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시간입니다. 한국전쟁에서 포로가 됐거나 실종된 미군 가족을 위한 위로연이 워싱턴에서 열렸습니다. 한국 정부가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연 행사인데요,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새 하얀 천이 덮인 둥그런 탁자 위에 네 개의 작은 물품과 5개의 군모가 놓여있습니다.
원형탁자는 '영원함'을 의미하며 '사랑하는 가족'을 의미하는 한 송이의 빨간 장미, 그리고 '군인의 고뇌'를 상징하는 레몬 한 조각과 작은 접시 위에는 '가족의 눈물'을 뜻하는 소금이 놓였습니다.
엎어진 포도주 잔은 ‘더 이상 술 잔을 기울이지 못하는' 실종 용사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5개의 군모는 각각 육군, 해군, 공군, 해병과 해안경비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군인 전체를 상징하고 있는데요, 이 원형탁자는 숨진 장병을 추모하는 미군의 전통입니다.
한국전 참전 미군 포로.실종자들의 희생과 유가족의 한 서린 세월을 위로하기 위한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9천명이 넘는 포로, 실종 미군들이었습니다.
지난 10일 이들을 가슴에 묻은 채 수 십 년을 살아온 유가족들이 한국 국가보훈처가 마련한 ‘한국전 참전 미군 실종.포로 장병 감사 위로연’에 초대됐습니다.
김광우 국가보훈처 제대군인국장은 `VOA'에 올해 처음 열린 위로연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녹취:김광우 국장] “사실, POWs MIA 이 분들의 고통이 어쩌면 가장 크고 기간도 가장 길거든요. 이 분들 아직까지도 그 고통을 가지고 살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 분들에 대한 우리의 배려하는 마음이 진정으로 필요한 거 같아요.”
김광우 국장은 지난 5월 50여명의 유가족을 한국에 초정했었다며, 당시 유가족들과 주고 받은 감동이 깊었던 것이 이번 위로연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두 시간 넘게 진행됐는데요, 전사자와 실종자 등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한국 정부의 평화의 사도 메달이 유가족 대표들에게 수여됐습니다. 메달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공헌에 감사하기 위한 의미를 가졌습니다.
이날 평화의 사도 메달은 180여명의 유가족 대표들에게 수여됐는데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일일이 유가족들의 목에 메달을 걸어주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65세 미국 여성 케이건 웨스트 씨는 `VOA'에, 실종된 아버지를 대신해 메달을 목에 걸었다면서 이 메달이 자신에게 매우 큰 의미라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녹취: 케이건 웨스트] “Receiving this medal means a great deal because when someone doesn’t return, at least ..”
누군가가 돌아오지 않았고,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는 상황을 지난 50년 넘게 경험했다는 겁니다. 케이건 씨는 여동생과 함께 아버지 추모 행사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 계획이라면서, 메달을 아버지 이름 위에 올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케이건 씨는 아버지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한국으로 떠났지만 아빠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갔다고 말했는데요, 생존했다면 올해 90세인 아버지가 이 자리에 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녹취: 케이건 웨스트] “‘boy, have I missed you!’ I needed you but you’re here now…”
“아빠가 보고 싶었어요. 아빠가 필요했었어요. 그렇지만 당신이 여기에 있네요.” 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겁니다.
평화의 사도 메달과 함께한국 피우진 보훈처장의 서명이 들어간 증서도 유가족들에게 전달됐습니다. 증서에는 '한국이 자유의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게 한 당신의 희생을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 한국 국민의 소원을 담아 '평화를 위한 대사'임을 선포하는 것을 특권으로 생각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날 유가족들을 대표해 실종 군인 오빌 K. 스파이서 상병의 여동생 패트리샤 케이 맥마한 씨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의 패트릭 윌슨 대위가 한국전 전사자 유해 발굴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도 있었는데요, 윌슨 대위는 유해 발굴 조사관 외에 연구원 등과 매일 소통하면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패트릭 윌슨] “ I realized why we dedicate so much effort for our common cause that we never forget our lost…”
자신들이 유해 발굴을 위해 헌신하는 건 실종 장병들을 결코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윌슨 대위는 `VOA'에 실종 병사를 찾기 위한 미군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450여 명 중 4백여 명은 실종자 유가족이었는데요, 위로연이 진행되는 동안 그리운 가족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형이 실종됐다는 80세가 넘는 토미 조 에반츠 씨는 군인가족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녹취: 토머스 에반츠] “ I come from a military family, all of my brothers were in the military and everybody served in the Korean War, Vietnam war, World War ..”
형제들이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에반츠 씨는 6형제 가운제 3명이 한국전에서 실종됐다며, 형을 보게 된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녹취: 토머스 에반츠] “I don’t know…...I don’t know what I’d say…”
전 남편이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스테파니 씨는 남편의 실종 소식을 들었던 날을 떠올리며 줄곧 눈물을 흘렸습니다.
[녹취:스테파니]“They sent me a telegram that he was missing in June of 1953 so it’s been such a long time.It’s very hard.It’s hard to come here every year ..”
1953년 6월 남편이 실종됐다는 전보를 받았다며, 매우 오래전 일이지만 이 자리에 오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스테파니 씨의 현 남편인 레이너트 씨는 16살에 남편을 잃고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던 아내가 이번 행사를 통해 큰 위로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레이너트 씨는 이번 행사로 실종자들이 목숨을 걸고 수행했던 일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레이너트] “ It’s a very nice event, each year it’s different.This time the focus was on how important the mission was..”
한국전 당시 실종된 할아버지를 대신해 왔다는 무어 씨는 자신의 어머니조차 할아버지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무어 씨는 한국을 방문했었고 방문당시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을 알게됐다면서 "할아버지의 희생이 헛된 것이 아니었구나 감격했었다"고 말했는데요, 무어 씨는 자신의 할아버지 "서젼 존 헨리 맥코이'이름을 부르며 그의 이름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유가족들 외에도 한국 정부 관계자와 한인사회 대표 등 5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는데요, 주미한국대사관 무관부 표세우 준장은 `VOA'에 이날 행사에서 만난 유가족들에 대해 남다른 소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표세우 준장] “ 오늘 좀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MIA나 POW나 KIA. 같은 경우는 본인들이 참전용사들이 오는게 아니라 가족 분들이 올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상당히 의미가 있죠. 어떤 분이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걱정이나 소원이 이루어 지는 날이래요. 가슴이 아팠던 분들은 미국에서는 한국전 참전용사에 대한 대우가 미흡했다고..진작 더 빨리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군수무관부 역할 중에 하나가 참전용사들에게 감사함과 실제적으로 도움 드릴 부분이 있으면 도와드리려고 노력을 하는 거죠. “
한편 김광우 보훈처 제대군인국장은 올해를 시작으로 DPAA 측과 매년 미국인 한국전쟁 포로와 실종 장병 유가족 위로연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김광우 국장] “우리나라를 있게 해 준 사람들이거든요. 오늘의 우리나라가 국민의 자유를 누리고 번영도 함께 누리는 것을 만들어준 것이 이 분들이예요. 이 분들이 희생이 없으면 힘들죠. 또 어찌보면 이 분들은 우리 국가의 자산이 될 수도 있어요, 다른 나라가 가질 수 없는 자산이죠. 잘 해나가야죠.”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