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출신 전직 외교관이 탈북 청소년을 위한 방과 후 교실에서 자원봉사 선생님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반도 통일과 북한, 탈북민들과 관련한 한국 내 움직임을 살펴보는 ‘헬로 서울,’ 서울에서 박은정 기자입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큰샘 방과 후 교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21명의 탈북 청소년들이 방과 후에 모여 공부하는 곳인데요, 무료로 운영되는 곳인만큼 자원봉사 선생님들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이 곳의 선생님들은 주로 대학생들인데요, 지난 5월부터는 조금 특별한 선생님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지난 35년 간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이병화 전 노르웨이 대사인데요, 이병화 전 대사는 큰샘 방과 후 교실의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녹취: 이병화, 전 네덜란드 대사] “제가 러시아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했어요. 러시아에서 8년을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탈북 동포들을 많이 만날 기회가있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이 분들이야말로 먼저 온 통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때부터 ‘먼저 온 통일’인 이 분들 하고 같이 힘을 합쳐서 통일을 조금이라도 당길 수 있으면 참 보람이 있겠다라는 생각에서 하나의 조그만 일로, 학생들과 같이 영어도 공부하는 기분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병화 전 대사는 퇴직 후 큰샘학교 등 여러 탈북민 대안학교와 방과 후 교실 등에서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있고, 북한인권 관련 활동도 함께 하고있습니다.
[녹취: 이병화, 전 네덜란드 대사] “작년에 퇴직을 해서, 가르치기 시작한 건, 큰샘, 반석학교도 가끔, 영어보다는 반석학교에서는 가끔, 통일에 관한 특강을 할 때도 있었고, 러시아어 아주 기초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1 대 1로 수업을 가르쳐주다 보니 학생들의 실력도 나날이 늘고 있는데요, 이병화 전 대사는 공부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인성교육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있습니다. 큰샘 방과 후 교실의 권유연 원장입니다.
[녹취: 권유연, 큰샘 방과 후 교실 원장] “인성이나 다 좋은 분들을, 제가 욕심을 부리다 보니까, 그런 분들을 모집을 해서, 지금 현재까지 하고 있는데, 저선생님을 처음 모시고 왔던 분은 저희 남편이거든요. 남편이 여기 큰샘 대표인데, 인권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데, 거기에 저 분이 참여하셔서 알게 됐는데,우리가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하니까, 본인이 와서 봉사를 하고 싶다, 뭐가 제일 어렵냐 해서 우리 아이들이 영어가 제일 어렵다, 국어나 수학 같은 것은 학교 교재에 맞춰서 하면 되지만, 영어 같은 것은 저희도 지금 많이 떨어지는 상태라고 하니까, 저 분이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매주 월요일하고 금요일에 오시고, 가끔씩 못 오시는 날에는 토요일까지 시간을 내셔서 오시거든요. 그러면서 아이들 난이도에 맞춰서, 솔직히 저렇게 가르쳐주시는 분들은 드물거든요.”
[녹취: 현장음]
학생들의 수준이 다 다르고 필요한 부분도 다르다 보니 선생님들도 그만큼 바쁩니다. 이병화 전 대사는 월요일과 금요일, 일주일에 두 번 이 곳에 나와 학생들의 영어공부를 봐주고 있는데요, 시간을 들여 공부하는 만큼 학생들의 성적도 쑥쑥 올랐습니다.
[녹취: 강미영, 중1] “일단은 선생님들이 다정하시고, 친구들도 다 좋아서, 적응하기 쉬웠어요. 영어는 처음에는 좀 힘들었는데, 선생님들이 와서 가르쳐줘서, 지금은 좀 힘들긴 힘든데, 그 때보다는 나아요. 저는 학교에 들어간 지도 얼마 안되고 해서 반 친구들을 따라가기는 좀 힘들긴 힘든데, 선생님들이잘 가르쳐줘서 그럭저럭 따라가고 있는 중이에요.”
[녹취: 박지은, 중1] “조금 기간이 필요하니까 그냥 선생님들이 자주 알려주세요. 그 전보다는 많이 올랐어요. 어려운 것을 쉽게 알려주시고, 발음 교정 같은 것도 많이 알려주세요. 조금 긴 단어가 있었는데, 그 단어가 읽기가 어려웠는데, 나눠서 알려주셨어요.”
[녹취: 김성은, 중1] “영어는 처음부터 못했어요. 조금 올라갔어요. 애들과 같이 공부하고 하는 게, 뜻을 많이 물어봐 주셔 가지고 계속 기억하게 돼 가지고.”
성적이 올랐다는 겉으로 보이는 성과보다 더 중요한 건, 학생들에게 공부에 대한 의지를 심어줬다는 건데요.
[녹취: 강미영, 중1] “영어 수업은 선생님이 발음도 정확하게 교정해주시고, 복습과 예습을 철저히 해 오라고 해주시니까.”
[녹취: 김성은, 중1] “선생님에게 모르는 것을 잘 질문하고 하면 될 것 같아요.”
먼저 온 통일이라 불리는 탈북민들, 하지만 대부분 한 부모 가정이거나 부모들이 바쁜 탓에 자녀들의 공부에는 신경쓰기가 어려운데요, 큰샘 방과 후 교실 같은 곳들이 학부모들의 부담을 조금은 덜어주고 있습니다.
[녹취: 권유연, 큰샘 방과후 교실 원장] “저도 자녀를 낳게 되고, 그 자녀를 공부시키려다 보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왜냐하면 여기는 다 학생들이 사교육을많이 하는데, 저희는 여건이 안 되다 보니까 사교육은 진행을 못하게 됐고, 아이들 진도는 계속 떨어지고 해서, 한 번 방법을 써 보자고 했는데, 우리 봉사선생님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하시니까 좋고, 우리 아이들도 참 좋아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병화, 전 네덜란드 대사] “아픔을 안고 있는 탈북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보람을 두 배로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은 수고가 모여 결국은 통일의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일 텐데요, 이병화 전 대사의 이야기입니다.
[녹취: 이병화, 전 네덜란드 대사] “국민들이 통일에 대한 관심을 조금 더 갖고, 탈북자들이 지금 3만 명인데, 3만 명이 먼저 온 통일이라고 할 때, 그들을 잘정착하도록, 대한민국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우리가 잘 해 나가야만, 그 때 탈북자들 3만 명이, 북한에 살고 있는 친인척들에게 ‘남한에 사는 것이생각보다 좋다, 남한하고 통일해서 사는 것이 괜찮다.’ 하는 입문이 많이 들어가야, 통일을 앞당긴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