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돌격대’ 내에서 자행되고 있는 현대판 노예노동 실태가 오늘 (5일) 서울에서 공개됐습니다. 군대와 유사한 조직생활을 하는 돌격대는 군가 건설사업에 동원되지만 임금은 거의 받지 못하는 기이한 형태의 노동착취 조직이라는 주장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05년 중학교를 졸업한 박경호 씨는 곧장 8.28청년돌격대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나이 17살.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평양 만경대구역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시멘트를 나르는 고된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가혹한 노동량에 비해 한 끼 식사는 강냉이밥 한 그릇에 반찬 한 두 가지 뿐이었고 월급도 국수 몇 그릇 사먹을 정도의 액수에 불과했습니다.
탈북자 박경호 씨의 증언입니다.
[녹취: 박경호 씨 /돌격대 출신 탈북자] “제일 힘들었던 것은 시멘트 하차 작업입니다. 대대원이 200명 정도가 한 빵통에서 포대로 삽으로 떠서 등에 메고 나르는데 시멘트가 몸에 다 붙어 땀과 같이 콘크리트가 돼요. 등가죽 벗겨졌던 게 제일 힘들었어요. 돈을 못 받았다는 게 가장 황당하고 한국에 오자 마자 일을 했거든요. 아, 일을 하면 돈을 주는구나, 그런데 내가 저기서 3년을 무보수로 일했으니까 통일되면 받을 수 있을까…”
제2연합기업소 산하 25금속공장 건설사업소에 배치된 허광원 씨. 제2연합기업소는 북한 전역에서 토대가 안 좋은 사람들을 뽑아 조직한 곳으로 개성에서만 모두 500여 가구가 무산으로 추방돼 건설현장에 동원됐다고 증언했습니다.
그 뒤 서두수발전소 건설공사 현장과 온성탄광 등에서도 일한 허 씨는 하루종일 허리를 펴지 못한 채로 일하느라 지금도 허리가 구부정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녹취: 허광원 씨 / 기업소 돌격대 출신 탈북자] “탄광에 끌려갔는데 곡괭이로 석탄을 파내는데 아침에 들어가면 저녁 때까지 허리를 못 펴요. 그리고 한두 사람씩 자꾸 사라졌어요. 사람들이 춥다, 여기 못살 곳이다 그런 사람들은 가족이 다 없어지고 한 70 세대가 없어졌다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불평하는 사람들 모두 정치범 수용소에 보낸 것이었어요.”
북한인권시민단체 ‘열린북한’은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북한 돌격대 내 강제노동 실태 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돌격대에서 이뤄지는 현대판 노예노동 현황을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돌격대는 대략 10년의 복무 기간 동안 군대와 유사한 조직생활을 하며 국가 건설사업에 동원되지만 임금은 거의 없는 기이한 형태의 노동착취 조직이라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의 중학교 졸업생 중 출신성분과 신체조건이 가장 떨어지는 학생들이 거의 강제적으로 동원되는데 고된 노동과 배고픔, 구타로 이탈자들이 많이 발생하며 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안전사고도 자주 일어난다고 전했습니다.
남녀 비율은 5대 5 정도로, 남녀 간 작업의 구분이나 과제량의 차이가 없다는 게 증언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탈북자 박경호 씨는 남자와 여자 모두 같은 작업을 하는데 여자라고 봐주는 일은 없다면서 여성 인권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는 것을 한국에 와서 알게 됐다고 증언했습니다.
[녹취: 박경호 씨 / 돌격대 출신 탈북자] “(가장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은) 여자 인권 문제입니다. 북한 여성들 너무 억세고 강해서 몰랐거든요. 한국 와서 보니 여성들이 여성스러운 거예요. 분명 그들도 똑같은 여자에요. 그들은 왜 그렇게 거칠게 남자들처럼 살아야 하는가 생각했을 때 가슴 아프고. 친한 누나는 너무 힘들다 도망치고 싶다고 여기서 다 죽을 것 같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보고서는 철길과 도로, 발전소, 아파트 등 북한에서 국가 건설사업 대부분에 동원되는 돌격대의 규모를 최대 약 40만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기업소 근로자들은 돌격대 동원 시간을 줄이고 자유시간을 얻기 위해 기업소에 현금을 바치고 있다면서 기업소들이 이런 식으로 상당 금액의 현금을 매달 수탈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또 이러한 현금 수탈행위는 일반 가정주부나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일어나는데 인민반과 각급 학교가 각각 주부와 학생들에게 정기적으로 ‘경제과제’로 퇴비나 폐지 등을 거둬가고 현물이 없을 때는 현금을 수탈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북한 당국이 전국적으로 주민들로부터 매년 거둬들이는 금액은 미화로 약 9억천5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인권최고대표 서울사무소의 안윤교 인권담당관은 지난 2013년 유엔 북한인권 특별조사위원회의 보고서가 나온 이후 북한인권 문제는 이제 전세계의 문제가 됐다면서 북한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북한 주민의 인권을 증진할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녹취: 안윤교 인권담당관 / OHCHR 서울사무소] “자유권 규약이라던가 아동, 어린이 권리협약이라든가 그 이후의 협약을 통해 구체적으로 강제노동은 국제사회에서 이미 금지가 된 바 있습니다. COI의 경우 북한의 적지 않은 수용시설이 이미 국제형사법 하에서 말하는 강제노동 그리고 현대판 노예라는 그런 프레임에 들어간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유엔 회원국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유엔에 있는 여러 가지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할 의무와 도리를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열린북한’ 권은경 대표는 최근 국제사회에 충격을 준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실태는 북한 내 강제노동과 현금수탈 체제가 해외에서도 그대로 자행된 결과라며, 이 같은 충격적인 강제노동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권은경 대표는 북한 돌격대 출신 4명 등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18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