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권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으면 미국은 북한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최근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핵 문제가 해결돼도 인권 문제를 그대로 놔둬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현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로베르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북한 핵 문제와 인권 문제는 하나로 연결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I think he’s not thinking clearly. Two are quite united. You can’t offer up one and expect to achieve a result without addressing the other. It’s related…”
코헨 전 부차관보는 “북한이 핵,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으면 미국은 북한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 틸러슨 국무장관의 최근 발언과 관련해, 북한 인권 문제와 핵 문제는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앞서 틸러슨 장관은 지난 10일 베이징 방문을 마치고 베트남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은 단지 현 상태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면서 북한인들이 독재정권 아래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고 말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이에 대해 핵 문제가 해결되면 인권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오라며, 인권 문제도 핵 문제와 함께 동등하게 제기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틸러슨 장관이 북한 정권과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상관관계를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It is time for Secretary Tillerson to understand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nature of the regime and the nuclear weapons system it has been developing…”
북한의 핵 개발뿐 아니라 주민들의 알 권리를 차단하고 억압하는 북한 체제 또한 전 세계의 위협이 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한반도 안정을 위해 핵 문제뿐 아니라 북한의 억압적인 정치 체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워싱턴의 대북인권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대표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 하더라도 북한 인권 유린 문제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숄티 대표] “Anybody who lives in Freedom has a more obligation to stand up for those who suffer under tyranny, we have more obligation”
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자유를 누리고 사는 사람들은 폭압 정치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할 더 많은 의무를 진다는 겁니다.
이어 국제사회는 독일 나치 정권의 유대인 대학살을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로 강조하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북한에서는 더욱 끔찍한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숄티 대표] “We are letting it happen again now….”
그러면서 어린이들까지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는 북한 강제수용소 실태와 공개 처형 등 강제 송환된 탈북자들에 대한 처우를 예로 들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인들이 독재 정권 아래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고 말한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People who live under the Tyranny or under dictatorship do not get to choose how they live their lives. They do not choose to live on the tyrants, that force, that coerce and people of North Korea subjected to relentless coercion control surveillance and punishment”
독재 정권하에 있는 국민들은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고, 끊임없는 강압과 감시, 억압의 삶도 그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탈북자들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핵 문제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재미 탈북민연대 그레이스 조 부대표입니다.
[녹취: 그레이스 조 부대표] “그거는 오르지 그냥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없애려고 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이고요, 북한 정권 안에서 주민들이 굶어 죽고, 매 맞아 죽고, 얼어 죽는 것은 상관 안 하겠다, 우리 정부를 핵무기로 위협하는 요소만 없어지면 괜찮다는 거잖아요. 저는 생존자인 탈북자로서 이 같은 발언에 매우 기분이 상했습니다… ”
1990년대 말 탈북해 현재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유럽북한인권협의회 박지현 간사는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간사] “북한이 핵만 없어지면 북한에서 이뤄지는 모든 인권 침해나 북한이 세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도 않겠지만 포기한다고 해도 생화학 무기 등 다른 것들로 세계를 위협할 겁니다. 북한의 3대 세습을 여기서 끝내야 합니다. ”
한국에 정착했다 지난 2010년 미국에 온 탈북자 김영희 씨는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안보에만 초점을 맞춘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발언은 자국 안보를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해 북한을 상대할 뿐이지 북한 인권 탄압을 끝내고 북한을 개혁하려는 의도는 없다는 인상을 준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