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실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가 미국 위스콘신과 샌프란시스코, 시애틀에 이어 워싱턴의 영화제에서 선보였습니다. 이 영화를 제작한 러시아의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지난 23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이 이 영화를 통해 자유의 중요성을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체제선전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과정을 담은 기록영화 ‘태양 아래’ (Under the Sun)가 워싱턴에서 열린 AFI Docs 영화제에 초대 받았습니다.
영화제 참석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지난 23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태양 아래'가 관객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자유 수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만스키 감독]
`태양 아래'는 미국인, 한국인, 베트남인, 아프리카인을 불문하고 모든 이들은 이 세상에 자유로운 인간으로 태어났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며, 자유를 잃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말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만스키 감독은 미국이 전세계 민주주의의 본거지 (stronghold)이지만, 미국도 완벽하지 않기에 1950년대에 극단적 반공주의인 매카시즘이 일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은 북한을 바라보면서 그 어떤 나라도 갑자기 자유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매우 길고 어려운 노력을 기울인 끝에 러시아에서 이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며 문서상으로는 허가가 났지만 실제로 극장에서 상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만스키 감독은 이 영화와 관련해 러시아와 북한 당국 모두로부터 큰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오는 10월에 ‘태양 아래’를 러시아 관객에게 선보이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이미 북한과 같은 나라가 되는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관객이 이 영화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만스키 감독은 북한 당국이 ‘태양 아래’의 주인공인 진미와 진미 어머니를 체제선전의 소재로 역이용하고 있는 데 대해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진미는 지난 5월 노동당 대회 군중대회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꽃다발을 건넸고, 진미 어머니는 북한 매체 ‘메아리’와의 인터뷰에서 영화가 ‘반공화국 인권모략영화’ 일 줄 꿈에도 몰랐다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만스키 감독은 이에 대한 질문에, 기사를 통해 이미 접한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만스키 감독]
만스키 감독은 진미 어머니가 자신에 대해 어떤 말을 했는지 알고 있다며, "만일 북한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면 내가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아무 반응을 내지 않는 게 낫다”며 “이 모든 상황이 진미 가족이 수용소로 보내지는 상황보다는 낫다”고 말했습니다.
만스키 감독은 그러나 진미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매일 꽃을 건네더라도, 자유가 결여된 삶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만스키 감독은 북한 주민들에게 전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2차 세계대전 중 죽음의 수용소에 갇혀 있던 유대인들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며 “단지 내가 진정 그들에 대해 걱정하고 있고 그들이 안됐다고 느끼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음달 미국에서 개봉되는 `태양 아래'는 7월 6일 뉴욕 시 ‘필름 포럼’을 시작으로 미국과 캐나다 내 15~30개 도시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