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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 미국 여행] 맥도날드가 없는 유일한 주도, 버몬트 몽펠리에


버몬트주의 상징인 아름다운 단풍.
버몬트주의 상징인 아름다운 단풍.

안녕하세요, 타박타박 미국 여행 박영서입니다. 고기겹빵, 햄버거로 유명한 맥도날드는 전 세계 110여 개국에 진출해 있는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 전문점이죠. 몇 년 전, 북한도 도입하려고 했는데, 수지타산이 안 맞아 맥도날드 측에서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맥도날드가 들어간 나라보다, 들어가지 않은 나라를 꼽는 게 더 빠르다고 할 만큼 맥도날드는 미국의 대표적인 상징입니다. 그런데요. 정작 미국에, 그것도 한 주를 대표하는 도시라고 할 수 있는 주도에 이 맥도날드가 없어 화제가 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버몬트주인데요.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버몬트주로 가보겠습니다.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디오] 맥도날드가 없는 유일한 주도, 버몬트 몽펠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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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몬트주는 캐나다 퀘벡주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미국 동북부 끝에 있는 주입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는 인구가 두 번째로 작은데요. 2만5천km² 정도 되는 면적에 주민 수는 62만 명정도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백인들이라고 하네요. 버몬트 주립대학에서 34년째 재직 중인 버몬트 터줏대감 손문식 교수의 도움말 먼저 들어볼까요?

[녹취: 손문식 버몬트 주립대학교 통계학과 교수] "주마다 백인 비율이 있잖아요. 미국의 흑인 비율이 15%, 히스패닉이 16% 정도 됩니다. 그리고 아시아 사람들이 있고, 중동 사람들이 사는데, 버몬트는 백인 비율이 97%에서 98%가 백인입니다. 그러니까 사실 백인들만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죠."

버몬트주의 주도는 몽펠리에라는 곳인데요. 앞서 소개해드린 대로 이 몽펠리에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맥도널드가 없는 주도라고 해요. 뿐만 아니라 미국의 웬만한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세계 최대소매점 월마트가 버몬트주에 진출한 것도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뭘까요?

[녹취: 손문식 교수] "몽펠리에의 인구는 1만 명정도 되는데요. 미국 주도 중 맥도널드 없는 유일한 주도입니다. 그 이유도 버니 샌더스와 관련이 있는데요. 보통 주도에는 관광 산업 때문에 식당들이 많은데 식당 주인들의 소득이 별로 안 높죠. 그런데 맥도날드 들어오면 문 닫아야 하니까, 하원, 상원이 나서서 못 들어오게 막았어요. 샌더스가 애 많이 썼죠. 지금은 월마트가 들어왔지만 월마트도 못 들어오게 20년을 막았어요. 월마트 들어와서 가게 200개가 문 닫았다고 합니다. 최고소득층에게는 나쁜 사람일지 몰라도 주민들의 지지를 아주 많이 받고 있습니다"

버니 샌더스...익숙한 이름이다 싶은 분도 계시겠죠. 네, 지난 미국 대선 때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 후보가 바로 이 버몬트 출신 상원 의원인데요. 몽펠리에에 맥도날드가 들어오지 못하는 데는 지난 30여 년간 무소속으로 활동하며, 민주적 사회주의자라는 평을 받기도 했던 샌더스 의원의 노력이 컸다고 해요. 또 이런 샌더스 의원의 노력이 구현되기까지는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전하려는 버몬트 주민들의 성향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버몬트주의 이런 분위기는 주의 역사를 알면 더 쉽게 이해가 될 듯한데요. 손문식 교수의 도움말 다시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손문식 교수] "역사를 읽어보니까 1960년대 미국에 히피 운동이 한창일 때, 그때 히피는 문명을 등지고 산골로 들어가 자연과 벗 삼아 살겠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남자들이 자연을 주장하면서 장발도 많았고... 그 당시 미국의 대도시들, 뉴욕, 필라델피아, 보스턴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버몬트로 이주를 많이 했습니다. 대부분 교육을 많이 받은 백인 자유 진보주의자들이었죠. 이들이 여론을 주도해왔습니다."

버몬트주의 주도는 앞서 소개해드린 대로 몽펠리에라는 아주 작은 도시고요. 가장 큰 도시는 벌링턴이라는 곳인데요. 대도시라 해도 인구는 약 4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곳입니다. 캐서린 브룩스 버몬트주 관광청 공보관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캐서린 브룩스 공보관] "저희 주의 도시들은 다른 주들과 달리 매우 작습니다. TV에서 보는 대도시들은 백화점이 몰려있고 차들이 빽빽하게 있는 고속도로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모습들인데요. 버몬트주는 그렇지 않습니다. 버몬트는 2~300년 된 오래된 건물들도 많고 한적하며 지역사회에 일어나는 일을 모두가 알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도시들로 이루어져 있죠"

버몬트주는 캐나다와 붙어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캐나다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도 버몬트주를 개척한 프랑스인이 캐나다 퀘벡주도 같이 개척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 그런 느낌이 날 수도 있겠죠. 예를 들어 북미 지역 사람들은 단풍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끓여 만든 묽은 엿 같은 메이플 시럽을 즐겨 먹는데요. 캐나다는 국기에 그려놓을 만큼 단풍나무와 이 메이플 시럽이 아주 유명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이런 메이플 시럽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캐나다와 자연조건이 아주 비슷한 이 버몬트라고 하네요.

[녹취: 캐서린 브룩스 공보관] "미국에서 메이플 시럽을 생산할 수 있는 주는 많지 않습니다. 단풍나무는 미국 북부지역에서만 자라는데, 그중에서도 버몬트를 포함한 몇 개 주에서만 자라기 때문입니다. 버몬트는 메이플 시럽을 처음으로 상품화한 주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주는 일찍부터 메이플 시럽으로 아주 유명해졌죠. 물론 저희 주가 메이플 시럽을 가장 많이 생산해 내는 주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 버몬트는 사과즙으로 만든 식초가 아주 유명한데요. 왜 그런 말 있죠. "소금은 적게 먹고 식초는 많이 먹어라" 원래 식초가 몸에 좋다는 이야기는 꽤 잘 알려진 이야기인데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버몬트는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버몬트주에서 생산한 메이플시럽.
버몬트주에서 생산한 메이플시럽.

타박타박 미국 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

미국인들은 종종 50개 주를 대상으로 잘사는 주 순위를 매긴다든지, 어느 주 사람들이 오래 사는지 등등 흥미로운 조사들을 많이 하는데요. 버몬트주는 가구당 소득이 21위로 주 규모에 비하면 주살림이 괜찮은 편에 속하는 곳입니다. 브룩스 공보관 설명입니다.

[녹취: 브룩스 공보관] "저희 주 사람들은 대부분 지역을 돕고 발전시키는 일을 생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버몬트의 절반 이상 경제가 무역, 상업, 운송업이나 전력산업 등을 하면서 유지됩니다. 저희 주는 또 관광업도 꽤 발달해 있습니다. 여가나 호텔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전체의 약 12%나 됩니다."

또 아무래도 추운 지방에 위치해 있다 보니, 겨울 스포츠도 꽤나 발달해 있다고 하네요.

[녹취: 브룩스 공보관] "버몬트는 스키 산업으로도 아주 유명합니다. 특히 활강 스키로 유명한데, 미국에서 제일 오래된 스키장인 스톤 마운틴 리조트가 바로 저희 주에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스키를 타러 버몬트로 많이들 찾아옵니다. 스키 타기 좋은 환경이다 보니까 올림픽에서 스키와 스노보드 종목 금메달 선수들도 많이 배출했습니다"

버몬트 주립대학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했다는 손문식 교수에게 버몬트주의 자랑을 물어봤는데요. 인상적인 대답이 돌아오네요.

[녹취: 손문식 교수] "제일 큰 자랑은 주민 전체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와서 사는 곳이라는 겁니다. 공장이 들어와 사람들을 많이 고용해 잘살게 해준다고 해도, 자연이나 공기를 해치면 못 들어오게 합니다. 환경법이 아주 강력해요. 도로에도 길 안내 표지판 말고는 없어요. 자연을 해치기 때문에..."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존하려는 버몬트 사람들의 이런 노력들이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의 하나로 버몬트를 지켜내고 있다고 하네요. 캐서린 브룩스 공보관은 특히 버몬트의 가을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고 자랑합니다.

[녹취: 브룩스 공보관] "저희 주는 아름다운 가을 단풍으로 아주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름의 푸르고 울창했던 녹음이 옅어지고 가을이 되면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을 보러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버몬트 사람들은 유독 친절하고 사교적입니다. 그래서 만약 버몬트에 오게 된다면 길 가던 사람들이 다가와서 말을 거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될 겁니다."

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버몬트 이야기 들려드렸습니다. 저는 박영서였고요.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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