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이야기입니다.
미국 워싱턴 DC의 조지타운대학교 인근은 물가가 높은 워싱턴 DC 내에서도 가장 돈이 많이 드는 곳으로 꼽힙니다. 일대의 집 가격은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고, 각종 고급 상품을 파는 가게와 값비싼 음식을 파는 식당이 즐비하죠. 그런데 이들 식당가의 한 자그마한 가게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줄을 서지 않고선 못 먹을 정도로 맛은 좋으면서도, 가격은 주변 식당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싸고, 무엇보다 특별한 취지를 가진 식당이라고 하는데요. 조지타운에 위치한 팔라펠 잉크(Falafel Inc.)를 찾아가 보죠.
“첫 번째 이야기, 난민들을 돕는 워싱턴의 팔라펠 가게”
[현장음: 팔라펠 잉크]
평일 점심시간, 좁은 식당 안엔 발 디딜 틈이 없이 많은 사람으로 붐빕니다. 직원들은 손님의 주문을 받자 마자 빠른 손놀림으로 음식을 만들어 내는데요. 이 가게에서 파는 음식은 바로 팔라펠입니다. 콩을 쪄서 간 것을 기본으로 양파나 고수 등을 넣어 동그랗게 만들어, 기름에 튀겨낸 팔라펠은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나는 중동의 대표적인 음식인데요. 중동식 빵에 끼워 샌드위치로 먹기도 하죠. 그런데 이 가게에선 팔라펠을 팔아 생기는 수익금으로 다름 아닌 난민들을 돕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손님들]
난민들을 돕겠다는 취지를 지지한다며, 좋은 취지 덕에 팔라펠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는 건데요. 식당 주인인 아흐마드 아쉬카 씨는 팔라펠 잉크 식당을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아흐마드 아쉬카] “전 세계 난민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겠죠. 저는 팔라펠을 팔아서 돕기로 결정했습니다. 팔라펠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첫째는 팔라펠이 난민촌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는 점이에요. 팔라펠은 값은 싸고 쉽게 만들 수 있으면서, 영양가는 아주 높은 음식이거든요. 그래서 중동지역 난민촌의 주식이 바로 팔라펠입니다. 또 한가지 이유는 팔라펠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애정과 열정 때문입니다.”
팔라펠 잉크에서 파는 팔라펠은 바로 아쉬카 씨의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방식 그대로라고 합니다.
[녹취: 아흐마드 아쉬카] “저희 어머니는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서 태어나 자라셨어요. 그곳에서 팔라펠 만드는 법을 배우셨고, 저에게 전수해 주셨습니다.”
팔라펠 잉크의 팔라펠은 이렇게 좋은 취지를 갖고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건 바로 가격입니다. 기본적인 팔라펠 샌드위치는 하나에 3달러에 불과하고, 가장 비싼 메뉴도 4달러밖에 안 하는데요.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맛과 취지도 좋지만 저렴한 가격에도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케이티 앨트먼, 손님] “여기 팔라펠은 정말 신선하고, 재료의 맛이 살아있어요. 무엇보다 가격도 정말 저렴한데요. 이 동네에서 보통 점심 먹을 때 드는 돈의 절반이면 되니까 더 자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난해 여름 팔라펠 잉크 식당의 문을 연 아쉬카 씨는 개업한 지 2달 만에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1만 명에 가까운 난민들을 도왔다고 합니다.
[녹취: 아흐마드 아쉬카]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이 하루에 600명에서 800명 정도 됩니다. 기본적인 팔라펠 샌드위치 가격은 매우 싸지만, 대신 손님들이 음료수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다른 음식도 함께 주문하다 보니까 식당 운영이 가능한 거예요.”
아쉬카 씨의 최종 목표는 100개의 팔라펠 잉크 지점을 열어서, 매년 100만 명의 난민을 먹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아흐마드 아쉬카] “저의 또 다른 목표는 전 세계 난민들을 직원으로 고용하는 겁니다. 가게마다 12명의 난민은 고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난민들이 가게에서 일한 지 2년이 지나면 자신이 일하는 가게의 점주가 돼서 직접 가게를 운영하게 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난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싶습니다.”
아쉬카 씨는 무엇보다 팔라펠 식당은 큰 공간이 필요 없고, 주방에도 튀김기와 오븐만 있으면 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아흐마드 아쉬카] “매일 전 세계 난민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난민 문제도 심각해 지고 있고요. 우리 팔라펠 잉크는 난민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겁니다. 난민 사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요.”
팔라펠 잉크의 3달러짜리 작은 팔라펠에는 이렇듯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난민을 품는 꿈과 열정이 담겨 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 미국의 새로운 운동 유행, 심박수 맞춤 운동”
[녹취: 오렌지 띠어리]
미국에서 짐 또는 피트니스 센터라고 하는 체육관. 열정적인 운동 관리사 즉 트레이너가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습니다. 노 젓기 운동을 할 수 있는 기계에 앉아서, 러닝 머쉰 위를 달리며 땀을 비 오 듯 흘리는 사람들. 다들 곧 숨이 차서 쓰러질 듯하면서도 운동을 멈추지 않는데요. 최근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오렌지 띠어리(Orange Theory)’ 체육관은 이렇게 고강도 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첨단 기기 이용하고 있습니다. 일명 심박수 맞춤 운동이죠.
[녹취: 존 데이비슨] “우리 체육관에선 사람들이 심장 박동수를 체크하는 기기를 몸에 부착하고 운동합니다. 심장 박동수를 5가지 단계로 구분하고, 1시간 동안 운동하면서 이 5가지 단계를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하죠. 30분간은 심장 강화 운동을 하고 30분은 전신 저항 훈련을 하는데 이 모든 단계에 개인 트레이너가 붙어서 지도합니다.”
사람들은 운동할 때 심박수 측정기를 착용하고 수업 시간 동안 자신의 심장박동이 어느 범위에 속하는지 디지털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최대 심박수가 84%에 달하면 주황색인 ‘오렌지 존’에 해당한다고 하네요.
[녹취: 존 데이비슨] “1시간 동안의 수업시간 가운데 12분 이상 최대 심박수에 도달하면 평균적으로 900cal를 소비할 수 있고요. 운동 후 24시간~ 36시간 동안 대사율이 상승한 상태로 유지되는 이른바 ‘애프터번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오렌지 띠어리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체육관을 찾은 사람들은 아주 새롭고 재미있는 운동방식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게일 골드버그 회원] “전 일주일에 4번 오는데요. 올 때마다 수업 내용이 다 달라요. 똑같은 날이 한 번도 없죠. 물론 노 젓기 기계와 러닝머신 위에서 뛰는 건 기본으로 하지만, 운동의 구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어요. 힘들지만, 정말 재미있습니다.”
요즘 미국에선 이렇게 오렌지 띠어리를 비롯해 심장 박수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지방을 태우는 고강도 운동이 유행인데요. 심장 전문의인 숀 데인슈라드 박사는 이런 운동이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숀 데인슈라드 박사]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운동을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습니다. 운동을 하면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췌장암도 예방할 수 있죠. 고강도 운동을 통해 얻는 유익이 아주 많습니다.”
오렌지 띠어리 체육관은 문을 연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미국 내 450개가 넘는 지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고강도 운동, 미국의 새로운 유행이 되고 있습니다.
'구석구석 미국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