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 전 폴란드의 한 조선소에서 숨진 북한인 노동자의 유족 앞으로 보상금이 전달됐지만 실제 수령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폴란드 노동부가 밝혔습니다. 대신 받아간 사람이 있었지만 전달 약속을 이행했는지 알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김영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폴란드 노동부는 2014년 자국 내 한 조선소에서 근무하다 사고로 숨진 북한인 용접공의 임금과 보상금이 지급됐다고 확인했습니다.
폴란드 노동부 산하 고용근로감독기구는 8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숨진 북한인 노동자를 고용한 ‘크리스트 조선소’가 월급과 보상금을 어떤 이에게 전달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돈을 대신 수령한 사람이 유가족에게 전달하겠다는 약속을 했었지만 조사결과 유가족이 월급과 보상금을 전달받은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폴란드 고용근로감독기구는 회사가 숨진 노동자에 지급한 정확한 액수나 대신 수령한 사람의 이름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알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북한인 노동자는 2014년 폴란드에 위치한 크리스트 조선소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중 불에 타 숨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폴란드 고용근로감독청은 당시 작업 환경 등을 조사한 약 200쪽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VOA’가 입수한 보고서에는 크리스트 조선소가 해당 북한인이 숨진 2014년 8월치 월급과 보상금을 한 사람에게 전달한 영수증이 포함돼 있습니다.
해당 영수증에는 돈을 전달받은 사람의 이름은 삭제 처리돼 있지만 북한 인력송출 회사인 능라도 무역회사의 직인이 찍혀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크리스트는 2013년 당시 능라도 무역회사를 통해 북한인 노동자 45명을 고용했습니다.
이들 노동자들은 선박 10척을 건조하는 작업에 참여했으며 이 중 한 척인 덴마크 군함 ‘라우게 코크’호 제작에도 투입된 사실이 최근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능라도 무역회사는 미국 재무부가 지난해 12월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지원해온 단체 16곳에 대한 독자 제재 명단에 포함된 바 있습니다.
한편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아시아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유럽연합 내 북한 강제 노동, 폴란드 사례’ 보고서에는 해당 북한 노동자의 사망 경위 등이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한 북한인 용접공의 이름은 전경수이며 배 안의 탱크에서 파이프 라인을 잇는 용접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습니다.
병원으로 이송됐을 때 전 씨는 95도 이상의 전신화상을 입은 뒤였고 사고 다음날 병원에서 숨졌습니다.
앞서 덴마크 ‘DR’ 방송은 북한 노동자와 함께 근무한 폴란드 조선소 직원들을 인용해 북한인들은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고 가장 어려운 일을 맡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다른 증인은 북한인들이 작고 말랐기 때문에 폴란드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는 비좁은 공간에서 하는 작업에 투입됐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