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탈북 여성의 갑작스런 재입북이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어렵게 탈북했다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현안들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김현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 TV 조선 '모란봉 클럽' 전혜성 씨 출연 장면]
지난 2014년 1월 탈북해 한국에 정착했던 임지현 씨.
한국의 여러 종합편성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던 임 씨가 돌연 재입북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녹취: 탈북자 임지현, 본명 전혜성] “정말 저는 남조선 사회에서의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조국 앞에 지은 죄가 너무 크고 너무 두려워서 감히 조국으로 돌아올 생각을 못 하고 있었습니다.”
임 씨는 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 출연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한국으로 갔지만, 술집 등을 떠돌아다녔고 육체적, 정신적 고통만 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임 씨를 포함해 김정은 정권 들어 재입북한 인물이 북한 매체에 등장한 사례는 25건에 달합니다.
인권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은 탈북자들이 재입북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중국에 나갔다가 납치되거나 가족 때문에 북한에 몰래 들어갔다가 잡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입니다.
[녹취: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 “Some of them travel to China and then surreptitiously travel to North Korea to rescue family members to bring them back and they get caught in the process….”
탈북자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몰래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잡히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김광진 선임연구위원도 대부분 가족 때문에 중국을 방문하는 과정에 사고로 납치가 되거나 강제북송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연구위원] “많은 경우 그런 식으로 북한에 납북될 가능성이 큽니다. 40대 강모 씨도 우리민족끼리에 출연했다가 자기 부인하고 다시 탈북했죠. 김광호 씨 부부도 그렇고요. 물론 자진해서 간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많은 경우 중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사고로 북한에 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탈북해 한국에서 살다가 이듬해 북한으로 몰래 돌아갔던 40대 남성 강 씨는 지난 6월 부인과 함께 다시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들어갔습니다.
강 씨는 2016년 11월 말 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 TV’에 출연해 한국 측의 꾀임에 빠져 한국에 끌려갔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지난 2009년 탈북한 김광호, 김옥실 부부도 2012년 재입북했다가 2013년 6월 재탈북했습니다.
임지현 씨와 함께 ‘모란봉 클럽’에 출연했던 탈북자들은 임 씨도 중국에서 북한 당국에 의해 납치 또는 강제북송 된 것 같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탈북자 김시영 씨 입니다.
[녹취: '모란봉 클럽' 출연자 탈북자 김시영 씨] “납치된 거 아니면 국경 나가서 걸려서 경찰에 잡혀 북송됐다고 생각해요. 자진해서 갔으면 임지현 아빠, 엄마랑 같이 살고 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해야 하는데, 혼자 나와서 얘기하고 있잖아요. 그걸 어떻게 믿어요. ”
임 씨와 함께 ‘모란봉 클럽’에 출연했던 또 다른 탈북자 김가영 씨도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북한에 재입북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모란봉 클럽' 출연자 탈북자 김가영 씨] “그 친구가 왜 자기 발로 북한에 가겠어요. 납치된 거지. 인터뷰 영상 얼굴이 한국에 있던 얼굴이랑 너무 달랐어요. 인터뷰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짜여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탈북자들과 전문가들은 탈북자들이 재입북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의 회유와 협박에 넘어가는 경우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조셉 김 씨입니다.
[녹취: 탈북자 조셉 김 씨] “If North Korean government threatens their family member that’s let behind….”
북한 당국이 북한에 남겨진 가족을 인질로 협박한다면 가족을 위해서라도 다시 북한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자 김현정 씨도 북한 당국의 회유, 압박 정책에 넘어가 재입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현정] “한 부류는 회유하는 거죠. 너 안 올 거야? 너 안 오면 너희 가족 위험해질 거야. 이렇게 북한 보위부나 브로커들을 이용해 회유, 협박하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북한으로 돌아가면 뭔가 해결될까 생각해서 돌아가는 경우도 많죠.”
일부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이 너무 힘들어 스스로 재입북하는 경우도 있다고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 “There is another category, there are some former North Koreans who have great difficulties, and somehow some reasons, perhaps they live in more isolations than others….”
한국사회에 적응이 힘들어 심한 고립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가 자살하는 심정으로 북한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임지현 씨의 경우도 겉으로 보기에는 한국에서 인기를 누리고 행복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재입북의 길을 선택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재미탈북민연대의 조진혜 대표는 북한으로 돌아가면 영웅 칭호도 받고 한국에서보다 나은 대우를 받고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에 북한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진혜 대표] “제가 알기로는 2~3명 정도가 한국에서 너무 어렵고 힘드니까 만약 우리가 들어가면 영웅 칭호도 받고 우리를 이용하면서 잘 대해 주고 평양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들어간 사람들이 있어요.”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또 많은 탈북자들이 기독교인이 되면서 북한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재입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 “Many North Koreans, former North Koreans become Christians and some of them go back to North Korea to spread gospel, they get caught and subsequently used by North Korean propaganda….”
이런 사람들은 체포돼 북한 당국의 체제 유지와 선전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이밖에 애초 위장탈북해 대남 공작원 활동을 하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말했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지만 한국사회에 잘 통합되지 못 하는 등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대학교대학원 김성경 교수는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이 겪는 가장 힘든 점은 경제적 어려움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일단 취업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왜냐하면 최근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북에서 배웠던 교육 이런 것들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 내려와서 안정적인 취업을 하기 쉽지가 않죠.”
탈북자 출신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광진 선임연구위원은 한국민들의 차가운 시선도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연구위원] “사실 한국사회에 탈북자들을 차가운 시선을 보고 정서적 심리적으로 따뜻하게 포용하지 못 하는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죠. 탈북자들이 사회에 잘 적응 못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지원이 적어서가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 녹아드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 있죠.”
탈북자와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될 부분이 많이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의 탈북민 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초기정착 교육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스칼르튜 사무총장] “Three months, there is no time for job training that is one thing government could do, to expand the duration of process….”
현재의 교육 기간은 탈북자들의 실질적인 취업과 적응을 돕기에 너무 역부족이라는 겁니다.
탈북자들은 한국에 입국하면 하나원에서 3개월 동안 적응교육을 받고 정착지원금 명목으로 1인당 500만원, 미화 4천200달러 정도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탈북자 교육 기간을 늘리고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정신상담이나 취업 지원 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탈북자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빨리 적응하도록 지원체계에도 경쟁과 장려책을 확대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일방적인 현금 지원이나 시혜성 보다는 탈북자가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정착에 유리한 것, 예를 들면 취업 지원이라든지 자활 노력이라든지 이런 부분들과 정착 지원과 결합될 수 있도록 가야 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자기 주도적인, 자활 지향적인 그런 정착 지원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거죠.”
탈북자 김현정 씨는 한국 정부의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탈북자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현정 씨] “이게 나의 수치고 부끄러움이 아니고 오픈을 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죠. 내가 이런 점이 어려우니까 나 좀 도와주세요 하고 도움을 청하면 그 누구도 외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요, 내가 먼저 노력을 해야죠.”
VOA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