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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북한 어린이 노동 실태...8살부터 건설·농사 동원


지난 4월 북한 신의주 압록강변에서 어린 아이들이 소달구지와 나란히 길을 가고 있다.
지난 4월 북한 신의주 압록강변에서 어린 아이들이 소달구지와 나란히 길을 가고 있다.

6월 12일은 유엔 국제노동기구 (ILO)가 지정한 ‘세계 아동노동 근절의 날’ 입니다. 북한은 자국을 어린이의 천국이라고 선전하지만 탈북자들은 북한의 이런 주장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현안들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김현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 세상에 부럼 없어라 음악] ///효과음///

[녹취: 북한 어린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 “세상 제일 부럼 없이 자라는 우리 어린이들을 키우는 어머니로서 우리 딸을 선군조국의 아들딸로 더욱 어엿하게 키우겠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에 등장한 북한의 한 어머니는 자녀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럼 없이 자라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나라의 왕으로, 미래의 역군으로 세상에 부럼 없는 행복동이들로 떠받들리우는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고 주장하는 북한.

하지만 북한 아이들이 겪는 현실은 참혹하기만 합니다.

평안남도에서 소학교 3~4학년을 다닌 김지연 양은 학교 수업 후 주로 자갈과 돌, 모래를 나르는 일을 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지연 (가명), 14살] “꼬마 작업 같은 거는 무조건 가져오라고 했고요, 도로 공사에 필요한 자갈도 가지고 오라 했어요. 또 운동장 정리한다고 모래를 가져오라고 하기도 했어요.”

지연 양은 여름에는 땡볕, 겨울에는 혹독한 추위 아래 돌과 모래를 주워 나르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지연 (가명), 14살] “너무 힘들었어요. 자갈도 너무 많이 내야 해 힘들었고요. 1시에 시작하면 5~6시까지 일했습니다.”

지연 양은 학교에서 내라는 것이 너무 많아 학교 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었지만, 자신 보다 2살이 많은 언니의 도움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었습니다.

지연 양의 언니, 지혜 양은 동생을 부양하고, 먹고 살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13살의 나이에 탄광에서 일해야 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지혜 (가명), 16살] “힘들고 졸리고 눈물 나고 그랬죠… 그래도 남들이 견디는데 내가 못 견디겠냐 생각하고…살아야 하니까 ...밤에 8시에 탄광에 올라가서 9시부터 그 다음날 8시쯤에 끝나거든요. 하루에 12시간쯤 일했어요. 어떨 때는 낮 12시에 내려온 적도 있었어요.”

남들은 잠자리에 들 시간에 돈을 벌기 위해 양강도의 한 광산으로 향한 지혜 양. 밤 새 한잠도 자지 못하고 12시간에서 15시간 이상을 매일 같이 일했습니다. 쉬는 시간이라고는 새벽 1시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는 시간뿐이었습니다.

이렇게 일해서 받은 돈은 한 달에 1만 원이 고작이었습니다. 일주일 치 식량을 살 수 있는 정도인데, 이나마도 일정 분량의 탄을 날랐을 경우에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혜 양은 자신도 남들처럼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었지만 학교에 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지혜 (가명), 16살] “학교에서 내라는 게 없었으면 학교에 갔을 거에요. 그런데 학교에서 너무 내라는 거 많지. 저희 동생은 대충 학교에 다녔는데, 저희 동생이 학교 가려면 동생이 내야 하는 것도 도와줘야 하고…토끼 가축, 파철 같은 거 내려면 또 나가서 그것도 구해야 하고 했습니다”

자신은 학교에 다닐 수 없었지만 하나 밖에 없는 동생만이라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고아원과 관련된 일을 했던 탈북자 김지영 씨는 북한 아이들이 8살 때부터 농사나 건설 일에 동원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지영] "여덟 살 때는 아이들의 영양 상태가 나쁘지만 이 때부터 농사일에 동원돼 농사를 짓게 됩니다. 이들이 여덟 살에 농사를 시작한 이후부터 인민군대 나가기 전까지 이들은 북한에서 건설과 농사에서 무시할 수 없는 노동력으로 간주됩니다."

지혜 양과 지연 양이 6개월 전 탈북하는 것을 도운 한국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는 북한이 헌법과 각종 법률을 통해 어린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한참 공부해야 할 나이에 생계를 위해 아이들이 돈을 벌어야 하고. 말로는 무상교육이라면서 실제로는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아이들이 탄광이나 집단농장에서 일해야 하고, 심지어는 훔쳐서 먹어야 하는 이런 아이들을 굉장히 오랫동안 봐 오면서 무척 마음이 아팠습니다.”

김성은 목사는 북한이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서명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 아동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북한은 지난 1989년 어린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필요한 모든 권리를 담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된 이듬해 이 협약에 서명, 비준했습니다.

북한 반인도범죄 철폐 국제연대의 권은경 사무국장은 ‘VOA’에 북한이 비준한 국제아동권리협약은 “18세 미만의 어떠한 아동도 위험한 노동이나 인신매매, 성 착취, 빚을 담보로 하는 노예노동, 강제노동 등에 고용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권은경 사무국장] “아동권리협약의 보호 대상이 되는 나이가 18세인데, 북한에서 돌격대에 들어가는 나이가 16세에서 18세, 10대 아동들이 돌격대에 배치되죠. 이뿐 아니라 모든 학교에 소속돼 있는 아이들은 방과 후 활동에 시달리고 있죠.”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도 5세 이상 북한 어린이들이 몇 시간의 기초교육만 받고 나머지 시간에는 농사나 청소와 같은 강제노동에 동원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아이들은 15세 또는 16세부터 강제노동 시스템에서 전일제로 일하며, 광산 일과 같은 가장 힘든 노동에서도 면제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국무부도 지난해 발표한 북한인권 보고서에서 학생들이 공장이나 농장에 동원된다며, 이 같은 강제노동이 학생들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습니다.

국제 인권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의 아동 노동착취가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 문제가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주목받도록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권은경 사무국장은 북한 아동 노동 문제가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나 북한 수용소 내 강제노동 문제 등에 비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북한 아동 노동 문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은경 사무국장] “ 올해 9월과 10월에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 기간에 북한 아동 인권 문제에 대한 검토와 토론이 진행됩니다. 이 때는 이미 질의와 NGO들의 보고서, 북한 당국의 보고서 등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다 접수됐기 때문에 이를 기초로 해서 북한 당국이 답변해야 하고 각국 여러 대표가 질의를 하고 NGO 대표들도 질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북한 아동 인권에 대한 검토와 토론이 진행될 계획입니다.”

북한 내 고아 구출 활동을 하는 김성은 목사는 지금도 북한에서 강제노동 등으로 고통 받는 고아들이 많이 있다며, 이들의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북한의 아이들이 철도, 도로 등 노동에 동원돼 착취 당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찍어와서 유엔 등 국제사회에 알리고 계속 북한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구출해서 지원하는 사업을 계속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김성은 목사는 자신이 구출한 지혜, 지연 양을 양딸로 삼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혜 양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지혜가 아까 자신은 건강하다고 얘기했는데, 제가 눈물이 많이 났어요. 지금 저 아이는 간이 다 망가져 있어요. 의사 선생님이 21, 22살 때쯤 갑자기 죽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마스크도 안 쓰고 탄광에서 일해서 탄가루를 마시고 해서 간이 다 망가졌다고 하더라고요…. ”

김 목사는 제2, 제3의 지혜 양이 나오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목소리를 높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지혜 양은 아직도 북한에는 제대로 공부도 하지 못하고 힘든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많다며, 이들이 보통의 다른 아이들처럼 생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지혜] “한국에 와서 보니까 학생들이 공부만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북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토끼 가죽을 내라, 땔감을 내라.. 가져오라는 게 너무 많아서 학교에 못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북한 학생들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국제사회가 북한이 학생들에게 노동을 시키지 말고 공부만 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 줬으면 좋겠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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