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총기 규제 강화를 위한 행동을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조건이 되는 일부 교사를 무장시키자는 기존 주장을 다시 언급했습니다. 연방 대법원이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제도’(DACA)에 개입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이로써 당분간 DACA가 효력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미국 내 몇몇 법원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백악관에서 주지사들을 만났다는 소식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주지사들을 만나 학교 총기 난사 사건 방지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We will turn…”
기자) 플로리다주 더글러스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전국이 슬픔에 빠졌다면서 이제는 슬픔을 행동으로 전환할 때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진전이 없었던 총기 규제 강화를 실행에 옮기자는 말인데, 26일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제시했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몇 가지가 있었는데요. 중요한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범프 스탁’(bump stocks)을 언급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by the wat bump stocks…”
기자) 연방 의회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자신은 범프 스탁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범프 스탁이 뭡니까?
기자) 반자동 소총을 자동 소총으로 만들 수 있는 부품입니다. 지난해 5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 때 범인이 범프 스탁으로 개조한 자동 소총을 쓴 것으로 드러나 범프 스탁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원래 미국에서는 자동연사 기능을 가진 소총을 사용할 수 없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범프 스탁의 판매나 구매는 불법이 아닙니다. 총기 관련법의 구멍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라스베이거스 참사 이후 연방 의회에서 범프 스탁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나왔지만, 결국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주지사들에게 의회가 관련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자신이 행정명령 등의 방법을 통해서라도 범프 스탁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요즘 학교 안전 강화와 관련해서 언급되는 방안이 교사들을 무장시키는 방안인데, 이 방안도 26일 회동에서 언급됐나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이 되는 교사들을 무장시키자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But we have to take steps…”
기자) 학교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몇몇 교사가 총을 소지할 수 있게 하자고 트럼프 대통령은 제안했습니다.
진행자) 사실, 이 방안을 두고 현재 미국 안에서 논란이 많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반대 여론이 상당히 거센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 모든 교사가 아닌 조건을 갖춘 교사로 무장 대상을 한정했습니다.
진행자) 조건이라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건가요?
기자) 총기를 다뤄본 경험이 있거나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교사들만 무장하자는 겁니다. 하지만, 회동에 참석한 몇몇 주지사는 교사 무장 방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밖에 26일 백악관 회동에서 어떤 말들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회를 강화하는 방안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총을 살 때 원칙적으로 신원조회를 하게 돼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신원조회 정보가 제대로 갱신되지 않아서 전과자나 정신병력이 있는 사람이 총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막자는 겁니다. 현재 연방 상원에서는 연방수사국(FBI)가 운영하는 신원조회 전산망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밖에 정신병력이 있는 사람들의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플로리다 총기 난사 사건 용의자도 정신적으로 약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죠?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국의 정신병 치료 시설과 관리체계를 개선해서 정신병력이 있는 사람이 무기를 살 수 없도록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눈길을 끄는 말을 했는데요. 자신이 더글러스 고등학교 사건 현장에 있었다면 현장에 뛰어들어가서 총기 난사범에 맞섰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함께 하고 계십니다.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제도’(DACA)를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26일 연방 대법원에서 DACA와 관련해 중요한 결정이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날 연방 대법원은 연방 법무부가 DACA와 관련해 제기한 신속심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DACA는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와 사는 청년들의 추방을 유예해 주는 제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이 DACA를 없애겠다고 선언하고 오는 3월 5일까지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연방 의회에 요청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DACA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1심 판결만 나온 것으로 기억하는데, 벌써 이 건이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갔나요?
기자) 1심 판결만 나온 게 맞습니다. 그런데 연방 법무부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서 2심에 항소하는 것과 동시에 연방 대법원에 신속심리를 요청한 건데요. 대법원이 이 요청을 거부한 겁니다. 사안별로 이렇게 연방 대법원에 신속심리를 요청할 수 있지만,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진행자) 1심 판결은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올해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연방 지방법원에서 판결이 나왔는데요. 모두 DACA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DACA가 없어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 겁니까?
기자) 조건부로 유지됩니다. 연방 지법은 관련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DACA 효력을 유지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DACA 수혜자들은 그대로 혜택을 받지만, 신규 DACA 신청자는 받지 않습니다. 한편 연방 법무부는 이 건을 2심에서 계속 다투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연방 의회가 휴회를 마치고 26일 복귀했는데, 연방 의회가 3월 5일까지 DACA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기자) 처리 전망이 매우 불투명합니다. 민주, 공화 두 당 견해차가 일단 너무 큽니다. 특히 상원이 문제인데, 지금으로서는 극적인 돌파구가 없는 한 시한 안에 DACA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편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대표는 통과 가능성이 있는 법안,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는 법안만 표결에 올리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요즘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사회 여러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는데요. 인공지능이 법정에까지 진출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판사가 재판 전 피의자의 보석 여부를 결정할 때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보석은 보증금을 내는 조건으로 구속된 사람을 풀어주는 제도를 말하는데요. 미국에서는 수 백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제도입니다. 재판에 나타나지 않거나 도주할 염려가 적은 사람을 일단 집으로 돌려보내는 거죠.
진행자) 인공지능을 어떤 식으로 이용하는 건가요?
기자) 판사가 보석 심리를 할 때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매긴 점수를 참고하는 겁니다. 뉴저지, 애리조나, 켄터키, 알래스카 등에서 이런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요. 뉴저지주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의 경우, 피의자의 나이와 전과 경력 등 9가지 위험 요소를 기반으로 합니다. 인종이라든가 성별, 옷차림, 주소지 등 편견을 줄 수 있는 요소는 배제합니다.
진행자) 수감 상태에서 풀려나느냐 마느냐, 당사자에겐 매우 중요한 결정이 아닐 수 없는데요. 보석 심리에 인공지능을 도입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
기자) 판사의 선입견 때문에 부당한 결정이 나오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재판 전 수감 현황을 보면 인종별로 차이가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인공지능은 피의자의 피부색이나 옷차림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거죠. 또 판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아침에 부부싸움을 했다든지, 출근길에 차가 많이 막혔다든지, 기분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데, 인공지능은 그럴 일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진행자) 보석이라는 게 돈을 내고 나오는 거니까, 보석금이 없으면 풀려날 수가 없죠?
기자) 맞습니다. 본인 돈으로 내거나 금액이 많은 경우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내야 하는데요. 가난한 사람은 돈을 빌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금으로 보석금을 내는 현 제도는 부자들에게만 유리하다는 비판이 계속 나왔습니다. 이런 비판에 대한 대안 가운데 하나로 나온 게 인공지능을 이용한 보석 심리입니다.
진행자) 이렇게 법정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데 대한 비판은 없나요?
기자) 있습니다. 이런 인공지능을 이용한 알고리즘이 판사 고유의 판단을 대신하게 되고, 오히려 차별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것 가운데 하나로 피고의 형량을 결정할 때 쓰는 시스템이 있는데요. 조사 결과, 장래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흑인을 지적한 경우가 백인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차별 요소가 될 수 있는 인종이나 성별 등을 제외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진행자) 정작 피고나 피의자들이 인공지능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나요?
기자) 인공지능 때문에 실제로 소송이 제기된 일도 있습니다. 위스콘신주의 한 남성이 재판에서 6년형을 선고받았는데요. 이 같은 형량은 일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마련한 보고서에 기반을 둔 것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소프트웨어의 비밀 알고리즘을 알 수가 없다며, 정당한 법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아야 할 자신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는데요.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보고서가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했고, 판사가 보고서를 참고하지 않았더라도 같은 형량이 나왔을 것이라며 이유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진행자) 판사가 참고한다고 했는데, 인공지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건 아닌가 보군요?
기자) 네, 판사가 석방 여부나 형량 등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격무에 시달리는 판사들이 스스로 생각해서 판단하기보다는 점점 더 이런 인공지능에 의존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김정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