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정착한 탈북자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난민들이 현지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자신의 모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유럽북한인권협회의 박지현 간사는 영국은 물론 유럽 각국을 돌아다니며 북한인권 실상을 소개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박 씨에게 최근 새로운 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바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입니다.
[녹취: 박지현 간사] “난민들을 통해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게 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일단은 영국에 정착한 난민들이 본인이 직접 영어를 배웠잖아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분들한테 다시 우리의 언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예요.”
박 씨는 영국 런던의 소아스대학교 학생들이 대학생들은 물론 일반인들이 원하는 외국어를 난민들에게 배우는 ‘채터박스’라는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아스대 학생들은 난민들에게 고용과 사회통합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대학생과 일반인들이 생생한 외국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서는 각국 출신 난민들이 한국어 외에도 아랍어와 페르시아어, 스페인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박 씨는 지원서와 이력서, 인터뷰를 거쳐 한국어 강사로 선발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간사] “저는 그런 경험도 있었고, 제가 영국에서 다시 공부를 해서 고등학교 자격증까지 받은 것 있고, 온라인 인터넷 2급 자격증까지 받고, 경력이 있다 보니까 된 것 같은데, 영어 실력이 안 되면 또 안 되더라구요.”
수업은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와 마이크를 이용해 강사와 학생 일 대 일로 실시간,양방향의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미 지난주에 강의를 시작해 이번 주까지 모두 5명에게 강의했다고 박 씨는 말했습니다.
박 씨는 그동안 네덜란드와 홍콩, 폴란드 출신의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며,배우려는 학생들의 열성이 대단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 강의를 마치고 나서 영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자신을 떠올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간사] “제가 처음에 영국에 와서 영어를 몰라서 다른 분들한테 창피함을 당하게 되면 그 분들과 얘기하기도 싫어했는데, 이 분들은 틀려도 계속하시는 거예요. 저도 좀 배웠어요. 모르는 것은 당당하게 물어도 보고 얘기도 해야 되는데 저는 이전에 그렇게 못했거든요.”
박 씨는 학생들과의 대화가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되고 있다며, 앞으로 다른 영국 내 탈북자들도 이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