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백두산 천지 아래에 부분적으로 녹은 상태의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화산 활동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과 영국, 북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진은 최근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기고한 연구 결과를 통해, 백두산 천지 아래에 부분적으로 녹은 상태의 마그마가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영토에 있는 백두산의 지질구조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과학자 7 명과 미국, 영국, 중국 과학자 4 명 등 11 명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백두산 천지 반경 60km 지역에 광대역 지진계 6대를 설치해 2013년 8월부터 1년 간 발생한 지진파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지진파는 지진의 진행 방향으로 진동하는 종파 (P파)와 진행 방향과 수직으로 진동하는 횡파 (S파)로 구성되며, 두 파가 지진계에 도달하는 시간 차이를 이용하면 땅 속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겁니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천지에서 60km 떨어진 곳은 지각 두께가 35km로 두꺼웠고, 종파와 횡파 간 속도 비율도 1.76에서 1.79로 인근 지역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백두산 천지 20km 이내 지역에서는 지각의 두께가 얇아졌고 종파와 횡파 간 속도 비율이 증가했으며, 특히, 천지 바로 아래 지역에서는 속도 비율이 1.87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연구진은 백두산 천지 20km 이내 지역의 지각이 화산 활동과 관계 있는 마그마 활동으로 인해 변형됐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지역에서 종파와 횡파 간 속도 비율이 증가한 것은 이 지역의 지각 5km와 10㎞ 아래에 부분적 부분적으로 녹은 마그마가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지역의 마그마는 2002년부터 2005년 사이 백두산 일대에서 목격된 불안정한 현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화산 지대 아래에 녹은 상태의 마그마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화산 활동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연구진 가운데 한 명인 제임스 해먼드 영국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의 제임스 해먼드 교수는 미국의 인문지리 전문지인 ‘내셔날 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백두산 천지 지각 아래 마그마가 있다고 해서 곧 화산이 분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해먼드 교수는 연구진이 백두산 천지 아래에 얼마나 많은 양의 마그마가 있는지 등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백두산은 고려 정종 때인 서기 946년과 947년 두 차례 대규모 폭발을 일으킨 뒤 휴지기 상태지만 2002년부터 2005년 사이에 지진 활동이 활발해지는 등 활동 재개 가능성이 제기돼 왔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