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에 출전한 남북한 체조선수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사진이 올림픽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2016 리우올림픽 여자 기계체조에 출전한 한국의 이은주 선수가 지난 4일 자신의 휴대전화로 북한 대표인 홍은정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로이터 통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연습 도중 만나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각국 언론들과 트위터 같은 사회연결망 서비스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미국의 `CNN' 방송은 ‘체조선수들이 잠시나마 남북한을 뭉치게 만들다’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방송은 남북한은 휴전협정이 발효 중이지만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전쟁 중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요새화된 국경을 둘러싼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선수는 매우 현대적인 방법으로 ‘스포츠를 통한 인류의 조화로운 발전’이라는 올림픽의 정신을 구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영국의 `BBC' 방송은 남북관계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더욱 경색된 상황이라고 소개하며, 두 선수의 사진은 올림픽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폭넓은 찬사를 듣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도 "남한과 북한 체조선수들이 올림픽의 정신을 보여줬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것이 우리가 올림픽을 하는 이유"라는 설명과 함께 이 사진을 소개했습니다.
이 게시물은 9일 현재 2만 번 이상 리트윗되고, 마음에 든다는 표시를 한 사용자도 2만1천 명을 넘는 등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영국의 `데일리 스타'는 9일 핵 문제로 남북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두 선수의 화합은 매우 희귀한 사례라며, 홍은정 선수가 북한으로 돌아가 처벌을 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홍은정 선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도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북한 여자 기계체조 선수가 메달을 딴 것은 홍 선수가 처음입니다.
홍 선수는 4년 전 런던올림픽 때는 북한 체조팀에 대한 징계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징계가 풀린 2013년부터 다시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와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8년 만에 다시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홍 선수는 지난 7일 열린 도마 예선에서 2위를 차지하며 14일 열리는 결선에 진출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