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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갈루치 전 특사] “북한 핵무기 검증은 불가능…협상은 필요해”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의 핵무기를 모두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가 밝혔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16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우라늄 농축 시설 등 핵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은 가능하지만 숨기기 쉬운 핵무기 자체는 검증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의 합의가 실패했다는 이유로 회의적이어서는 안 된다며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VOA는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에 따라 북한 문제를 다뤘던 미국 전직 고위관리들과의 인터뷰 시리즈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홉 번째 순서로,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미국측 수석대표였던 갈루치 전 특사를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북 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갈루치 전 특사) 저도 다른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과 같이 이번 만남이 매우 빠른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기자) 북한은 비핵화의 의지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수사를 새롭게 보십니까?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하시는지요?

갈루치 전 특사)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발표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만 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협상 테이블에 비핵화를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고요. 협상이 시작되고 이런 부분에 대한 검증이나 감시 부문에 대한 대화가 이어질 때까지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안전 보장 역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떤 걸 요구할까요?

갈루치 전 특사)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 국가들에게 안전을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북한도 한 때는 회원 국가였죠. 추가적인 보장도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미국이나 동맹국들이 공격을 받지 않는 이상 북한에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장기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서로 대사를 두고 정상적인 문화와 경제 교류를 하는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기자) 완전한 주한미군 철수도 요구 사항에 포함될까요?

갈루치 전 특사) 저는 북한이 이른 시일 내에 완전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미-한 양국의 군사훈련이 재개되는 것을 용납한다는 말을 했는데 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북한이 주한미군의 대규모 철수를 기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켜봐야겠죠.

기자) 미-북 대화가 열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과거처럼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며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갈루치 전 특사) 북한은 오래 전 미국과 제네바 합의라는 협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제네바 합의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뿐만 아니라 북한에게도 도움이 됐던 합의라고 믿습니다. 북한은 파키스탄과 협력하며 이 합의를 어겼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제네바 합의에 따라 기대했던 관계 정상화를 미국이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죠. 여러 시각이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협상은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협상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저는 미국과 동맹의 안보 환경이 좋은 협상이 이뤄진다면 개선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1994년 10월 18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북한과의 제네바 합의 사실을 발표한 후, 미국 측 협상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국무부 차관보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난 1994년 10월 18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북한과의 제네바 합의 사실을 발표한 후, 미국 측 협상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국무부 차관보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자)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언급하셨는데요. 북한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미국이 먼저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북한이 이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갈루치 전 특사) 북한은 이 합의를 철회한 게 아니라 비밀리에 파키스탄과 접촉해 원심분리기와 우라늄 농축 기술을 터득했던 거죠. 미국은 이런 활동을 잡아냈었습니다. 하지만 2002년 가을까지는 저희가 찾아냈다는 점을 북한에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제네바 합의를 이어가기 위한 방법들을 찾으려 했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에 말이죠.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북한과의 대립 구도가 필요하다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저는 북한이 실망했다고 생각합니다. 중유나 발전소 건설 문제 때문이 아니라 관계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자) 북한의 최근 진전 상황을 봤을 때 핵 역량 제한이나 동결이 비핵화보다 현실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갈루치 전 특사) 저는 협상으로 한반도 비핵화라는 결과를 이뤄낼 수 없다는 추측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다른 국가들이 핵을 포기한 것을 봐왔습니다. 북한 역시 어느 상황이 되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미국의 목표가 돼야 하고 계속 목표로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만약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검증 절차가 뒤따를 텐데요. 유독 북한의 검증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요?

갈루치 전 특사) 북한과의 어떤 합의도 감시가 뒤따라야 합니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검증이 가능할 겁니다. 북한이 원심분리기 기술을 갖지 못하고 우라늄 농축 시설과 핵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지 못하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 프로그램이 아니라)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완전한 검증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핵무기는 매우 작은 상자에 보관할 수 있으며 핵무기를 만드는 핵 물질들은 커피 컵에도 넣을 수 있습니다. 북한에 핵무기가 들어 있는 커피 컵들을 찾는 건 매우 어려울 겁니다. 저는 그렇기 때문에 검증을 통해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지 부분에 대해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아직도 북한 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갈루치 전 특사)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을 갖고 한반도의 비핵화로 이어지게 하는 겁니다.

기자) 북한 문제를 오래 다뤄오셨습니다. 북한과 대화에 나설 미국과 한국 당국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갈루치 전 특사) 전 우선 시간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만남이나 두 번째 만남에서 모든 걸 이뤄내려고 기대하거나 도전해서는 안 됩니다. 협상은 어려울 것이며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로부터 미-북 대화의 고려 사안과 변수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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