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목요일(14일) 뉴욕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 소식 먼저 전해드리고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연방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소식에 이어서 잘사는 곳과 못사는 곳 주민들 사이에 기대수명 차이가 크다는 연구결과 살펴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다음 주 화요일(19일) 뉴욕 주에서 예비선거가 실시되는데요. 이에 앞서 민주당 경선 후보 TV 토론회가 열렸군요.
기자) 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이 목요일(14일) 뉴욕 브루클린에서 CNN 방송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가했습니다. 뉴욕은 두 후보 모두 연고가 있는 곳인데요. 샌더스 후보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서 자랐고요. 클린턴 후보는 뉴욕 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습니다.
진행자) 그런 만큼 분위기가 뜨거웠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관중의 함성과 야유도 컸고요. 두 후보 역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서로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것 같았다는 평가까지 나왔는데요. 공화당 토론회 때 같은 인신공격성 발언만 없었을 뿐이란 겁니다.
진행자) 뉴욕 주 예비선거에 거의 300명에 달하는 대의원이 걸려있으니, 두 후보 간의 대립이 심화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 전에는 두 후보가 대통령 자격을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이 문제도 나왔는지요?
기자) 네, 샌더스 후보는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에 충분한 경험과 지성을 갖추고 있지만, 판단력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두 후보가 주고받은 얘기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클린턴 후보-샌더스 후보] “Well, the people of New York……”
기자) 클린턴 후보는 뉴욕 주민에 의해 두 차례 연방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점,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점 등을 들면서 자신의 판단력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고요. 샌더스 후보는 과거 클린턴 후보가 이라크 전쟁과 자유무역협정을 지지한 점, 월스트리트 대형 금융기관으로부터 정치 후원금을 받은 점 등을 들면서 공격했습니다.
진행자) 얼마 전에 샌더스 후보가 지역 신문인 뉴욕 데일리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정책에 깊이가 없다, 선거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다는 비판을 받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특히 대형 금융기관 해체 문제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해체할지,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클린턴 후보가 목요일(14일) 토론회에서 계속 그런 점을 부각했습니다. 샌더스 후보가 문제를 지적하는 일은 잘하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동안 샌더스 후보는 대형 금융기관과 클린턴 후보와의 관계에 계속 의혹을 제기해왔죠?
기자) 맞습니다. 클린턴 후보가 골드만 삭스 같은 대기업 행사에서 연설하고 수십만 달러를 받았다고 공격해 왔는데요. 거액의 강연료를 받고 제대로 규제를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서 클린턴 후보는 샌더스 후보 측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고요. 강연 원고를 공개하라는 샌더스 후보의 거듭된 요구에 대해서 공평하게 모두가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린턴 후보-샌더스 후보] “Let’s set the same standards for everybody……”
기자) 모든 후보가 강연 원고와 세금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면서, 그러면 자신도 공개하겠다고 클린턴 후보가 말했는데요. 샌더스 후보는 대형 기업 모임에서 강연한 일이 없기 때문에 공개할 원고가 없다고 반박했고요. 곧 지난해 세금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진행자) 얼마 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최악의 실수로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축출 이후의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점을 꼽았는데요. 당시 국무장관이 클린턴 후보 아니었습니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가 오갔나요?
기자) 네, 샌더스 후보는 미국이 다른 나라 정권 교체에 개입하는 걸 반대한다면서 리비아 사태를 비판했는데요. 클린턴 후보는 자신은 모든 자료와 의견을 종합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최종 결정은 오바마 대통령이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클린턴 후보가 이날(14일) 토론회에서 계속 오바마 대통령과 연관성을 내세웠거든요. 정치후원 기구나 기후변화 문제로 자신을 공격하는 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라고까지 말했는데요. 리비아 문제에 대해서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또 어떤 문제들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최저임금과 총기규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등을 놓고 두 후보가 격돌했는데요. 클린턴 후보가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리는 안을 지지한다고 말하자, 샌더스 후보는 클린턴 후보가 전에는 12달러 인상안을 지지하더니 말을 바꿨다면서 공격했고요. 클린턴 후보는 샌더스 후보가 과거 총기규제안에 반대표를 던진 점을 지적했습니다. 중동 문제에 대해서 샌더스 후보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어선 안 되고 팔레스타인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해서 아홉 번째 민주당 후보 토론회가 끝났는데요. 전문가들이 누구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까?
기자)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리는데요. 대체로 비겼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동안 그랬듯이 외교 문제에서는 클린턴 후보가, 국내 정책에서는 샌더스 후보가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겁니다. 하지만 뉴욕 예비선거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 아닙니까? 여론조사에서 샌더스 후보가 많게는 17% 포인트까지 클린턴 후보에게 뒤지고 있는데요. 그런 가운데 클린턴 지지자들의 마음을 돌릴 만한 한 방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진행자) 앞으로 두 후보의 선거운동 일정 잠시 살펴볼까요?
기자) 네, 샌더스 후보는 토론회를 마친 뒤 바티칸 교황청 과학원이 주최하는 회의에서 연설하기 위해서 바로 이탈리아로 떠났습니다. 샌더스 후보는 세계 경제와 사회 불평등을 얘기할 수 있는 기회라서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는데요.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이 샌더스 후보와 직접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런가 하면 클린턴 후보는 이번 주말에 캘리포니아 주를 방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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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두 번째 소식입니다. 최근 미국 법무부가 손전화기 아이폰으로 유명한 애플 사와 잠금장치 해제 문제를 놓고 법정에서 대립하고 있는데요. 또 다른 첨단기업 마이크로소프트사와도 소송이 벌어지게 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연방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목요일(14일) 워싱턴 주 시애틀 연방 법원에 낸 소송에서 정부가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수사 당국이 마이크로소프트 이용자의 이메일이나 문서를 검토할 때 이런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리지 못하게 막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정부의 이런 요구는 부당한 수색을 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한 수정헌법 4조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1조에 어긋난다고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정부가 개인의 이메일 내용을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은가요?
기자)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지난 1년 반 동안 약 5천600건의 요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절반이 법원 명령으로 이런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보하지 못하게 돼 있었다는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람들이 개인 정보를 ‘클라우드’로 옮겼다고 해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클라우드’라면 인터넷으로 연결된 서비스 사업자의 서버를 말하죠.
기자) 맞습니다. 사진이나 음악 같은 자료를 이런 ‘클라우드’에 저장해놓으면, 언제든지 필요할 때 꺼내서 볼 수 있는데요. ‘클라우드’가 없을 때는 실제로 개인이나 기업의 컴퓨터를 압수해서 수색해야 하니까, 당사자 모르게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으니까, 당사자 몰래 들여다볼 수 있는 거죠.
진행자) 정부가 이렇게 몰래 보려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당사자가 알게 되면 증거를 없앨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법률담당 사장은 결코 가벼운 생각에서 나온 소송이 아니라고 말했는데요.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에 관련된 경우 등 일부 예외는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부가 개인이나 기업의 자료에 접근할 때는 당사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법무부 대변인은 소송 내용을 검토 중이라면서 논평을 거부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1986년에 제정된 전자통신비밀보호법(ECPA)에 근거해서 개인 정보를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하지만 첨단기업들과 개인 권리 옹호가들은 이 법이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 나온 점을 들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법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현재 연방 의회에서 이 법을 개정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올해 안에 처리되긴 힘들다는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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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소득과 거주 지역이 기대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몇몇 미국 대학과 미 연방 재무부, 그리고 경영 자문 회사인 맥킨지사 소속 경제학자 7명이 연구해서 최근 ‘미국 의학협회저널(JAMA)’에 발표한 내용인데요. 핵심은 잘 살수록 기대수명이 길고, 가난한 사람 사이에서도 사는 지역에 따라 기대수명에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연구진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자료는 뭡니까?
기자) 네, 연구진은 지난 1999년과 2014년 사이에 유효한 사회보장번호와 소득을 가진 미국인 전부의 세금과 사회보장 기록을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연구를 해보니까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오래 사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구체적으로 얼마나 차이가 났습니까?
기자) 네. 남자 같은 경우는 소득 최상위하고 하위 1% 가 기대수명이 거의 15년이 차이가 났습니다. 여자는 이 격차가 10년이었는데요. 눈길을 끄는 건 지난 2000년 이후에 격차가 커졌는데, 소득 상위 5%는 기대수명이 그새 3년이 늘었지만, 하위층의 기대수명은 전혀 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렇게 상대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사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계층보다 더 오래 사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상식적으로 돈이 많으면 그냥 오래 살 거로 생각하기 쉬운데, 하지만 전문가들 말로는 그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돈으로 건강을 살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거죠.
진행자) 그런가요? 하지만 가난한 사람이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보다 오래 살지 못하는 이유는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이번에 나온 연구결과도 바로 그 점을 지적하는데요. 소득수준이 낮으면 좋은 환경에서 살거나 좋은 음식을 못 먹는데, 이런 요소들이 수명 단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어떤 전문가는 돈이 없어서 고생을 많이 하면 기대수명이 단축된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진행자) 아까 가난한 사람들도 사는 곳에 따라 기대수명에 차이가 난다고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주민 교육수준과 소득수준, 그리고 인구밀도가 높고요. 또 집값이 비싸면서 지역 정부가 쓰는 돈이 많은 지역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곳에 사는 저소득층보다 오래 사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주민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높은 곳이라면 어디를 말할까요? 뉴욕 같은 곳인가요?
기자) 맞습니다.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시와 로스앤젤레스 시가 바로 그런 지역입니다. 저소득층 기대수명이 긴 상위 8개 도시 가운데 여섯 군데가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데요. 캘리포니아 주 같은 경우 사회보장제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고요. 또 흡연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번에 연구를 해보니까 이런 지리적 위치가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에 영향을 더 크게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지역 특성이 가난한 사람들의 기대수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가령 가난하더라도 지역 정부가 건강에 해를 주는, 가령 흡연이나 비만과 관련된 식품을 강하게 규제하면 저소득층의 기대수명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조사를 해보니까 가난한 사람들의 기대수명에는 운동이나 흡연, 그리고 비만이 큰 관계가 있었다고 합니다.
진행자)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지역은 잘사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의 소득 차이가 크게 나는, 그러니까 ‘소득불평등’ 상태가 심한 곳이죠? 이런 곳에서는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통념이 있는데, 이번에 나온 연구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말도 되는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번에 보니까 소득 불평등하고 기대수명이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니까 소득 불균형이 심한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보다 건강하다는 그런 말도 되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