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지난 1969년 발생한 북한의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 사건 피해자 가족의 사연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북한이 자행한 납치 범죄의 피해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31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서울사무소를 통해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감시와 기록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무소는 이 보고서에서 ‘분단의 아픔: 인권으로 접근한 한국 가족들의 비자발적 분리’란 제목으로,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 사건의 피해자 가족인 황인철 씨 사연을 특별히 소개했습니다.
황 씨가 2살 때인 1969년에 그의 아버지가 탄 여객기가 북한으로 공중 납치됐고, 이듬해 승객과 승무원 중 39명이 한국으로 송환됐지만, 황 씨 아버지와 다른 10명의 승객과 승무원은 지금까지 실종 상태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황 씨와 그 가족들이 아버지가 납북된 후 겪고 있는 고통과 차별, 납북된 아버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침묵을 깨려고 홀로 애쓰는 황 씨의 노력 등을 소개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측이 황 씨가 2010년 유엔의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 실무그룹에 청원서를 제출한 지 2년 뒤에야 북한에 강제로 또는 비자발적으로 실종되거나 구금된 사례가 없다는 답변을 보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황인철 씨는 3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관심을 가져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황인철]
“이 보고서를 통해서 이 사건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고 북한의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현재의 사건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어서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황 씨는 유엔이 이번 보고서를 통해 자신이 북한이 저지른 납치 범죄의 피해가족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강제로 헤어진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함께 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황인철]
“48년이 지났는데도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 이 고통, 슬프고 참담한 현실에서 우리가 우리 가족들을 만나고 같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오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단체들도 유엔의 이번 보고서를 환영했습니다.
북한의 반인도범죄 증거를 수집하고 있는 민간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31일 `VOA’ 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엔 인권 서울사무소가 황 씨의 활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이영환 대표] “아무런 단체 기반도 없고, 피해자인데도 혼자서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도와달라고 얘기를 하는 모습에 감동을 많이 받아서, 우리가 유엔의 직원이라고 해서 다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했던 것이 이번 보고서에 담겨서 굉장히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 대표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인권 문제가 심각하지만 특히 납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유엔이 납북자 문제를 이산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비자발적 가족 분리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이영환 대표] “가족이 분리된다고 하는 것은 분리를 시키는 주체가 있지 않습니까? 그 분리를 시키는 주체가 북한이라는 책임성을 얘기할 수 있는데, 북한이 저지른 것은 범죄이고 나중에 책임 추궁을 받아야 되고, 가족들은 피해자이기 때문에 이산가족 문제로 묶어서 이산가족 상봉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메시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 대표는 북한이 국제적으로 오랫동안 납치 행위를 자행해 왔고, 증거가 있음에도 이를 부인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납치 범죄에 대한 조사와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