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 해마다 열리고 있는 ‘북한자유주간’ 행사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문화행사가 열렸습니다. 한국의 대중음악과 북한 출신 예술인이 함께 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자유주간 나흘째인 26일 저녁. 워싱턴 시내 조지워싱턴 대학 마빈센터 그랜드 볼룸 로비에 관람객들이 줄 지어 있습니다.
[녹취: 김대영] "어떨까? 궁금해요. 일단 한국이랑 많이 다를 건 확실한데..의미 있다고 생각하죠.”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는 김대영 씨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공연장을 찾았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대영] ”요즘 상황이 많이 안 좋은 시대인데, 이렇게 미국에서 남북한 하나돼서 공연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봐요. 미국에서는 관람객이 한국뿐 아니라 미국 분이 계시고 남북이 하나 된다는 것을 데먼스트레이션 할 수 있고..”
미국인 그레이스 라이트 씨는 THINK가 여는 행사에 자주 참석하고 있다면서, 남한과 북한을 배우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행사장을 찾았습니다.
[녹취: 그레이스 라이트] “I think its good chance to know about north Korea and south Korea”
일주일 간 열리는 북한자유주간 동안 유일하게 예술문화 공연으로 꾸며진 이날 행사의 주제는 ‘남북이 만나다: 통일 콘서트와 문화행사’입니다.
이 행사는 미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자유연합’과 조지워싱턴대 북한인권 학생모임 ‘THINK’가 공동으로 열었습니다.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솔티 의장은 `VOA’에 지금까지 북한인권주간 행사에서 이런 공연은 없었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녹취: 수전 숄티] “We know that unification coming soon, just a fun night to celebrate …
북한인권이라는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놓고 일주일 동안 간증과 토론이 진행되는데, 이날만큼은 한반도 통일을 미리 기뻐하는 마음으로 출연진과 관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는 설명입니다.
이날 공연은 두 시간이 넘도록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진행됐습니다.
공연은 워싱턴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남성 헌터 랭 씨의 현란한 피아노 연주와 함께 시작됐는데요, 랭 씨는 즉흥적인 몸짓과 노래로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랭 씨는 ‘Piano man’‘Let it be’ 등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의 팝음악 대여섯 곡을 연달아 연주해 행사장 분위기를 북돋았습니다.
미국인 가수에 이어 북한에서 온 실력 있는 여가수의 무대가 마련됐습니다.
[현장음: ‘안녕하세요. 명성희 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지난 2005년 탈북해 현재 한국에서 팝페라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명성희 씨.
명성희 씨는 평양음악무용대학 출신으로 북한에서 영화방송 음악 단에서 활동할 만큼 뛰어난 가창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팝페라는 서양의 대중음악 팝과 고전가무극 오페라를 섞은 음악입니다.
명성희 씨는 이날 자신의 음반에 수록돼 있는 곡들을 선보였는데요, ‘희망과 꿈’을 메시지로 담고 있는 유명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대표곡 ‘I dreamed a dream-나는 꿈을 꿉니다’를 시작으로 자신이 발표한 ‘제발’이라는 노래가 이어졌습니다.
[현장음:“내 어릴 적 고향 그 작은 마을에 계절 따라 들꽃이 피었네. 한들 한들 부는 바람에 흩날리던 꽃들의 노래가..”
담담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고백하는 듯 한 탈북 여가수의 노래는 관객들의 마음을 녹였습니다.
[현장음: ‘넬라 판타지아’ … ‘금강산은 부른다’]
통일 후 한반도가 지상낙원이 되기를 염원하며 부른 ‘환상 속에서-넬라 판타지아’, 남북한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하는 ‘그리운 금강산’
탈북자로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바람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로 엮은 명성희 씨.
[녹취: 명성희] “저는 아직도 그리운 ‘금강산’이나 ‘제발’이란 곡을 연습할 때는 가슴이 울컥하고, 지금도 말하면 울컥 하거든요, 한이 너무나도 비극적인 사연이기 때문에 너무 가슴이 아프기 때문에 특히 해외에서 미국인들도 우리의 문화와 우리에게 지금 있는 그런 사정들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명성희 씨는 북한자유주간에 탈북자 가수로서 미국인들을 만나게 된 것이 특별하게 느껴진다며, 남북한이 하루빨리 소통하기를 희망했습니다.
[녹취: 명성희] “비록 북한이 그런 시대가 아니지만, 언젠가는 달라진 모습이 될 거라 생각해요.남과 북이 하루빨리 소통을 해서 우리 민족이 지금까지 아픔을 겪은 모습이 지워져서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날 모인 70여명의 관객들은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곱게 단장한 탈북자 가수의 아름다운 선율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탈북자 최정호 씨가 무대에 올라 즉흥으로 북한 가요를 불러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행사에는 대북인권단체인 자유북한연합 박상학 대표와 함께 전직 북한 군인들로 구성된 탈북자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현장음]
조지워싱턴대 한인 학생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12인조 걸그룹 ‘디스트릭트 K’의 무대도 마련됐는데요 특별히 이날 방문한 탈북자들과 학생들과의 소통의 시간으로 마련됐습니다.
학생들은 한국의 대중가요에 맞춰 춤을 추었는데요, 탈북자들과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학생들의 동작을 하나씩 따라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미국인 인권변호사 제이슨 웨스트 전THINK대표는 `VOA’에 조지워싱턴대 학생들과 탈북자들의 소통의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이 행사의 목적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이슨 웨스트] “These are normal people just like you and me, I think they are very impressed..”
학생들이 탈북자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물었고,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으니 편히 말을 걸어보라고 조언을 했다는 설명인데요, 웨스트 씨는 이런 소통이 이뤄졌다는 점이 이번 행사의 성과라고 말했습니다.
[현장음]
지난 2004년부터 매년 북한인권주간에 참석하고 있는 자유북한연합 박상학 대표는 미국 내 한인 학생과 미국인 학생이 참여한 통일콘서트를 의미 있게 평가했습니다.
[녹취: 박상학] “통일콘서트는 처음입니다. 아주 바람직합니다. 젊은 사람들 대학생들 청년들이, 일단 남북한 통일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하는데, 예술로서 문화 예술에 통일에 대한 감성을 접목시킨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호응하지 않겠나..”
이날 참석한 미국인들은 음악은 말이 필요 없는 것이라며 음악을 통해 남과 북이 하나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녹취:캐롤리나]”Music doesn’t require language..”
그리고 북한 주민들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유의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했습니다.
[녹취: 숀 맥커니] “They have a voice but they can’t share it, I prayed that eventually they are all can be free..”
생생 라디오매거진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