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뉴저지 판사가 테드 크루즈 후보의 대통령 후보 자격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비롯한 대선 관련 소식 전해 드리고요. 미국 금융규제 당국이 5개 은행의 ‘정리의향서’를 거부했다는 소식,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성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는 소식, 차례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다음 주 화요일(19일)에 뉴욕 주에서 예비선거가 실시되는데요. 뉴욕 주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크게 앞서는 상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공화당의 경우, 지난 5일에 열린 위스콘신 주 예비선거에서 크루즈 후보가 1위를 차지하긴 했습니다만, 뉴욕 주에서는 지지율이 케이식 후보에게조차 밀리는 상황인데요. 크루즈 후보에게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진행자) 어떤 소식입니까?
기자) 네, 뉴저지 판사가 크루즈 후보에 대해서 미국 헌법에 따른 “태생적인 미국 시민”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오는 6월 7일에 열리는 뉴저지 예비선거에 나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 헌법에는 “태생적인 미국 시민”만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쓰여 있는데요. 크루즈 후보는 미국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캐나다에서 태어났죠?
기자) 맞습니다. 캐나다 캘거리에서 쿠바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는데요. 크루즈 후보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캐나다와 미국, 이중국적을 유지했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바로 그런 점을 들면서 크루즈 후보를 공격했고요. 실제로 크루즈 후보의 대통령 후보 자격과 관련해 몇 차례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그동안 아무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어머니가 미국 시민이었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겁니다. 이번 소송은 뉴저지 주민들로 구성된 시민단체가 제기한 건데요. 담당 판사는 크루즈 후보의 자격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닌데요. 킴 과다노 뉴저지 부지사가 법원 결정을 승인해야 합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올해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기자) 네, 라이언 하원의장은 화요일(12일) 워싱턴 디시에 있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화당 후보 지명을 받더라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라이언 하원의장의 연설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라이언 하원의장] “I do not want, nor will I accept, the nomination……”
기자) 공화당 후보 지명을 원하지도 않고 받아들이지도 않겠다는 겁니다.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미 지난해에 이번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고요. 그 뒤에도 몇 번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라이언 의장의 이름이 거론되자, 화요일(12일) 기자회견에서 공식적으로 불출마 의사를 확인한 건데요. 라이언 의장은 이런 억측이 난무하게 놔두기엔 하원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라이언 하원의장의 이름이 계속 오르내리는 거는요. 7월 공화당 전당대회 전에 과반수 대의원을 확보한 후보가 나오지 못할 가능성 때문이죠?
기자) 맞습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으려면 전체 대의원의 절반을 넘는 1천237명을 확보해야 하는데요. 현재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가장 많은 대의원을 갖고 있습니다만, 전당대회 전에 과반수 대의원을 확보하려면 좀 벅찹니다. 앞으로 남은 경선에서 60% 이상 지지율로 승리해야 가능하죠.
진행자) 2위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어떻습니까?
기자) 더 힘듭니다. 앞으로 90% 이상 지지를 얻어야만 과반수 대의원을 채울 수 있습니다. 또 한 사람 남은 후보인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아무리 경우의 수를 따져봐도 불가능한 상황이죠. 이렇게 아무도 과반수 대의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재 전당대회가 열릴 수 있습니다.
진행자) 여기서 중재 전당대회란 어떤 건지, 잠시 짚어보고 넘어갈까요?
기자) 말 그대로 중재해서 후보를 뽑는 겁니다. 각 당은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데요. 1차 투표 때는 대개 대의원들이 소속 주의 경선 결과에 따라서 특정 후보를 지명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수 지지를 받은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2차, 3차, 이런 식으로 절반 이상 지지를 받은 후보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계속하게 되는데요. 2차 투표부터는 대의원 대부분이 자유롭게 후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중재해서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죠.
진행자) 그러면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처럼 경선에 나오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후보를 추대할 수도 있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중재 전당대회가 되면, 남아있는 경선 후보뿐만이 아니라, 이미 사퇴한 후보, 경선에 나오지 않은 제3의 후보, 그 누구도 가능합니다. 현재 공화당 당규에 따르면, 경선에 참여해서 8개 이상 주에서 과반수 지지로 승리한 후보만이 자격이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규정은 바꾸면 그만이라고 합니다. 매번 전당대회 전에 대표들이 모여서 규정을 정하는데, 이때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이런 방식이 불공평하다면서 불만을 나타내지 않았습니까? 과반수 대의원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경선 과정에서 가장 많은 대의원을 모은 후보가 지명돼야 한다면서요.
기자) 맞습니다. 라이언 의장도 화요일(12일)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는데요. 만약 1차 투표에서 과반수 지지를 얻은 후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공화당 경선 과정에 실제로 참여했던 사람들만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자신은 빼달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상당히 강한 어조로 불출마 의사를 밝혔는데요. 반응이 어떻습니까?
기자) 라이언 의장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라이언 의장이 지난해 하원의장 자리도 생각이 없다고 말했지만, 공화당 내에서 계속 압력이 들어오자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앞으로 두고 볼 일이란 반응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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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두 번째 소식입니다. ‘Living Wills’, 이른바 ‘정리의향서’를 제출한 금융기관 여덟 군데 가운데 다섯 군데가 퇴짜를 맞았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수요일(13일)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다섯 군데 금융기관이 제출한 ‘정리의향서’가 미흡하다면서 이를 다시 작성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정리의향서’라는 게 뭡니까?
기자) 네. 영어에서 ‘will’이라면 유언을 말하는데요. ‘Living Wills’, 즉 ‘정리의향서’라면 금융기관이 남기는 유언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금융기관이 사람도 아니고 무슨 유언을 남긴다는 말인지 모르겠네요?
기자) 네. ‘정리의향서’는 어떤 금융기관이 최악의 사태를 맞아 파산할 때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질서 있게 파산하는 방법을 정해놓은 계획입니다. 그러니까 이 ‘정리의향서’는 기업이 파산할 때, 다른 말로 기업이 죽을 때 어떤 식으로 사후 처리를 할 것인가를 정해놓았다고 해서 기업의 ‘유언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걸 미국에서는 해당 기관들이 꼭 제출하도록 하는 법이 있는 모양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연방의회가 지난 2010년에 통과시킨 ‘도드-프랭크 법’에 들어가는 있는 조항입니다.
진행자) 이 ‘도드-프랭크 법’은 2008년부터 시작된 금융위기에 혼이 난 미국 의회가 금융기관을 규제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요. 그럼 ‘정리의향서’는 금융위기와 관련이 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08년에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는 것을 계기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크게 어려움을 겪었죠? 당시에 많은 대형 금융기관이 파산하거나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큰 문제가 됐는데요. 결국, 미국 정부는 ‘국민의 세금’, 즉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았죠.
진행자) 당시에 이렇게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두고 말이 많지 않았습니까?
기자) 물론입니다. 제대로 회사를 운영하지 않아서 파산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들을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구제해 준다면서 거센 비판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대마불사’의 신화가 여기에 적용된 셈이었죠?
기자) 맞습니다. 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나 기관이 망하는 것을 중앙정부가 살려준다는 것이 바로 ‘대마불사’라고 하죠? 그런데 이런 ‘대마불사’ 원리가 미국의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다시 적용됐고요. 그러자 이에 맞서 2010년에 ‘정리의향서’ 조항이 나온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이 ‘정리의향서’는 앞으로는 ‘대마불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제는 미국 정부가 나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금융기관들에 장차 망할 위기에 처할 때 어떤 식으로 일을 수습할 것인지 미리 계획을 세워놓으라고 요구해 놓고요.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질 때 기존 계획에 따라 뒷수습을 하겠다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예전처럼 금융기관들이 파산하면 정부가 우왕좌왕하다가 전체 경제에 혼란을 주고 결국 공적 자금을 쓰는 일을 없애겠다는 목적이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정리의향서’를 퇴짜맞은 기관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자) 네. 일단 오는 10월 1일까지 새로 ‘정리의향서’를 작성해서 다시 제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차 거부당하면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야 하는 규제를 받고요. 또 2년 안에 이 ‘정리의향서’를 승인받지 못하면 해당 기관은 자산과 사업체 일부를 팔아야 합니다.
진행자) 이번에 ‘정리의향서’가 반려된 곳이 어디죠?
기자) 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스테이트스트리트, 그리고 뉴욕멜론은행입니다. 반면에 씨티은행과 골드만삭스, 그리고 모건스탠리가 낸 ‘정리의향서’는 통과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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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최근 노스캐롤라이나 주와 미시시피 주에서 성 소수자들을 차별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돼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한 발짝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팻 맥크로리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일부 법 조항을 수정할 뜻을 나타냈습니다. 성 소수자들이 차별을 받았다고 느꼈을 때 주 법원에 소송을 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는데요. 이는 주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항입니다. 맥크로리 주지사는 또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차별금지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화요일(12일) 성적 소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주 공무원들을 위한 동등고용 정책을 확대하는 내용의 주지사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진행자)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이 트랜스젠더, 성전환자들의 화장실 이용 문제였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성전환자들이 공립학교나 공공기관 화장실을 이용할 때, 자신이 인식하는 성이 아니라, 태어날 때 성별에 따라서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한다고 해서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이 부분은 어떻게 됐습니까? 주지사가 철회했나요?
기자) 맥크로리 주지사는 화장실 이용에 관한 조항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민간 사업체는 자체적으로 규정을 만들 수 있게 허용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이른바 ‘화장실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성폭력범이 여장하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면서 법의 필요성을 주장하죠. 하지만 반대자들은 합법적으로 성 소수자들을 차별하게 하는 조항이라면서 항의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기업계를 중심으로 노스캐롤라이나 주 거부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에 법이 발효된 뒤, 뱅크어브아메리카와 애플 등 여러 기업으로부터 거센 비판이 나왔고요.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팰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운영센터를 세우려던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도이치은행도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일자리 250개를 새로 만들려던 계획을 중단했죠. 그런가 하면 유명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노스캐롤라이나 주 공연 계획을 취소하는 등 역풍이 거센데요. 비슷한 종교자유법이 통과된 미시시피 주 역시 반발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비판 여론에 밀려서 맥크로리 주지사가 그동안 보였던 강경 자세를 조금 누그러뜨린 듯한데요. 반응이 어떤가요?
기자) 동성애 권리 옹호가들은 맥크로리 주지사의 조처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완전히 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 법과 관련해서 시민단체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이 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황인데요. ACLU는 맥크로리 주지사가 체면을 세우려는 조처일 뿐이라면서 일축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