금 다. ”
난관술은 북한에서 받기 매우 어렵고 콘돔도 구하기 어려워 대부분 여성들이 불법으로 자궁내 장치 삽입술을 받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2014년 현재 북한에서 난관수술을 통해 피임을 하고 있다는 비율은 2.2%, 자연피임법 1.6%, 질외사정법 등 기타 방법을 통해 피임을 하는 비율은 0.3%에 그쳤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한국 국민 4 명 가운데 1 명인 23.7%가 피임법으로 콘돔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밖에 질외사정 등 기타가 17.9%, 정관수술 16.7%, 자궁 내 장치 10.5%, 난관수술 5.7%, 경구피임약 2.4% 순이었습니다.
앞선 탈북여성 기자는 북한 당국이 피임시술을 금지하고 있어 여성들이 불법으로 피임시술을 받고 있고,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시술 후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해 부작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 여성 기자] “피임시술이 위법화 돼 있기 때문에 암시장에 가서 다시 시술을 받으려면 돈이 비싸고, 그러니까 15~20 년 전에 수술한 걸 그대로 갖고 있다고요. 그러니까 산부인과 질병이 많이 발생하고 허리가 아프고 하는 문제가 발생하죠.”
이어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성 문화가 서구화, 자유화 되고 있고, 여성들은 아이를 많이 낳으려고 하지 않아 불법 피임시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2014년 북한의 출산율은 1.9 명이었고, 도시 출산율은 1.8 명으로 농촌 지역에 비해 0.2 명 낮았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출산율은 1.21명으로 조사됐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